아빠 유치원 8
화분의 물을 넘치게 했던 날에도
우리의 놀이는 이어졌다.
분명 그날은 아빠와 대화하기가
쉽지 않은 날이었음에도,
놀이에 대해서만은 거부감이 없으셨다.
두뇌 자극에 너무 좋은 칠교놀이는
우리가 만날 때마다 계속했다.
빈칸에다 조각들을 채워 넣어
퍼즐처럼 맞추기는 못하시지만,
(그 부분은 아무리 시도해도 안 됨)
그림카드를 보여드리면 따라서 만들기는
꽤 잘하신다.
어쩌면 치매 노인들 중에서
아빠가 제일 잘하실지도 모른다며
추켜세워드렸다.
칠교로 만들기를 10개 하고 나서
다음으로 한 것은 색종이 접기였다.
그날은 색종이로 공 접어서 불어보기였다.
공 접기는 아빠 혼자서 완벽하게
알아서 하시지는 못하지만,
반복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조금만 도와드리면 꽤 잘하셨다.
그렇지만 색종이 접기는
손을 섬세하게 움직여야 하다 보니
다른 놀이에 비해 아주 빨리 지치셨다.
분명 방금 전까지 잘하고 계셨는데
갑자기 드러눕기도 하실 만큼!
결코 쉽지 않은 것이 종이 접기였다.
빨강, 노랑, 파랑 색종이로
딱 세 개의 공만 접기로 했다.
파랑의 공을 제일 마지막에 접었는데
손에 힘이 다 빠져서 제일 완성도가 떨어졌고
그 때문에 바람이 잘 불어 지질 않았다.
찌그러진 공이 되었지만 그래도 아빠가
후후 부는 것을 즐거워하셨으니 그것으로 되었다.
세 개의 공이 같이 있으니 색깔 때문에
마치 신호등을 보는 것처럼 귀여웠다.
아빠도 공들이 마음에 드셨는지
갑자기 공을 들고 창문으로 가시더니
창틀에다 조르르 세 개의 공을 올려놓으셨다.
그 모습이 너무 진지해서 웃음이 났다.
부모님 댁에 가려면 차를 많이 타야 해서
피곤함을 느끼던 나는,
동생이 들여놓은 안마의자의 맛을
알아버린 상태였다.
내가 지쳐서 잠시라도 의자에 앉으려고 하면
아빠는 회귀본능처럼 침실로 들어가시려고 한다.
그래서 나는 잠시 안마의자에 앉을 때도
소파에 앉아계신 아빠의 손을 꼭 잡고 있었다.
아빠는 눕기만 하면 순식간에 주무시기 때문에
방에 못 들어가시게 하려고 손을 잡은 건데,
손을 잡아드리는 것이 좋으셨던가 보다.
아빠가 다시 내 손을 꼭 잡으셨다.
우리가 손을 꼭 잡고 앉아 있었다고 해서
다정해 보이진 않았을 거다.
딸은 지쳐서 안마의자에 몸을 맡기고 있고,
아빠는 멍한 표정으로 앉아 계신 상태였으니 말이다.
예전엔 몰랐었는데 아빠의 손을 잡을 때마다
손이 시원했다.(손이 찬 편이시다.)
아마 예전만큼 움직이질 않으시니까
혈액순환이 잘 안 되기 때문인가 보다.
나는 아빠를 만날 때마다
매번 이름 확인하기를 한다.
그날은 거실 귀퉁이에 놓인 가족사진을 보며
막내를 가리켰더니 이름을 기억해 내셨다.
큰동생 이름까지도 말이다.
막내만 이름을 기억 못 하신 날도 있으셨는데
그날은 오히려 나를 기억하지 못하셨다.
내가 힌트라면서 성과 가운데 글자까지 말했더니
기억났다는 듯이 자신감 있게 대답을 하셨다.
결국 내 이름까지 성공이었다.
무슨 수수께끼 놀이처럼
우리 가족의 이름은 만날 때마다
아빠의 기억에서 사라져 버리지만,
그러면 다시 또 물으면 된다.
늘 만날 때마다 리셋된 상태라서
나는 그날의 입력을 다시 시작한다.
"아빠, 제 이름이 뭐예요?"
이 말이 처음에는 두려움이었는데,
이제는 우리의 놀이가 시작되었음을 알리는
인사말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