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못생긴 사과가 아니야

어른을 위한 창작동화

by 마이드림

내가 나무에 매달려 있을 때만 해도

매일 생각했던 건 딱 하나였어요.

잘 자라서 과즙이 풍부한

맛있는 사과가 되고 말 거야!

이게 내 목표였거든요.

나는 겉도 예쁘고 속도 예쁜 사과가 되려고

날마다 고운 생각만 했답니다.


자신이 있었거든요.

멋진 사과가 될 자신 말이에요.

그런데 내가 그렇게 노력했음에도 불구하고

삶은 계획대로 되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아, 글쎄 내가 마트에서 네 개씩

한 봉지에 포장이 되어 진열이 되었는데요.

그때 우리 사과들에게 붙은 타이틀이 뭐였는지 아세요?

'못나도 맛있는 사과'라는 말이었답니다.


그때 나는 정말 사과로서의 자존심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을 느꼈지 뭐예요.

내가 왜 못난 사과라는 거예요?


아무리 생각해도 잘 모르겠더라고요.

잘생기고 못생긴 것의 기준은

도대체 누가 정하는 걸까요?


크기 적당하겠다,

붉은 색감이 돌겠다,

내가 왜 못난 사과예요?

사과로서의 자격은 다 갖춘 것 같은데?

도대체 왜요?


나는 스스로 못생겼다고 생각한 적이 없거든요.

그런데 '못나도 맛있는 사과'라는

우리 코너에 붙어있던 메모 한 장이

계속 너무 거슬렸어요.


그때부터였어요. 나의 혼란은!

고작 종이에 써진 그 말 때문에

내가 이렇게 방황하게 될 줄은 정말 몰랐답니다.

그 말이 뭐 대수라고 완전히 꽂혀서는

계속 머릿속에 그 말만 뱅뱅 도는 거예요.

내가 얼마나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사과인지 알게 됐답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인간들이 써놓은 말이

되게 웃긴 말이거든요.

마음대로 우리에게 못생겼다고 정했어요.

같은 봉지에 들어 있다고 해서 다 똑같이

맛있을 줄 어떻게 아냐고요.

뭐가 못나도 맛있는 사과라는 건지 원.


마트 진열대에 누워 있는 내내

이해가 안 되는 그것들을 생각하느라고

계속 생각에 빠져있었답니다.

폭염이 지속되고 있는 날씨라서

가뜩이나 기운도 없고 힘든 시기인데,

못났지만 맛있다는 그 이해할 수 없는

부분에 대해서 속앓이를 해서인지,

자꾸만 속이 아픈 것 같은 기분이 들었어요.


같은 봉지에 들어 있는 사과 친구들에게도

내가 궁금해서 물어봤거든요.

너희들은 아무렇지도 않냐고 말이에요.

그랬더니 다른 친구들은,

날도 더워서 푹푹 찌는데 뭐 하러

그런 골치 아픈 것까지 생각하냐고 했어요.

스트레스받으면 탄력 잃는다면서

수시로 잠을 자면서 체력을 유지하더라고요.


나만 못났다는 말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곱씹고 있다는 것이 너무 한심했어요.

내가 원래 이렇게 자존감이 낮은 사과였었나?



쓸데없는 스트레스를 만들어서

너무 고민을 해서였을까요?

정말 내가 못생긴 사과가 된 거 같았어요.

누군가 나를 먹었는데 맛이 없으면,

"못났는데 맛도 없네"라고 할까 봐

괜히 두렵기까지 하더라고요.


별것도 아닌 그 말에 한번 집착하니까

벗어나질 못하고 그 생각만 하고 있는 거예요.

거기다 우리 봉지 팀이 손님들에게 빨리 선택을

받질 못했거든요. 계속 봉지만 만지작 거리다

가버리는 손님들 때문에, 점점 더 내가

정말로 선택하고 싶지도 않을 만큼,

못생긴 사과인 건 아닐까 싶은 기분이 들지 뭐예요.


행복한 마음으로 지내질 못하고

못났다는 말만 신경 쓰면서 지내서인지

자꾸만 몸상태가 안 좋더라고요.

스트레스는 만병의 근원이라는데,

사과도 스트레스받으면 좋을 리가 있나요.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정말 맞나 봐요.

못났다는 말을 신경 쓰면서부터

내가 부정적으로 바뀌기 시작했어요.


사과 봉지를 마구 들었다가 놓는 인간을 보면

살 것도 아니면서 왜 그렇게 높이 들었다 놓냐고

짜증이 올라왔고요.

봉지들을 들었다 놓았다 하면서 아래쪽으로

내려놓기라도 하면, 아까 위치가 더 좋았는데

왜 밑에 깔리게 만드냐고 화가 났어요.


그리고 처음에는 봉지 안에 혼자가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같이 있어서 좋다고 생각했거든요.

이제는 봉지 안에 다른 친구들이 있으니까

좁고 불편해서 싫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봉지 안에 갇혀 있었기 때문에

나의 예쁜 모습이 제대로 드러날 수 없었다고

봉지 탓도 하게 됐어요.

내가 못생긴 사과가 아니라 예쁜 사과고

맛도 얼마나 좋은지 보여주고 말겠다는 생각에

점점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고요.


그렇게 수많은 생각들에 휩싸일 때면

이상하게도 속이 점점 불편하더라고요.

명상하면서 고운 생각만 하던 내가

이렇게 스트레스 한가득인 사과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답니다.


아직 사과나무 열매 시절이었을 때에

나무 어른들께 교육받기를

항상 온화한 마음을 유지해야

사과의 빛깔도 예쁘고 과즙도 풍부한

맛있는 사과가 된다고 배웠거든요.


그런데 지금의 나는 온몸에 짜증만 가득한

사과가 된 것 같기도 해요.

어쩌면 내가 못난 사과라고 보였던 것도

인간들의 눈에 그런 내 마음이 미리

보였기 때문이었을지도 몰라요.


아, 꼬리에 꼬리를 무는 생각!

계속 이러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분위기 전환을 위해서라도 빨리

마트를 벗어나고 싶었어요.



오늘은 드디어 여자 손님에게 선택되어

마트를 벗어날 수 있었답니다.

그녀가 사과를 먹겠다고 결심했을 때에

봉지 안에서 내가 첫 번째로 뽑혔어요.

그녀는 나를 깨끗하게 씻은 다음

반쪽만 먹겠다면서 자르더군요.


나는 그때까지만 해도 자신 있었어요.

비록 스트레스를 받은 시기가 있긴 하지만

그래도 내면이 아름다운 사과가 되려고

명상했던 시절이 분명 있으니,

큰 문제는 없을 거라고 믿었어요.


그런데, 반을 자르자마자 그녀가

갑자기 꺅하고 소리를 질렀어요.

"엄마야! 무슨 사과가 이래?

겉은 멀쩡한데, 속이 왜 이렇게 징그럽게 썩었냐.

설마 이러다 벌레 나오는 거 아니겠지?"


뭐라고요? 내가 썩었다고요?

내가 날마다 명상까지 하던 사과였는데,

그런 나더러 징그럽게 썩었다니,

너무 수치스럽잖아요.

마트에서 들은 못났다는 말도 충격이었는데

이젠 징그럽다는 소리까지 들었으니 어쩜 좋아요.


썩었다는 말을 들었을 때는

정말 화가 났었답니다.

잘라진 나의 반쪽을 내 눈으로 보면서

충격 때문에 오히려 화가 쑥 내려갔어요.

달콤한 과즙으로 촉촉이 차올라서

아삭아삭해야 할 내 몸의 안쪽 부분이

정말로 썩어있었거든요. 흑흑...


내가 계속 부정적인 생각만 하고

별것도 아닌 것들에 예민하게 반응하느라

내 속을 내가 병들게 하고 있었나 봐요.


남들이 쉽게 말하고 평가하는 외모나 맛이 아니라

내가 가진 고유한 멋과 맛으로 승부했어야 했어요.

왜 쓸데없이 내가 나를 들들 볶으면서 괴롭혔던가

후회가 밀려와서 눈물이 터졌답니다.


겉은 멀쩡한데 속만 썩은 것을 경험해 보니

스트레스는 역시 무서운 것이구나 싶네요.

근데 그거 아세요?

똑같은 봉지안에 있었던 다른 친구들은

나처럼 이렇게 속이 썩진 않았거든요.


반을 잘라서 멀쩡한 사과가 나왔을 때

그녀가 뭐라고 했냐면요.

"아휴, 다행이다.

모든 사과가 다 썩은 줄 알고 놀랐잖아."


그 말을 듣는데 너무 부끄러웠어요.

나처럼 전전긍긍하지 않았던 사과들은

아주 싱싱했거든요.


스트레스로 내 몸속을 썩게 만들고서야

이제야 깨달은 것 한 가지는,

결국 모든 것은 자신의 마음먹기에 따라

달라진다는 사실입니다.



너무 어리석은 내 모습에 화가 나고 속상해서

엉엉 소리 내어 울고 있는데,

썩은 부분을 잘라내고 멀쩡한 부분을 먹어보던

그녀가 이런 말을 하는 거예요.


"너는 겉은 이렇게 멀쩡하고 예쁜 사과인데,

어쩌다가 속으로만 그렇게 썩었니?

맛도 괜찮은데 정말 아깝네."


그렇게도 궁금했던 것을 이제야

알게 되었습니다.

나는 누군가의 눈에는 충분히 예쁜 사과이고

맛도 좋은 사과일 수 있다는 것을요.

나는 못난 사과가 아니었어요.


속이 썩는 아픔을 경험하면서

아주 중요한 것을 깨달았습니다.

내 안의 어지러운 마음이 고여서

썩지 않게 만드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단 것을 말이에요.

진정한 아름다움은 내 안의 건강한 기운이

은은하게 빛나는 순간이었어요.



스트레스가득한화난사과.jpg


스트레스가득해서속이썩어버린사과.jp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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