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24" vs 6'38"
런데이 30분 달리기 코스를 선택했다.
내일모레가 마라톤 당일인데 이제 초보자 코스라니.
마라톤을 신청한 지 한 달 되었지만 이제야 뛰기 시작했다.
걷는 것에서 달리는 것으로 넘어가는 데 이렇게 저항이 클 줄 몰랐다.
시작하는 주에는 휴대폰의 알람을 이용해서 1분 달리기와 2분 걷기를 몇 차례 반복했다. 내 의지로 하는 건 정말 쉽지 않다. 그래서 달리기 관련 앱을 이용하라고 추천하나 보다. 달리는 게 싫어서였는지 그 이후에는 강아지 산책을 핑계로 걷기만 했다, 덕분에 걷는 건 예전보다 2천 보 정도 늘었다.
어젠 아들도 걱정되었나 보다.
나가서 운동한다고 하니 이젠 달려야 한단다. 그래야 아프지 않고 달릴 수 있다고 한 마디 덧붙인다.
강아지 산책과 운동을 병행하는 나를 위해 자기가 강아지를 뛰게 하는 방법을 알고 있으니 전수해 준다고 했다.
아들과 둘이 있을 땐 달렸는지도 모르는 강아지가 내가 있으니 도통 달리지 않았다. 아들의 비법도 통하지 않았다.
계획대로는 되지 않았지만 대신 간단한 스트레칭도 같이 해주고 달리는 모습도 교정해 주었다. 20여분 내 운동을 지켜봐 주었다.
열일곱 살의 아들이 내 코치가 되어주는 순간 내 마음이 오묘하다. 늘 아들의 코치가 되어주기만 했는데 요리를 넘어 운동도 봐주는 아들이 되었다. 든든함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오늘은 독립하여 좀 더 밝은 시간에 달리기를 시도했다.
앱을 이용해 달리기 코치를 받았다.
달리지 않는 강아지도 데리고 나가야 했기에 집 근처 차가 잘 다니지 않는 2차선 약 250m 뻗어있는 길을 운동 장소로 정했다.
강아지는 내가 잘 보일만한 안전한 곳에 묶어두었다. 마치 아이를 두고 가는 것 마냥 혹시나 나를 찾을까 걱정되고 남이 버리려고 묶어둔 것으로 오해할까 꽤나 신경이 쓰였지만 나도 운동을 하긴 해야 했다.
1분이란 시간이 생각보다 너무 길었다. 달릴 때는 30초가 지나 반 넘었다고 하는 그 소리가 얼마나 반가운지 모른다.
나의 하찮은 기록이 웃음을 안긴다.
그래도 만족의 웃음이다.
지금까지 내 폰에는 걷기만 기록이 되어 있을 뿐 달리기로는 기록되어 남은 게 거의 처음에 가까울 것이다.
배드민턴을 하고 있지만 지속성이 없어서인지 달리기로는 기록되지 않는 것 같다.
이 뿌듯함을 안고 달리면 되겠다.
잠자기 전 이 시간 허벅지, 무릎, 종아리, 발가락까지 약간의 통증이 있지만 이 대로 그만두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걸 보니 괜찮은 시작이다.
몇 차례 반복한 뒤 마무리 걷기 시간이 되었다.
아직 체력이 남았기에 좀 더 걷기로 했다,
환한 산책길이 낯설었다.
갯벌엔 많은 새들이 모여 앉아 있다. 산책을 하다 말고 주저앉은 강아지 때문에 끝까지 가지 않기로 했다.
대신 갯벌이 잘 보이는 곳에 자리 잡아 구경을 했다.
조금씩 집으로 가며 자리를 바꾸어 구경했는데 보이는 모습이 조금씩 달라지고 소리도 다르게 들린다.
영상도 찍고 새소리 녹음도 했다.
내가 어쩌려고 이러는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