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어떻게 표현하지?
매일 글쓰기를 한 지 50일째여야 한다.
하지만 48일째다. 이틀이 사라졌다.
이틀 동안 결코 아무것도 안 한 것이 아니다.
아침에 일어나 직장도 가고 연수도 듣고 심폐소생술실습을 하고 심지어 배드민턴 레슨도 받고 회식도 했다.
이틀간 나는 무슨 힘으로 살았나 싶다.
밖에서는 어떻게든 괜찮은 것도 같았는데 집에 오는 즉시 완전히 방전된다.
내 몸 하나 건사하기 힘들다는 표현이 맞을 것이다.
집에 와서는 엄마나 아내로서의 역할은 그대로 포기했다.
식사도 못 하고 겨우 씻은 후 거의 기다시피 침대로 갈 수밖에 없었다.
목을 축이거나 화장실을 가는 것 외엔 몸이 일으켜지지도 않았다.
침대에 누워서 땅이 꺼지는 듯한 느낌이 있을 때
몸에서 열이 나서 화형의 시작인가 싶을 때
머리의 신경세포가 온 신경을 따라 움직이는 것을 느낄 때
겨우 침을 삼켜내는 과정을 초단위로 느낄 때
모든 순간 내가 나를 관찰하고 있음을 느꼈다.
마치 실험자가 피실험자를 관찰하는 기분이었다.
지금은 어떤 느낌인가요? 어느 정도인가요? 몇 번이나 반복되나요?
힘들어하는 피실험자에게 상황을 말로 표현해 달라며 정말 귀찮도록 물어본다.
그럼 고통스러워하면서도 굳이 설명하려 든다.
오른쪽 눈꺼풀 안쪽에서 관자놀이 쪽으로 찌리릿 통증이 지나가면 오른쪽 눈을 찡긋거리게 된다.
그럼 다시 오른쪽 귀뒤에서부터 정수리 쪽으로 둔탁한 느낌으로 서서히 통증이 전해진다.
그 사이 눈머리 깊숙한 곳에서 손가락으로 꾹 눌러 없애고 싶은 통증이 시작된다.
실제 손가락으로 안구 위를 누르면 생각보다 강한 통증에 진저리가 쳐진다.
목 뒤머리와 만나는 두판상근이 뻣뻣해지며 맥박 뛰는 느낌이 강하게 전달된다.
양손으로 번갈아 주물러 주고 양 손가락을 붙이고 결에 맞게 마사지하니 조금 부드러워진다.
다시 속에서부터 가스가 올라오고 불쾌하게 트림이 나온다.
명치 아래 상복부를 살짝 누르며 둥글게 문지른다.
하복부도 묵직하게 아프다. 차마 손이 가지도 못한다.
진통제를 먹고 잠이 들지만 통증이 없는 건 아니다.
예민해질 대로 예민해진 신경도 지쳤는지 쓰러져 버린 것이다.
사흘째 밤에 재능기부 관련 줌모임을 하고 글을 쓴다.
양쪽 관자놀이에선 찌릿찌릿 전파를 쏘는 듯하고 안구 안쪽은 시큰 거린다.
승모근이 뻐근하고 어깨와 팔도 욱신거린다.
배는 부글부글하고 트림은 거북스럽게 나오고 아랫배는 묵직하다.
내 표현의 한계이다.
신체해부도라도 봐야지 싶다.
통증 단어도 더 찾아봐야겠다.
그냥 며칠 좀 아팠다고 하기엔 너무나 부족하다.
하던 일을 멈추고 하고 싶은 일을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내일도 퇴근 후 추가 일정이 적혀 있다.
아프지 않고 멀쩡하게 기분 좋게 다녀오고 싶다.
상당히 기대했던 일이니까.
토요일엔 시댁에도 다녀와야 한다.
아파서 찡그린 것이 오기 싫어 찡그린 것으로 오해받을까 봐 괜히 걱정이 앞선다.
아프다는 건 상당히 불편한 것이다.
속상하고 아쉽고 화나고 슬픈 일이다.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라고 감사해야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