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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해가 갔다, 내 차와 함께

내 차를 돌리도~

by 고스란

내 차를 견인차에 올려놓고 사진을 찍었다.

이렇게 보낼 계획은 전혀 없었다.



검은 피를 뚝뚝 흘리며 집에 있던 내 차는

다음 날 겨우겨우 나를 직장에 데려다주고는 쓰러지고 말았다.


급하게 견인차를 불러 내가 가보지도 못할 광명시까지 보냈다.

그나마 내 일이라면 팔 걷어붙이고 나서는 남동생 덕에 진행된 것이다.


이번에 가면 언제 올지 모르니 중요한 물건은 미리 챙겨놓으라고 했다.

팔걸이함을 열어 선글라스를 챙기고 트렁크를 열어 부츠를 챙겼다.


직장에서 일하다 중간에 잠깐 나온 터라 천천히 살펴볼 시간도 없었고 옮겨놓을 곳도 없었다.


아쉬운 마음 가득 차를 보내고 내 자리로 걸어 올라오는데 문득 하이패스 카드와 휴대폰 거치대를 챙기지 못한 것이 생각났다.

남동생에게 전화를 걸어 차 있는 곳에 갈 일이 있냐니 그럴 일이 없다며 할 수 없다고 했다.


며칠 전 남편이 주차장 바닥에 오일 새는 거 같으니 점검받아보라고 했다.

얼마 전 엔진오일을 갈았기에 당연히 점검도 했다고 생각해 별 일 아니라고 넘겼다.

전 날 주차를 막 하고 엔진오일 보충 경고가 떠서 급한 일 끝내고 정비소에 가려고 했다.

그런데 딱 그날이었던 것이다.


견적이 큰 금액일 거라 수리와 폐차의 기준을 정해야 했다.

내가 정비 얘기를 무시했던 며칠 전으로 돌리고 싶었다.

아니 전 날 야근이 아니라 정비소행을 택했다면 어땠을까.






2024년 12월은 정말 지독하다.

계엄이 그랬고 제주항공 참사가 그랬다.

결국 마지막 날엔 내 다리와 같은 차마저 가져갔다.


새해 첫날은 빨간 날이니 어찌어찌 보내겠지.

최대한 가벼운 마음으로 셀렘으로 한 해를 시작하려 했는데..


그래도 이만하길 다행이다 생각해야겠다.

아무리 속이 상한 들

가족을 떠나보낸 이들 비할 바가 아닐 테니


이 정도로도 후회막급인데

얼마나 많은 분들이 시간을 돌리고 싶어 하실까

시간을 돌릴 수만 있다면 제주항공이 뜨기 전으로 돌리고 싶다.






희생자분들의 명복을 빕니다.

깊은 위로와 애도를 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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