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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엘리 Dec 08. 2023

역할이 아닌 존재에 대한 고찰

일상 안에서 발견한 보석


어제 저녁 메뉴였던 닭볶음탕이면서 닭한마리 요리^^



대식가이자 미식가인 남편에게

오늘 저녁메뉴라고 알리면서 찍은 사진이었는데,

새삼 그동안 결혼생활하면서 겪은

치열했던 전업맘으로서의 고군분투의 삶이 떠올라

나 자신에게 짠하기도 하고,

기특하고 대견하기도 한

마음이 들었다.



"밥 좀 그만하고 편하게 시켜먹어."

"남편 밥 해주려고 결혼했니?"

"왜 그렇게 애들 밥에 집착하는 거야?"



라는 나를 애정하고 염려해주기 때문에 하는 친구들의 온갖 말을 들으면서도,

지금까지 줄곧 우리 가족을 위해

손수 밥을 짓고 반찬을 만드는 이유가 뭘까 한참 고민하기도 했다.



요리하는 것을 정말 좋아하는건가,

요리를 잘 해서 유능감을 충족시키려고 했던가,

요리하는 시간이나마 나의 유일한 방해받지 않은 시간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엄마로서 아내로서 당연한 희생이라고 생각해서였을까,

누군가가 내게 이렇게 살아주기를 바라기 때문에 맞춰서였을까

등 등



여러 가지 결론이 내려졌는데,

그중 하나는,

'나의 본업에 충실하고 싶었다.' 였다.



오랫동안 몸담고 나의 몸과 정신을 다해 일해왔던 직장을

임신과 출산을 지나면서 

가정을 지키기(?) 위해 기꺼이 내놓았다보니까..

나란 존재는 가정이라는 공간에 놓여져있었던 거고,

나의 일터는 가정이 되었던 거고, 

나의 업은 

아이의 '엄마'이면서 

남편의 '아내'이면서 

시부모님의 '며느리'이면서 

친정 엄마의 '딸'이었다.



그러다보니,

'나의 존재' '나의 정체성'은 어느새 사라지고,

'나의 역할'만 남아 있게 되었고,

역할만 수행하는 삶을 

살고 있었던 것이다...



엄청 대단한 건 없어도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해주는 

행복한 가정을 만들고 싶은 꿈이 있었고,

어쩌면 이를 위해서 

지금껏 

나를 성장시키고 노력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한적도 있을만큼

자부심이 있었고, 

정말 잘 하고 싶었고,

잘 할 수 있다고 여겼던 마음이 있었다.

그래서 

누구보다 

내가 소중히 받은 

이 역할들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정작 중요한

나라는 존재가 

빠져있는 줄을 모른채 말이다...



사람을 변화시키는 데에 필요한 여러가지 중에

'현실을 인식하기'가 있다.

그 사람이 현실적으로 지금 어떤 상태인지

객관화하여 

현실파악이 가능해지면

그 지점부터 변화가 시작된다고 한다.



결혼생활을 하면서 몇 가지 사건을 겪으면서,

결정적으로는 다시 일을 시작하게 되면서,

가정이라는 일터(?)에서 벗어난

나 자신을

객관적으로 

현실적으로 

바라보니

내가 이렇게 살아오고 있었음을 

알아차리게 되었던 것 같다.



그 누구도 그 어떤 것도 아니다. 

그런 나를 만들고, 

내 주위 사람들을 그렇게 만든건

나 자신이다. 

현실을 뼈맞은것처럼 

통렬하게 

깨달았다..



그러고난 이제야,

새로운 변화를 준비하고 시작하고 있는거라고 생각한다.

나이 마흔이면 너무 늦지 않았고,

지금까지와는 다른

제 2의 인생을 시작하기에 

너무 적정한 시기임에 틀림없다.



어렵게 얻은 이 마음과 결심..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낼 거고,

그렇게 내 삶으로서 이를 보여줄 거고,

또 언젠가는 

세상에 기꺼이 내놓고 싶다. 



구체적인 방향은 아직도 명확하지 않지만,

점차 발견될 것으로 믿는다.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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