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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Eponine Dec 29. 2020

12월을 위한 영화 31편 08

12월 23일 - 25일: Christmas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역시 크리스마스 영화! 길거리의 캐럴도 들을 수 없고, 연말 모임도 가질 수 없는 지금과 같은 때라면 더욱더 크리스마스 영화가 필요하다. 크리스마스 영화는 사랑과 나눔, 위로와 평화를 주니까. 코로나로 지쳐있는 사람들에게 작은 미소라도 선물할 수 있을 테니까.


[12월 23일] 화이트 크리스마스 White Christmas, 1954


감독 마이클 커티즈 Michael Curtiz

각본 노먼 크라스너 Norman Krasna, 노먼 패넘 Norman Panam, 멜빈 프랭크 Melvin Frank

출연 빙 크로스비 Bing Crosby, 대니 케이 Danny Kaye, 로즈메리 클루니 Rosemary Clooney

2차 세계대전 중 151 사단에서 복무했던 밥 월레스와 필 데이비스. 데이비스는 전쟁 중 월레스를 구하다 팔을 다친다. 월레스는 보답의 의미로 본인이 만든 듀엣 곡을 본인과 함께 불러달라는 데이비스의 요청을 받아들이고, 둘은 전쟁이 끝난 후 듀오로 활동하며 많은 인기를 누리게 된다. 어느 날, 같은 부대에 있었던 동료에게 동생들의 쇼를 봐줄 것을 부탁받고, 동료의 여동생들인 베티와 주디의 공연을 보게 된다. 연애 생활 없이 늘 바쁘게 살고 있던 월레스에게 여자를 소개해주고 싶었던 데이비스는 베티와 그를 엮어주려고 한다. 공연을 마친 베티와 주디는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버몬트에서 공연을 하기로 되어 있었고, 월레스와 데이비스는 뉴욕으로 가기로 되어 있었으나, 작은 소동 후 그들은 모두 함께 버몬트로 가게 된다. 버몬트는 눈이 많이 내리는 지역이라 크리스마스 시즌 휴양 도시로 유명한데, 막상 도착한 버몬트는 기대와는 다르게 매우 온화한 날씨를 보이고 있었다. 덕분에 도시에는 손님이 끊겼고, 베티와 주디가 공연하기로 했던 콜롬비아 여관에서의 공연도 취소가 된다. 그때, 데이비스와 월레스는 콜롬비아 여관에서 복무 시절 상사였던 웨이벌리 장군을 만나게 된다. 은퇴 후 퇴직금과 연금을 모두 투자하여 여관을 운영하던 중이었던 것. 그러나 날씨의 영향으로 여관의 운영이 어려워졌고, 월레스와 데이비스는 이곳에서 성대한 공연을 펼쳐 장군에게 도움을 주고자 한다.


겨울이 되면 어김없이 듣게 되는 노래가 있다. 바로 '화이트 크리스마스'. 어빙 베를린이 작곡한 이곡은 1942년 영화인 '홀리데이 인'을 통해 처음 소개되었고, 이 영화에서 새롭게 등장한다. 크리스마스이브, 존경하고 사랑했던 퇴역 장교에게 큰 선물을 해주고 싶었던 병사들이 모여 그를 축하하고, 멋진 쇼를 함께한다. 바로 그 순간, 오랜 기간 멈췄던 눈이 쏟아지며 세상은 화이트 크리스마스를 맞는다. 이 순간만큼 '화이트 크리스마스'가 어울리는 순간이 또 있을 수 있을까? 

그 시절 브로드웨이 극장의 쇼를 볼 수 있는 것도 이 영화가 가진 매력!


[12월 24일] 멋진 인생 It's a wonderful life, 1946


감독 프랭크 카프라 Frank Capra

각본 프랜시스 굿리치 Frances Goodrich, 앨버트 해킷 Albert Hackett, 프랭크 카프라 Frank Capra

출연 제임스 스튜어트 James Stewart, 도나 리드 Donna Reed, 라이오넬 배리모어 Lionel Barrymore, 헨리 트래버스 Henry Travers

크리스마스이브, 베드포드 폴스에 살고 있는 조지 베일리는 자살을 시도하려고 한다. 그가 그렇게 괴로워하고 있을 때,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은 마음을 모아 그를 살려달라고 기도한다. 그리고 그 기도는 하늘에 닿고, 그를 돕기 위해 '클래런스'라는 천사가 선택된다. 클래런스는 조지가 살아온 삶을 돌아보게 된다. 그가 다른 사람들의 삶을 변화시킨 순간들을 말이다. 어렸을 때 얼음물에 빠진 동생을 구하고 난 뒤 왼쪽 귀의 청력을 잃은 일, 아르바이트를 하던 약국의 약사가 실수로 약에 독을 넣은 것을 알고 그것을 바로 잡은 일,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회사를 이어받아 동생을 대학에 보낸 일, 가난한 마을 사람들이 보금자리를 마련하도록 베일리 파크를 만들 일 등. 그러나 그는 같이 일하는 삼촌이 잃어버린 8천 달러 때문에 위기에 처하고, 괴로워하다 자살을 하려고 한다. 바로 그때, 클래런스가 그가 서 있던 다리 아래 강으로 떨어지고, 조지를 그를 구해주게 된다. 클래런스는 그렇게 조지 앞에 나타나 그를 구하러 온 천사라 소개하지만, 조지는 믿지 않고, 자신이 태어나지 말았으면 좋았을 거라며 괴로워한다. 이에, 클래런스는 조지가 존재하지 않았다면 어땠을지 그가 없는 삶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크리스마스가 되면 어김없이 방영해주는 영화.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멋진 인생'이다. 영화가 가진 따뜻함을 온도로 따진다면, 이 영화보다 더 높은 온도를 가진 작품은 아마 없을 것이다. 주인공인 조지는 본인의 꿈을 실행해 옮기고자 할 때마다 주변 상황 때문에 그것을 포기해야 했지만, 그렇게 살아온 그의 희생과 삶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평범한 사람이 일상에서 행해온 선함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줌으로써 프랭크 카프라 감독은 또다시 뜨끈한 손나로 같은 영화 하나를 더 만들어 냈다. 그러나 여전히 마음 한구석이 편하지만은 않은 것은, 희생된 조지의 꿈 때문일 것이다. 공동체를 위한, 혹은 타인을 위한 희생도 중요하고 소중하지만, 개인의 꿈도 간과되어서는 안 될 것이기 때문에. 그래서 나는 그가 언젠가는 자신의 꿈을 이루기 위해 베드포드 폴스를 떠나 세계를 여행했을 수도 있다고, 또는 마을과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무언가 하는 것으로 자신의 꿈을 바꾸었을 수도 있다고 상상해 본다. 


[12월 25일] 나 홀로 집에 Home Alone, 1990


감독 크리스 콜럼버스 Chris Columbus

각본 존 휴즈 John Hughes

출연 맥컬리 컬킨 Macaulay Culkin, 조 페시 Joe Pesci, 다니엘 스턴 Daniel Stern, 캐서린 오하라 Catherine O'Hara

크리스마스 연휴를 맞아 친척들과 함께 파리로 가게 된 케빈네 집은 식구들로 북적인다. 어린 케빈은 형 버즈의 장난에 화가 나 성질을 부리고, 그에 따른 벌로 다락방에 혼자 남겨지게 된다. 다음날, 파리로 떠나는 날 아침, 밤새 내린 폭풍 때문에 전기가 나갔다 들어오고, 덕분에 알람 시계가 제때 울리지 않아 식구들은 늦잠을 자고, 정신없이 출국 준비를 하고 공항으로 향한다. 식구들은 간신히 이륙 시간에 맞춰 비행기에 오르지만, 케빈의 엄마는 무언가 허전함을 느낀다. 한편, 케빈은 식구들이 다 없어졌으면 좋겠다며 올라간 다락방에서 눈을 뜨고 집안에 아무도 없음을 알게 된다. 자신의 소원대로 식구들 모두가 사라진 것이다. 케빈은 마음대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어른 영화를 보고, 형 방에도 들어가 보며 자유를 누리지만, 그날 밤 이상한 사내 둘이 집 주위를 서성이는 걸 알고는 긴장하게 된다. 


진부해도 어쩔 수 없다. 케빈 없이 크리스마스를 보낸다는 것은 말이 안 되니까! 이 영화가 개봉한 이래 매해 이 영화를 보고 있으니 적어도 31번은 본 셈인가? 이 영화를 보지 않으면 그 해 겨울을 보내지 않은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늘 부모의 간섭 하에 있어야 하는 어린이의 눈에 케빈의 자유로운 며칠은 판타지처럼 느껴졌다. 특히 

커다란 치즈 피자 한 판을 받아 들며 자기 혼자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즐거워하던 케빈의 표정은, 피자 한 판과 함께 영화 보는 것을 소확행으로 여기는 현재의 나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지금 보면 두 도둑들을 괴롭히는 케빈의 방식이 매우 가학적인 것 같지만, 어렸을 땐 그저 통쾌하고 재미있게만 보였다.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두 도둑이 안쓰럽기보다는 고소할 정도. 나쁜 어른을 이토록이나 기발한 방법으로 혼내주는 용감하고 영특한 어린이라니. 그래서 이 영화를 더 좋아했던 것도 같다.

내가 앞으로 몇 번의 크리스마스를 더 보내게 될지는 모르지만, 케빈 없는 크리스마스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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