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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Eponine Dec 29. 2020

12월을 위한 영화 31편 09

12월 26일 - 27일: Original & Remake

원작과 리메이크작을 비교하며 보는 것은 흥미롭다. 각 역할을 맡은 배우를 비교하는 것도, 원작과 다른 점을 찾아내는 것도 재미있다. 그러나 때로 원작에 지나치게 집착하다 보면 리메이크작이 가진 고유의 매력을 차마 발견하지 못할 위험도 있다. 아래의 두 작품이라면 흥미로운 점이 더 많을 수도.


[12월 26일] 유브 갓 메일 You've got mail, 1998


감독 노라 에프론 Nora Ephron

각본 노라 에프론 Nora Ephron, 델리아 에프론 Delia Ephron

출연 톰 행크스 Tom Hanks, 멕 라이언 Meg Ryan, 그렉 키니어 Greg Kinnear, 파커 포시 Parker Posey

뉴욕, 캐슬린은 엄마로부터 물려받은 어린이 전문 서점 'The shop around the corner'를 운영하고 있다. 요즘 그녀의 관심사는 30대 채팅방에서 만난 'NY152'란 아이디를 가진 사람과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이다. 같이 살고 있는 남자 친구 프랭크가 출근을 하자마자 책상 앞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이메일을 확인한다. 

조는 거대 서점 체인인 폭스 북스를 운영하는 사업가로, 뉴욕에 새로운 대형 서점 오픈을 앞두고 있다. 그 또한 요즘의 관심사는 'Shopgirl'이라는 아이디를 가진 사람과 이메일을 주고받는 것. 둘은 같은 뉴욕에 살면서 서로를 스쳐 지나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에 있지만, 서로가 누구인지 알지 못한 채 이메일을 통해 가까워진다. 어느 날, 조는 11살짜리 숙모와 4살짜리 이복동생을 데리고 우연히 캐슬린의 서점에 들르게 되고, 그곳에서 둘은 처음으로 마주치게 된다. 서로가 이메일 대화 상대인지 모른 채. 이후, 둘은 지인의 파티에서 한 번 더 마주치고, 조가 폭스 북스의 사장인 것을 알게 된 캐슬린은 그가 자신의 서점에 들렀던 이유가 자신의 서점을 감시하기 위함이었다고 생각하게 되고, 둘은 날카로운 논쟁을 주고받는다. 독립서점을 운영하고 있는 캐슬린과 물량으로 총공세를 가하려고 하는 대형 서점 오픈을 앞두고 있는 조. 두 사람은 그렇게 앙숙이 되고, 온라인 상의 NY152와 Shopgirl은 오프라인에서의 만남을 계획한다. 


[12월 27일] 모퉁이 가게 The Shop Around the Corner, 1940


감독 에른스트 루비치 Ernst Lubitsch

각본 샘슨 라파엘슨 Samson Raphaelson

출연 제임스 스튜어트 James Stewart, 마가렛 설러번 Margaret Sullavan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마투첵 상점. 크랄릭은 이 상점의 최장수 근무 직원으로, 최고의 판매실적을 올리는 직원이기도 하여 사장인 마투첵에게 각별히 신임을 받고 있다. 그는 신문을 보다가 서신 교환 친구를 구하는 광고를 보고 편지를 쓰게 되고, 그는 그렇게 편지를 통해 상대에 대한 마음을 키워간다. 클라라는 일자리를 구하기 위하여 마투첵 상점에 손님인 척 찾아갔다가 얼결에 그곳의 판매직원이 되고, 이후 6개월 동안 두 사람은 사소한 일에도 말다툼을 벌이는 껄끄러운 사이가 된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있는 어느 날, 사장인 마투첵은 퇴근 후 쇼윈도 진열을 위해 직원들에게 늦게까지 일할 것을 요청한다. 그러나 크랄릭과 클라라에게는 저녁에 매우 중요한 선약이 있는 상황. 크랄릭은 사장에게 불만을 토로했다 해고되고, 괴로운 마음을 안고 직장 동료인 피로비치와 함께 약속 장소에 간다. 그리고 그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는 사람이 클라라임을 알게 된다.




두 영화는 니콜라우스 라즐로의 연극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두 편 모두 실상 앙숙으로 지내던 두 사람이 알고 보니 메일을 통해 서로 마음을 나누고 있던 사이라는 것을 발견한다는 설정이다. 1940년과 1998년, 시간이 58년이나 차이가 나는 만큼 메일을 주고 받는 방식에는 차이가 있지만, 껄끄러운 관계의 두 사람이 서로를 모른 채 주고받는 메일을 통해 편견 없이 서로를 알아가고, 결국 그 감정을 받아들이게 된다는 것은 동일하다. 달라진 것은 또 있다. 배경은 부다페스트에서 뉴욕이 되었고, 주인공의 직업은 상점 직원에서 서점 주인이 되었다. 또한 두 사람이 만나기로 했을 때 서로를 알아보고자 여주인공이 책을 테이블 위에 올려두게 되는데, 클라라가 가져간 책은 톨스토이의 안나 카레니나이고, 캐슬린이 가져간 책은 제인 오스틴의 오만과 편견이다.

 고전 영화를 리메이크한 현대작이 있을 때 나는 늘 고전 영화의 손을 들어주는데 이 영화만큼은 제외다. 톰 행크스 보다 제임스 스튜어트를 훨씬 좋아하지만, 알프레드 크랄릭 보다는 조 폭스가 훨씬 매력적이다. 둘 다 냉철하고 솔직한 사람들이라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서는 냉정하다는 평을 들을 수 있지만, 그 이면엔 따뜻함을 가지고 있는 캐릭터인데, 톰 행크스가 그런 이중적인 면을 잘 보여준 반면, 제임스 스튜어트는 너무 착하게만 생겨서 그런 이중적인 매력을 어필하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보였다. 그리고 여주인공은 클라라 노박과 캐슬린 켈리를 비교해 보아도 캐슬린이 훨씬 사랑스러운 캐릭터라는 것을 알 수 있다. 클라라는 얄미워서 편을 들어주고 싶지 않게 만드는 캐릭터. 그래서 유브 갓 메일에 더 정이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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