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일 - 3일: Thank you for the music
아바는 일찍이 이렇게 노래했다.
음악이 있어 감사해요. 지금 부르는 노래들 말이에요.
Thank you for the music, the songs I'm singing.
그리고 음악이 주는 기쁨에 감사해요.
Thanks for all the joy they're bringing.
누가 음악 없이 살 수 있겠어요? 솔직히 음악 없는 삶이 어떻겠어요?
Who can live without it, I ask in all honesty, What would life be?
진짜 음악이 없는 삶이 어떨지는 상상이 되지 않는다. 아니, 어쩌면 상상하고 싶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닫힌 마음을 열고, 굳어진 마음을 어루만질 수 있는 방법에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음악만큼 강렬하고 음악만큼 흡수력이 좋은 것은 없을 것이다. 그래서 음악으로 자신을 찾고, 음악으로 마음을 녹이고, 음악으로 꿈을 찾는 이야기들을 가져왔다.
감독 크리스토프 바라티에 Christophe Barratier
각본 크리스토프 바라티에 Christophe Barratier, 필립 로페스 퀴르발 Philippe Lopes-Curval
출연 제라르 쥐뇨 Gérard Jugnot, 프랑수아 베를레앙 François Berléand, 장 밥티스트 모니에 Jean-Baptiste Maunier, 자크 페렝 Jacques Perrin
미국에서 공연 시작을 앞두고 대기실에 있던 피에르 모항주에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슬픈 소식이 전해진다. 공연 후 프랑스로 돌아간 피에르는 장례를 치르고, 자신을 찾아온 친구 페피노를 만난다. 페피노는 오래전 그들에게 음악을 가르쳐주었던 선생님 '클레망 마티유'의 일기를 그에게 전해준다. 그리고 그들은 일기를 함께 읽어내려간다.
1949년 1월, 성공하지 못한 작곡가 클레망은 삼류 기숙학교인 '퐁드레탕(Fond de l'Etang, 연못바닥)'에 음악 선생으로 부임한다. 학교에는 부모가 없는 고아, 부모의 돈벌이 때문에 맡겨진 아이들이 대부분이다. 그가 교문을 들어서던 그때 한 아이를 발견한다. 전쟁으로 부모를 모두 잃은 페피노는 부모님이 토요일에 자신을 데리러 온다고 했다며 늘 그렇게 교문에서 부모님을 기다리는 아이이다. 그리고 클레망이 부임한 그날, 학교 수위를 맡고 있는 막상스 영감이 한 학생의 장난으로 눈가에 심한 상처를 입는다. 교장인 라샹은 범인이 나오지 않자, 클레망에게 출석부를 주고 아무나 지목하게 한 후 그에게 벌을 내린다. 이제 학교를 떠나는 전임 교사는 클레망에게 아이들의 행실에 대한 주의를 주며, 막상스 영감에게 장난을 친 것은 르케렉이라는 것을 알려준다. 클레망의 첫 수업 시간, 아이들은 클레망의 가방을 빼앗아 던지며 장난을 치고 그 소리에 지나가던 교장이 들어와 무슨 일인지 묻는다. 그러나 클레망은 별일 아니라며 교장을 내보내고, 아이들은 의아한 표정을 짓는다. 교장은 학생들의 버릇없는 행동에 대해 강력한 체벌로 맞대응 해왔고, 아이들은 그런 환경에 익숙해져 더욱더 거칠어지고 악랄해졌던 것이다. 그러나 클레망은 아이들을 존중과 믿음으로 대하고자 했고, 르케렉에게 매일 수업 후 막상스 영감을 도와주는 것으로 벌을 대신하게 한다. 어느 날 클레망은 기숙사에서 아이들이 자신에 대한 노래를 부르는 것을 듣고는 합창단을 만들기로 한다. 아이들에게 파트를 정해주고 본인이 직접 작곡한 곡을 가르치기도 한다. 천사의 얼굴을 하고 있으나, 반항기로 똘똘 뭉친 모항주는 체벌을 받느라 합창단에 참여하지 못하였으나, 그가 혼자 노래 부르는 걸 들은 클레망은 그를 설득해 합창단에 들어오게 한다. 그리고 학교에는 통제불능의 문제아 몽당이 새로 온다. 그가 학교에서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키는 동안 아이들은 합창단에 익숙해지고 클레망의 학교 생활도 점점 자리를 잡아가며 계절은 추운 겨울을 지나 봄이 된다.
이 이야기는 봄을 지나 여름까지 이어진다. 늘 강력한 체벌이라는 환경에 노출되어 사랑이라는 보호막 없이 한없이 굳어져버린 아이들의 마음은 음악을 통해, 아니 어쩌면 클레망의 노력을 통해 점점 부드러워진다. 모든 일에는 끝이 있는 법이라 그렇게 아이들을 따뜻하게 감싸주려고 했던 클레망도 결국엔 학교를 떠나게 된다. 그러나 그가 떠나갈 때 보여준 아이들의 모습은 그동안 그와 아이들이 만들어온 시간이 헛되지 않았음을 알게 해 준다. 무엇보다 천사 같은 얼굴로 반항기를 뿜어대던 피에르 모항주는 이후 리옹 음악학교에 입학하고, 결국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지휘자가 된다. 그의 재능을 발견하고 알아봐 준 클레망이 없었다면 그의 세계는 더 오랫동안 어두웠을지도 모를 일이다.
영화에는 브뤼노 쿨레(Bruno Coulais)가 작곡한 곡들이 등장한다. 생 마르크 어린이 합창단의 목소리로 녹음된 곡들인데, 청명한 아이들의 목소리가 귀를 즐겁게 해 주고 마음을 맑게 해 준다. 그가 작곡한 Vois sur ton chemin, Caresse sur l'océan도 너무 좋지만, 사실 그보다 더 마음을 사로잡는 곡은 바로 바로크 시대 작곡가인 장 필립 라모(Jean Philippe Rameau)의 'La Nuit(밤)'이다. 주인공인 모항주가 솔로를 시작하는 순간 숨죽이며 듣게 되고, 듣다 보면 별이 가득한 밤하늘이 펼쳐질 것만 같아 지긋이 눈을 감게 되기도 한다.
감독은 피에르 모항주 역을 실제 노래하는 아이에게 맡기고 싶어 했고, 전국의 합창단을 찾아다니다 생 마르크 어린이 합창단의 솔로이스트였던 장-밥티스트 모니에(Jean Baptiste Maunier)를 캐스팅했다고 한다. 장은 영화 개봉 후 합창단을 그만두었지만, 생마크르 어린이 합창단은 영화 개봉 후 'Les Choristes en Concert'라는 공연(장도 참여)도 하고 2006년 우리나라에도 방문하여 '극장용'에서 공연하였다.
감독 리처드 링클레이터 Richard Linklater
각본 마이크 화이트 Mike White
출연 잭 블랙 Jack Black, 마이크 화이트 Mike White, 조앤 큐색 Joan Cusack
밴드 'No Vacancy(빈방없음)'에서 기타를 맡고 있는 듀이는, 공연 중 스테이지 다이브를 시도했다가 공연을 망치게 되고, 이 때문에 본인이 직접 결성한 밴드에서 쫓겨난다. 이로써 밴드 경연대회에 나가고자 했던 그의 계획은 물거품이 되고, 월세를 내지 못해 세 들어 살고 있는 친구 네드의 집에서조차 쫓겨날 상황에 놓인다. 그때, 호레이스 그린 초등학교에서 대체 교사를 구한다며 네드를 찾는 전화가 오고, 듀이는 돈을 벌기 위해 네드 인척 하며 그를 대신해 교사 자리를 얻게 된다. 대충 수업시간을 때우려던 듀이는 우연히 음악수업 시간에 합주연주를 하는 반 아이들을 발견하고, 밴드 결성이라는 비밀 프로젝트를 시작한다. 클래식 기타를 연주하던 잭에게는 일렉 기타를, 퍼커션을 연주하던 프레디에게는 드럼을, 첼로를 연주하던 케이티에게는 베이스를, 피아노를 연주하던 로렌스에게는 건반을 맡긴다.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겐 백 보컬, 의상, 보안, 홍보 등을 맡기며 반 전체 아이들이 밴드에 참여하게 하고, 락에 대해 가르친다. 다만, 이 모든 일은 다른 선생님이나 교장 선생님, 부모님께는 비밀이다. 듀이는 아이들을 연습시켜 밴드 경연대회 예선에 나가지만, 본선 진출팀의 수가 다 차서 오디션을 놓치게 된다. 그러나 썸머가 기지를 발휘하여 본선 진출을 허락받고, '스쿨 오브 락'이라는 팀명을 만들어 본격적으로 본선을 준비한다.
교실 안에서 행해지는 모든 일을 점수로 계산하던 것에 익숙하던 아이들은 밴드 활동을 통해 조금씩 다른 즐거움을 누리게 되고, 부모님과 학교의 기대대로 반응하던 아이들, 다른 사람들의 편견에 갇혀 있던 아이들은 조금씩 자신을 찾아가기 시작한다. 그러나 가장 큰 변화는 바로 듀이에게 일어난다. 어쩌면 듀이는 아이들과 함께한 '스쿨 오브 락'이라는 밴드를 통해서 처음으로 '성취'라는 것을 맛보았을 것이다. 그 성취는 다른 사람에게 인정받는 것으로부터 온 것이 아니라 자신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과 나누는 교감에서 온 것이었다. 이로써 듀이는 음악을 하는 진짜 즐거움을 찾지 않았을까?
영화에는 대비되는 두 인물이 등장한다. 성공하지 못했도 자신이 가장 즐거워하는 일을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듀이, 좋아하지만 그것만으로 먹고살 수 없어서 다른 직업을 찾은 네드. 그들의 선택이 대비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우리는 다 각자에게 주어진 상황 가운데에서 자신만의 선택을 하는 것이니까. 본인의 선택에 미련을 두지 않고 최선을 다해 살아간다면 그것이 최고의 선택이겠지. 다만, 자신의 잣대를 듀이에게 들이대며 그의 삶을 비난하는 네드의 여자 친구 패티가 꼴 보기 싫을 뿐. 자신의 상황을 핑계로 친구에게 민폐를 끼치는 듀이를 비난할 수는 있어도 그의 삶을 재단하고 비난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어린 연기자들의 활약을 보는 것도 매우 흥미로웠지만, 무엇보다 눈길을 끈 것은 역시나 잭 블랙이다. 잭 블랙이 가진 능력과 장점들이 영화 내내 반짝거렸다. 그가 아니었다면 누가 듀이 핀을 연기할 수 있었을까? 상이 다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가 아카데미 시상식 남우주연상 후보에조차 오르지 못했다는 것이 매우 서운할 정도였다.
이 영화는 뮤지컬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뮤지컬 작곡가이자 제작자이기도 한 앤드류 로이드 웨버는 영화의 뮤지컬 저작권을 구매하여 2015년 브로드웨이 무대에 올렸고, 이후 웨스트엔드 공연도 이어졌다. 2019년에는 월드투어팀이 우리나라를 방문하기도 했다.
감독 빌 듀크 Bill Duke
각본 제임스 오어 James Orr, 짐 크룩섕크 Jim Cruickshank, 주디 앤 메이슨 Judi Ann Mason
출연 우피 골드버그 Whoopi Goldberg, 매기 스미스 Maggie Smith, 로린 힐 Lauryn Hill, 라이언 토비 Ryan Toby
라스베이거스 클럽에서 가수로 활약하고 있는 들로리스에게 수녀들이 찾아온다. 다시 '메리 클라렌스' 수녀가 되어 자신들을 도와달라는 것. 들로리스는 이를 수락하고 수녀들과 함께 샌프란시스코로 향한다. 수녀들은 자신들이 교사로 봉사하고 있는 지역 학교를 살리기 위해 들로리스에게 도움을 청한 것이었다. 들로리스는 첫 음악수업에 들어가지만, 학생들이 아무것도 하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수업에 참석하는 것만으로 점수를 받아왔기 때문이다. 학생들은 그녀를 괴롭히기 위해 의자에 접착제를 잔뜩 묻혀놓기까지 한다. 그때 들로리스는 우연히 교장 신부님과 학교 운영회의 회의를 엿듣게 되고, 이번 학기가 끝나면 학교가 문을 닫게 된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후 들로리스는 폐교를 막고자, 아니 적어도 멋지게 폐교를 맞이하고자 제대로 된 수업을 진행하려고 한다. 그녀는 학생들의 정형화된 습관들을 지적하고, 제대로 수업에 따르지 않는 학생에게는 낙제점을 주겠다고 한다. 리타는 들로리스에게 대들며 다른 학생들을 선동하고자 하지만, 아이들은 낙제를 피하고자 들로리스를 따르기도 하고, 리타는 홀로 교실을 나온다. 수업을 진행하던 중 학생들에게 노래에 대한 잠재력이 있음을 깨달은 들로리스는 합창단을 만들기로 한다. 랩, 힙합, 알앤비를 듣던 학생들에게 합창단은 그저 지루함일 뿐. 그러나 들로리스는 학생들에게 수녀님들의 합창을 들려주며 편견을 없애주려 하고, 학생들은 학교가 곧 폐교될 것이란 것을 알고 합창단으로 폐교를 막고자 한다.
어떤 영화는 하나의 시퀀스로 기억되기도 한다. 그 영화가 어떤 영화인지, 어떤 스토리를 가졌는지 몰라도 단 하나의 시퀀스로 그 영화를 기억하는 것이다. 이 영화도 그런 영화 중 하나이다. 한 번쯤은 이들이 부른 'Oh, Happy Day'를 본 적이 있을 것이다. 주눅 든 목소리로 솔로 파트를 부르던 아이가 곡이 진행될수록 점점 곡에 빠져들고 결국에는 본인도 예상하지 못했던 경지의 음에 이르며 모두를 놀라게 하는 장면 말이다. 어쩌면 이 시퀀스가 이 영화의 모든 것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빈민가에 살면서 부모님처럼 되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딱히 잘하는 게 있는 것도 아니고, 성실하게 학교만 다니기에는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 들로리스가 찾아간다. 시스터 액트 1편에서 암흑가 보스의 애인이었다가 그가 누군가를 살해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쫓기는 신세가 된 들로리스는 경찰의 도움으로 샌프란시스코의 한 수녀원에 수녀로 숨어들게 되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성가대를 지휘하며 침체된 성당에 사람들을 끌어모았다. 그랬던 그녀가 이번에는 학생들을 만난 것이다. 들로리스는 아이들의 삶에 녹아있던 음악을 꺼내놓았고, 그것을 통해 자신감과 성취감을 맛보게 해 주었다. 마치 위축되어 있던 아말이 자신을 가두어 놓았던 한계를 넘어 높은음을 내질렀던 것처럼.
봄도 그런 계절인 것 같다. 왠지 나도 모르고 있던 내 잠재력과 능력이 나 자신을 뚫고 나올 수 있을 것만 같은, 그런 희망과 기대가 다가오는 계절. 그래서 나는 봄이 좋고, 이 영화를 보며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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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4일 - 6일: Life goes 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