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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Eponine Feb 18. 2021

3월을 위한 영화 31편

Prologue

외국인 친구에게 3월이 봄이라고 했다가 반박당한 기억이 있다. 그 친구의 나라에서 3월은 아직 겨울이라며. 그런데 생각해 보면 우리나라 사정도 그리 다르지 않다. 매해 3월엔 지독한 추위가 있었고, 눈이 올 때도 자주 있었다. 생각해 보면 나도 매해 3월까지는 겨울 코트를 입었다. 이 정도면 3월을 겨울이라고 인정해도 될 법한데, 매해 그렇게 춥다고 하면서도 굳이 봄이라고 우기는 건 무얼까? 아마도 새 학기를 필두로 한 새 출발의 분위기, 그리고 3월 말쯤부터 들려오는 개화 소식에 3월의 추위를 묻어버리고 싶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봄을 조금이라도 빨리 불러내고 싶은 기대도 들어 있을 것이고. 


'거침없이 하이킥'의 '문희의 봄' 에피소드를 보며 생각했다. 내가 80년을 산다고 가정했을 때 나의 생애 동안 맞을 수 있는 봄은 겨우 80번이다. 봄이 3개월 지속된다고 본다면 달로는 240개월이고, 날로는 7,360일인데 한 계절로만 인식하니 겨우 80번이다. 내 인생에 봄이 얼마 없구나 하는 깨달음이 오니, 돌아올 봄이 매우 귀하게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조금 일찍 봄을 맞기로 했다. 좀 더 일찍 맞으면 좀 더 길게 봄을 누릴 수 있을 것 같아서. 그리고 봄을 함께 기다릴 영화 31편을 골라보았다. 겨울 영화처럼 확실한 계절적 배경의 작품이 많으면 좋으련만, 그런 영화를 찾기가 쉽지 않아서 다른 주제를 들이밀어 보았다. 회복, 설렘, 변화, 꿈. 이런 따뜻한 주제들로 겨울의 얼어붙었던 마음과 몸을 좀 녹여보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봄이 옆에 성큼 다가와 있겠지. 올봄엔 작년 봄에 누리지 못한 것들을 좀 누릴 수 있으면 좋겠다는 작지만 간절한 소망도 곁들여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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