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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Eponine Mar 01. 2021

3월을 위한 영화 31편 06

3월 17일 - 19일: Boy meets Girl

편견에 조금 덜 오염되어 있는 사람들, 그리고 세상의 벽을 아직은 보지 못하는 사람들. 아이들이 그려가는 사랑 이야기는 그래서 더  솔직하고 더 용기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어른들은 그들에게 사랑이 무엇인지 모른다고 말하지만, 누구에게나 자신만의 사랑이 있는 거다. 아이들의 눈으로 보면 어른들의 사랑이 진짜 사랑이 아닌 것처럼 보일지도. 처음으로 다른 누군가를 끊임없이 생각하게 되고, 보고 싶어 하고, 그 사람과 무엇이든 얘기하고 싶어 지던 때. 봄이 푸릇푸릇 새 순을 돋게 하고 하나 둘 아름다운 꽃을 피워내는 것처럼 파릇파릇하고 싱그러운 사랑이야기에 빠져 보자.


[3월 17일] 리틀 로맨스 A Little Romance, 1979


감독 조지 로이 힐 George Roy Hill

각본 앨런 번즈 Allan Burns

출연 다이안 레인 Diane Lane, 텔로니우 베르나르 Thelonious Bernard, 로렌스 올리비어 Laurence Olivier

할리우드 영화에 푹 빠져 있는 다니엘은 택시 기사인 아버지와 함께 파리에 살고 있는 13살 소년이다. 그는 어느 날 옛 궁으로 현장 학습을 갔다가 로렌을 만나게 된다. 로렌은 엄마, 새아빠와 함께 3년째 파리에 살고 있는 13살의 미국인 소녀다. 엄마를 따라 그녀와 묘한 관계에 있는 영화감독인 조지의 촬영 현장에 갔다가 다니엘은 만나게 된다. 로렌은 아이큐 167에 하이데거를 읽는 매우 똑똑한 아이이고, 다니엘 또한 신문에 난 경마경기의 우승을 맞출 정도로 확률에 뛰어난 재능을 보이는 아이이다. 두 사람은 궁 정원에서 잠깐을 시간을 함께 보내고 파리에서 다시 만날 약속을 하지만, 로렌이 학교에서 시험을 보느라 만남이 무산된다. 두 사람은 다시 루브르 박물관 앞에서 만나기로 하고, 그곳에서 첫 데이트를 즐기던 중  줄리어스라는 노신사를 만난다. 노신사는 죽은 아내와의 추억을 얘기하며 베니스에 있는 탄식의 다리 아래에서 저녁노을에 종이 칠 때 키스를 하면 두 사람의 사랑이 영원해진다는 이야기를 한다. 얼마 후 로렌은 몇 주 뒤 미국으로 돌아가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다니엘과의 영원한 사랑을 위해 베니스에 가기로 결심한다.


로렌이 다니엘에게 이름이 뭐냐고 물었을 때 다니엘은 자신을 '보기'라 부르라고 한다. 로렌 바콜과 험프리 보가트가 떠올랐던 것이다. 할리우드 영화를 사랑하는 다니엘은 로렌과 함께 또 하나의 영화를 만들어 간다. 소년, 소녀의 열정이 아니었다면 누가 베니스까지 가서 영원한 사랑의 약속을 할 수 있었을까? 무모하지만 그래서 용기 있는 두 사람의 여정에 나도 모르게 박수가 나왔다. 

영화에는 조지 로이 힐 감독의 작품이 등장하기도 한다. 로버트 레드포드의 팬인 다니엘이 그의 영화인 '내일을 향해 쏴라(Butch Cassidy and the Sundance Kid, 1969)'와 '스팅(The Sting, 1973)'을 감상하는 장면이 등장한다. 영화에서의 가장 큰 반전은 로렌스 올리비에가 연기한 줄리어스라는 캐릭터다. 매우 점잖은 신사 같아 보이는 외모에 수다 장착, 그리고 과거까지... 

그리고 다이안 레인은 언제나 예쁘다. 어렸을 때도, 젊었을 때도, 그리고 나이 든 지금도.


[3월 18일] 플립 Flipped, 2010


감독 롭 라이너 Rob Reiner

각본 롭 라이너 Rob Reiner, 앤드류 샤인먼 Andrew Scheinman

출연 매들린 캐럴 Madeline Carroll, 캘런 맥컬리프 Callan McAuliffe, 에이단 퀸 Aidan Quinn, 페넬로피 앤 밀러 Penelope Ann Miller, 존 마호니 John Mahoney

2학년이 시작되기 전 여름, 줄리 베이커네 앞 집에 브라이스 로스키가 이사를 온다. 줄리는 브라이스를 보자마자 그의 눈빛에 반했지만, 브라이스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줄리는 그가 자신을 좋아하지만 부끄러워서 표현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녀의 브라이스에 대한 관심은 6학년 때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줄리의 그런 관심이 늘 부담스러웠던 브라이스는 6학년이 되자 그녀의 관심을 돌리려고 그녀가 싫어하던 셰리 스톨스에게 데이트를 신청한다. 그러나 그의 절친인 개럿을 개입으로 그 계획은 금세 무산된다. 브라이스가 중학생이 되면서 집안에 작은 변화가 생긴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 살게 된 외할아버지가 함께 살게 된 것. 어느 날, 외할아버지 쳇은 브라이스에게 지역 신문에 난 줄리 베이커에 대해 묻는다. 신문에 플라타너스 나무를 지키고자 했던 13살 여자 아이 줄리에 대한 기사가 실렸던 것이다. 줄리는 아빠가 그림 그리는 것을 보면서 그와 대화하는 것을 좋아했다. 하루는 아빠가 줄리에게 브라이스와의 관계에 대해 묻는다. 줄리는 아무 관계가 아니라고 하지만, 그에 대한 마음을 숨기지는 못한다. 아빠는 브라이스의 생각은 어떠냐 물으며 전체를 봐야 한다고 얘기해 준다. 줄리는 작은 부분들이 모여서 아름다운 전체를 이룬다는 아빠의 말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지만, 어느 날 플라타너스 나무에 걸린 연을 찾으러 나무 위에 올라갔다가 널리 펼쳐진 풍경을 보고는 그 말을 이해하게 된다. 그러나 그렇게 줄리가 사랑하게 된 플라타너스 나무는 집주인에 의해 베어지게 된다. 줄리는 그냥 그렇게 나무를 잘라버릴 순 없다며 나무 위에 올라가 한참 시위를 벌였지만 결국 나무는 초라한 밑동만을 남긴 채 사라지게 된다. 줄리는 이 일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눈을 얻게 되고, 브라이스에 대한 감정이 여전한지 궁금해한다. 그리고 브라이스와 줄리 사이에 달걀로 인해 새로운 사건이 만들어진다.


줄리는 아빠를 통해 세상을 보는 법을 배워나간다. 그리고 브라이스는 그런 줄리를 통해 새로운 세상을 열어간다. 쫓고 도망가던 두 사람의 관계는 조금씩 속도를 늦추고 방향을 바꿔나간다. 두 사람이 얼마나 오래 연인 관계를 유지했을지, 혹은 연인 관계까지 정말 갔을지는 아무도 모를 일이다. 그런데, 왠지 두 사람의 관계는 오래 지속되었을 것 같다.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서 성장하고 성숙해 가기 때문에 그 관계가 쉽게 끊어지리라 보지 않기 때문이다. 첫사랑과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어가는 사람들의 관계가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 보게 되었다. 감정도 물론 중요하지만, 감정만으로 두 사람의 관계가 지속되는 것은 아니니까.


[3월 19일] 리틀 맨하탄 Little Mahattan, 2005


감독 마크 레빈 Mark Levin

각본 제니퍼 플랙킷 Jennifer Flackett

출연 조쉬 허처슨 Josh Hutcherson, 샬롯 레이 로젠버그 Charlotte Ray Rosenberg, 신시아 닉슨 Cynthia Nixon, 브래들리 위트포드 Bradley Whitford

게이브는 킥보드를 타고 북쪽으로는 천문대, 남쪽으로는 72번가, 동쪽으로는 센트럴 파크, 서쪽으로는 리버사이드 파크로 경계 지어진 9블록을 누비는 10살 남자 아이다. 엄마와 아빠는 이혼 진행 중이지만, 뉴욕 법에 따라 아직은 함께 살고 있다. 단지 엄마는 침대에서 자고, 아빠는 소파에서 자며, 냉장고에는 각자의 이름표를 붙여놓은 물건들이 가득할 뿐. 게이브 또래의 남자아이들 사이에서 여자는 손도 대면 안 될 정도로 위험천만한 존재들이다. 그들은 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그렇게 남자와 여자 사이에 장막을 치고 살아왔다. 그러던 어느 여름 방학, 게이브는 가라데 수업을 듣기 시작하고, 그 수업에 로즈메리가 참여하게 되면서 게이브의 삶이 바뀌기 시작한다. 유치원 때부터 늘 보아왔던 로즈메리가 여자로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10살 게이브와 11살 로즈메리의 이야기는 너무너무 귀엽다. 여자를 다른 종족 보듯 했던 게이브에게 찾아온 변화는 그를 무척이나 당황하게 한다. 그래서 자신이 느끼는 감정을 충분히 전달하지 못하고, 그는 아닌 척, 모르는 척, 맞는 척한다. 그리고 망설인다. 이 순간 키스를 해야 하는 건가? 내가 키스를 제대로 한 건가? 내 키스가 싫었던 건가? 머릿속에는 자신과 그녀의 행동에 대한 물음표들이 한가득이다. 그런 모습들이 너무 좋았다. 처음이라서 모르는 것 투성이고, 그래서 어설프고, 그래서 괴로워지는 10살 남자아이의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결국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지 못하고 오히려 "I hate you"라고 말해버리고 나서 엉엉 울며 로즈메리를 목놓아 부르는 그 모습이 사랑 앞에 한 번쯤 아파본 적 있는 모든 사람의 마음 안에 갇혀있는 모습이 아닌가 생각했다. 가끔은 정말 처음 사랑을 하는 것처럼, 처음 누군가를 좋아하는 것처럼 그렇게 나 자신을 맘껏 던져보는 것도 후회 없이 사랑을 하는 방법이지 않을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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