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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Happy Eponine Apr 15. 2021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와 영화들

영화로 보는 미국의 6-70년대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를 보고 나오면서 참담한 마음을 금할 수 없었다. 사람이 사람을, 권력과 공권력이 한 개인을 이토록이나 잔인하게 짓밟을 수 있다는 것에 가슴이 답답해졌다. 얼마 전 '레 미제라블(Les Miserables, 2019)'을 보았을 때 느꼈던 복잡다단한 감정들이 다시금 살아나는 것 같았다. '분노'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너무 마음이 아리고, '슬픔'이라고만 표현하기에는 너무 마음이 요동치고, '아픔'이라고만 하기에는 너무 마음이 괴로운.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를 보면서 그런 감정이 느껴졌다. 


영화를 보면서 다른 두 영화를 꼭 보아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론 소킨 감독의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The Trial of the Chicago 7, 2020)'과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제이 에드가(J. Edgar, 2011)'였다. 그리고 두 영화를 보다 보니 미국의 6,70년대를 그려낸 영화들이 줄줄이 생각났고, 각 영화들이 드러내고자 했던 당시의 사회 상황과 정서를 이해하려면 이 모든 영화들을 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의 60년대부터 70년대 초반까지는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커다란 사건이 많았다. 꾸준히 진행되어 온 흑인 민권운동, 베트남전 파병과 반전운동, 케네디 대통령의 암살, 말콤 엑스의 암살, 마틴 루터 킹의 암살, 로버트 케네디의 암살, 워터게이트 스캔들, 닉슨 대통령의 사임, 그리고 이 모든 사건에 등장하는 FBI 국장 존 에드가 후버. 남의 나라 이야기라고 치부하기에는 생각해볼 것이 너무 많은 역사의 한 장을 영화를 통해 들여다 보고자 한다.



JFK, 1991


감독 올리버 스톤 Oliver Stone

각본 올리버 스톤 Oliver Stone, 재커리 스클러 Zachary Sklar

출연 케빈 코스트너 Kevin Costner, 잭 레먼 Jack Lemmon, 게리 올드먼 Gary Oldman, 시시 스페이섹 Sissy Spacek, 조 페시 Joe Pesci, 토미 리 존스 Tommy Lee Jones, 케빈 베이컨 Kevin Bacon

1963년 11월 22일 텍사스 댈러스를 방문 중이었던 케네디 대통령은 카퍼레이드 중 날아든 총탄에 맞아 사망하게 된다. 용의자로 지목된 리 하비 오스왈드는 극장에서 체포되고, 체포된 이후 잭 루비에 의해 살해된다. 1966년, 케네디 암살 사건을 조사했던 워렌 위원회의 보고서를 읽게 된 뉴올리언스 지방 검사 짐 개리슨은 보고서에 상당한 오류가 있음을 발견하게 되고, 자신의 팀과 함께 케네디 암살 사건의 진실을 찾기 위한 조사를 시작한다. 


말콤 X Malcolm X, 1992


감독 스파이크 리 Spike Lee

각본 아놀드 펄 Arnold Perl, 스파이크 리 Spike Lee

출연 덴젤 워싱턴 Denzel Washington, 안젤라 바셋 Angela Bassett, 앨버트 홀 Albert Hall, 앨 프리먼 주니어 Al Freeman Jr.

어린 시절부터 암살당하는 1965년 2월 21일까지 흑인 민권운동가였던 말콤 엑스의 삶을 보여준다.



셀마 Selma, 2014


감독 애바 뒤버니 Ava DuVernay

각본 폴 웹  Paul Webb

출연 데이비드 오옐로워 David Oyelowo, 카르멘 에조고 Carmen Ejogo, 오프라 윈프리 Oprah Winfrey, 톰 윌킨슨 Tom Wilkinson, 안드레 홀랜드 André Holland, 테사 톰슨 Tessa Thompson

1964년, 마틴 루터 킹 박사는 노벨 평화상을 수상한다. 앨러배마에서는 KKK단이 설치한 폭탄으로 인해 교회 안에 있던 4명의 흑인 소녀가 죽는다. 애니 리 쿠퍼는 선거인 등록을 하려고 갔다가 백인 등록관에 의해 그냥 돌아오게 된다. 법적으로 차별이 금지되어 있고, 흑인도 선거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지만, 실제 흑인들의 삶은 나아진 것이 없었다. 린든 존슨 대통령을 만난 킹 박사는 흑인들이 방해 없이 선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법으로 보장해달라고 요청하지만, 존슨 대통령은 빈곤 퇴치가 우선이라며 그의 요청을 거절한다. 또한 FBI 국장인 에드가 후버는 대통령에게 킹 박사가 문제라며 그의 결혼 생활을 방해할 계획을 세운다. 킹 박사는 다른 남부 기독교 지도자 회의(SCLC: Southern Christian Leadership Conference) 리더들과 함께 셀마에서 또 다른 일을 계획한다.

 


바비 Bobby, 2006


감독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Emilio Estevez

각본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Emilio Estevez

출연 드미 무어 Demi Moore, 샤론 스톤 Sharon Stone, 마틴 쉰 Martin Sheen, 크리스천 슬레이터 Christian Slater, 일라이자 우드 Elijah Wood, 에밀리오 에스테베즈 Emilio Estevez, 앤서니 홉킨스 Anthony Hopkins, 헬렌 헌트 Helen Hunt, 애쉬튼 쿠처 Ashton Kutcher, 샤이아 라보프 Shia LaBeouf, 린지 로한 Lindsay Lohan


1968년 6월 4일, 각자의 사연으로 LA의 앰배서더 호텔에 있던 사람들. 1968년이라는 시대를 대변하는 다양한 세대와 인종과 직업의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리고 그다음 날 자정을 조금 넘긴 시간, 민주당 대통령 후보 경선에서 승리하고 있던 로버트 케네디가 한 팔레스타인 청년의 총에 맞아 쓰러진다. 바비가 꿈꾸던 세상, 그리고 바비를 통해서 사람들이 꿈꾸던 세상은 그렇게 멀어져 간다.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 The Trial of the Chicago 7, 2020


감독 에론 소킨 Aaron Sorkin

각본 에론 소킨 Aaron Sorkin

출연 에디 레드메인 Eddie Redmayne, 알렉스 샤프 Alex Sharp, 사샤 배런 코헨 Sacha Baron Cohen, 제러미 스트롱 Jeremy Strong, 존 캐롤 린치 John Carroll Lynch, 야히아 압둘 마틴 2세 Yahya Abdul-Mateen II, 마크 라일런스 Mark Rylance, 조셉 고든 레빗 Joseph Gordon-Levitt, 벤 솅크먼 Ben Shenkman, 프랭크 란젤라 Frank Langella, 대니 플래허티 Danny Flaherty, 노아 로빈스 Noah Robbins, 마이클 키튼 Michael Keaton

1968년, 베트남전의 파병 인원이 늘어가며 반전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던 가운데, 평화를 외치던 민주당의 유력 대통령 후보였던 바비 케네디가 암살을 당하고, 민주당은 시카고에서 전당대회를 통해 험프리를 새 대통령 후보로 세우려고 한다. 그러나 험프리 또한 공화당의 대통령 후보였던 닉슨과 전쟁에 대한 견해차가 없는 인물이었다. 이에 반전 운동 세력들은 민주당 전당대회에 맞춰 평화시위를 하기로 하고 각각 시카고에 모여든다. 그리고 그곳에서 폭동이 발생한다. 5개월 뒤, 닉슨이 대통령에 당선되고, 새로운 법무장관으로 취임한 존 미첼은 검사 두 명을 불러 시카고의 민주당 전당대회 당시의 사건과 관련한 8명을 기소할 것을 명한다. 폭력 선동을 모의한 죄. 이미 심각한 불법이 없다고 판단되어 기소하지 않은 사건을 5개월 만에 다시 가져와 기소를 한 것이다. 기소된 8명과 사건의 변호를 맡은 컨슬러와 와인글라스는 굉장히 편향된 성향을 보이는 판사와 5개월 전 곳곳에 잠입해있던 경찰과 비밀요원들의 증언에 맞서 재판을 진행해 나간다.



유다 그리고 블랙 메시아 Judas and the Black Messiah, 2021


감독 샤카 킹 Shaka King

각본 윌 버슨 Will Berson, 샤카 킹 Shaka King

출연 다니엘 칼루야 Daniel Kaluuya, 라키스 스탠필드 LaKeith Stanfield, 제시 플레몬스 Jesse Plemons, 도미니크 피시백 Dominique Fishback, 애쉬튼 샌더스 Ashton Sanders, 마틴 쉰 Martin Sheen

1960년대 후반, 흑인 청년 빌 오닐은 FBI를 사칭하여 차를 훔친 죄로 붙잡히고, FBI 요원 로이 미첼은 그런 그에게 접근해 스파이 역할을 제안한다. 공산주의를 표방하는 흑표당(Black Panther Party)의 일리노이주 지부장인 프레드 햄프턴에게 접근하라는 것. 당시 FBI는 좌파 세력들을 잠재적인 테러리스트로 규정하고 이들을 소탕하는 데에 어떠한 방법도 서슴지 않았다. 흑표당에 들어가 프레드 햄프턴에게 접근한 것에 성공한 빌 오닐은 가까이서 그를 대하며 갈등을 겪고, 두려움에 휩싸인다.

프레드 햄프턴은 '트라이얼 오브 더 시카고 7'에서 바비 실의 재판을 돕는 인물로 등장하기도 한다.



더 포스트 The Post, 2017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 Steven Spielberg

각본 리즈 한나 Liz Hannah, 조쉬 싱어 Josh Singer

출연 메릴 스트립 Meryl Streep, 톰 행크스 Tom Hanks, 사라 폴슨 Sarah Paulson, 밥 오덴커크 Bob Odenkirk, 트레이시 레츠 Tracy Letts, 브루스 그린우드 Bruce Greenwood, 매튜 리스 Matthew Rhys, 앨리슨 브리 Alison Brie, 제시 플레몬스 Jesse Plemons

케이 그레이엄은 남편이 죽은 뒤, 워싱턴 포스트의 발행인으로서 회사를 이끌고 있다. 1971년, 그녀는 재정난을 피하기 위해 주식을 발행하기로 하고, 바로 그 시기 뉴욕 타임즈에서는 국방부 문건을 공개하며 베트남전에 질 것을 알면서도 계속해서 파병 인원을 늘려갔던 정부를 폭로하는 기사를 낸다. 이에 닉슨 정부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뉴욕 타임즈를 기소하고 관련 기사를 더 이상 내지 못하게 가처분 신청을 낸다. 그 사이,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 백디키안은 국방부 문건을 손에 넣게 되고, 편집장인 벤과 발행인 케이는 회사를 상장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기사를 실을 것인지 갈등하게 된다. 

영화 후반, 이 사건으로 닉슨 대통령은 워싱턴 포스트 기자들의 백악관 출입을 금지시켰다는 자막이 나오고, 후일 닉슨의 사임을 이끌어내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잠깐 보여준다. 이 부분은 다음의 영화 '대통령의 음모 All the President's Men'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대통령의 음모 All the President's men, 1976


감독 앨런 J. 파큘라 Alan J. Pakula

각본 윌리엄 골드먼 William Goldman

출연 로버트 레드포드 Robert Redford, 더스틴 호프먼 Dustin Hoffman, 잭 워든 Jack Warden, 핼 홀브룩 Hal Holbrook, 제이슨 로버즈 Jason Robards

1972년 6월 17일,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본부에 도둑이 들었다는 신고가 접수된다. 다음날 워싱턴 포스트의 신입기자 밥 우드워드는 사건을 취재하러 법원에 가고, 현장에서 잡힌 5명의 범인을 변호하기 위해 고액 변호사가 투입된 것, 범인 중 한 명이 CIA 출신이라는 것, 범인들이 도청장치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 등을 알게 된다. 또한 이들이 닉슨 대통령의 보좌관인 찰스 콜슨의 직원 하워드 헌트와 관계가 있음을 알게 되고, 이 사건이 단순한 절도 사건이 아니라 닉슨 대통령의 재선위원회와 깊은 연관이 있음을 밝혀나가게 된다. 밥 우드워드는 칼 번스틴이라는 기자와 함께 이 사건을 깊이 취재하기 시작하고, 익명의 제보자 'Deep Throat'의 도움으로 길을 찾아간다.



백악관을 무너뜨린 사나이 Mark Felt: The Man Who Brought Down the White House, 2017


감독 피터 랜즈먼 Peter Landesman

각본 피터 랜즈먼 Peter Landesman

출연 리암 니슨 Liam Neeson, 다이안 레인 Diane Lane, 토니 골드윈 Tony Goldwyn, 조쉬 루카스 Josh Lucas, 마튼 쵸카쉬 Marton Csokas

1972년, FBI 국장인 존 에드가 후버가 죽은 후, 닉슨 대통령은 패트릭 그레이를 국장 자리에 앉힌다. FBI는 다른 어떤 기관이나 정부로부터 간섭받지 않는 독립된 기관이었으나 후버가 죽은 이후 정부의 간섭이 시작된다. 특히 6월 17일, 워터게이트 사건이 발생하면서 부국장인 마크 펠트는 수사를 빨리 종결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다. 마크 펠트는 워터게이트 사건을 취재 중인 워싱턴 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에게 몰래 관련 사항들을 제보하기 시작한다. 

결과적으로 그의 제보가 워터게이트 사건의 진실을 밝히는 데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것은 맞지만, 과연 그것이 진실과 정의를 추구하기 위한 것이었는지, 아니면 닉슨 행정부로부터 FBI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었는지는 생각해 보아야 할 문제이다.



제이 에드가 J. Edgar, 2011


감독 클린트 이스트우드 Clint Eastwood

각본 더스틴 랜스 블랙 Dustin Lance Black

출연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Leonardo DiCaprio, 나오미 왓츠 Naomi Watts, 주디 덴치 Judi Dench, 아미 해머 Armie Hammer, 제프리 도노번 Jeffrey Donovan

미국 FBI의 초대 국장이었던 존 에드가 후버의 일대기를 영화로 옮겼다. 1910년대와 20년대에는 급진적인 공산주의자들로부터, 3,40년대에는 마피아와 갱들로부터, 이후엔 신좌파들로부터 나라를 지키기 위해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했던 그. 일찌감치 과학적 수사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관련 부서를 만들고, 정보의 중요성을 깨닫고 도청과 잠입요원 등을 이용해 각종 정보를 수집했다. 그가 수집한 정보들은 그를 대통령마저 두려워하는 대상으로 만들어줬다. 그러나 과연 그는 국가와 국민을 위해 일했던 걸까? 그가 지키려고 했던 나라는 어떤 나라였던 걸까? 그가 지키고자 했던 국민들은 누구였던 걸까? 과연 그는 죽을 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을 후회했을까? 아니면 정당화하려고 노력했을까? 어쩌면 그럴 여유도 없이 죽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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