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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Jun 15. 2022

매직 카펫 라이드 송

“인생은 한 번뿐,  후회하지 마요. 진짜로 가지고 싶은 걸 가져 봐요  ~ “


미루고 미루던 일을 휴직을 하고서야 해치웠습니다.


아들이 다니는 작곡 학원에 보컬 트레이닝을 받으러 갔습니다.

아들 레슨비 내러 갔다가 보컬 트레이닝도 해준다는 광고를 얼핏 봤는데 그게 목에 가시처럼 내내 걸려 있었던 것 같습니다.


평생 노래 잘하는 사람 부러워만 하다 죽는 게 싫었습니다.

더 미루다 가는 내년 새해 소원으로 빌다가 또 그다음 새해 소원으로 어영부영 넘길 것 같아 그냥 했습니다.


“아이고~~ OO이 어머님 아니십니까?”

“아…네…. 저…. 선생님, 여기 노래도 가르쳐 준다면서요? 저 노래하고 싶어요”


아직 앳된 얼굴에 잘해야 30대 초반으로 보이는 남자 원장 선생님이신데 뭐든 다 된다는 표정으로 카운트로 안내하더니 결제 금액부터 누르시더군요.


“어머니~~ 가족 할인해서,  원래 18만 원인데 16만으로 해드릴게요”

“16만원? 헐~~~ ㅜㅜ”


보컬 트레이닝 받아서 전국노래자랑 갈 것도 아닌데, 넘 비싸다! 우짜지? 머릿속 셈법이 복잡했습니다. ‘쳇! 아들 작곡비는 맨날 대주면서 까이것 나 위해서 이 정도를 못 해?’ 하는 용기가 툭 튀어나오더군요.


서울역 앞에 선 촌부처럼  휘둥그레진 눈으로 멀뚱멀뚱  서 있으니, 방음 부스 안으로 들어가자 합니다.


열심히! 아주 열심히  그것도 손짓 발짓까지 해가며 그동안 노래 못한 이유를, 아니 노래를 하지 않았던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습니다.


“하하~ 어머니, 이해합니다. 그럼 일단 노래부터 듣고 나서 어머니가 음치인지 박치인지는 제가 판단해볼게요~ 무슨 노래를 부르고 싶으세요?”

“자우림의 매직 카펫 라이드 송이요”

“음… 어머니~ 테스트용이니깐 편한 노래로 하셔도 됩니다.”

“아……. 그럼, 개똥벌레요.”


첫 박자 놓칠까 신호까지 주셨지만 너무 긴장한 탓에 놓쳤습니다. 마지막으로 노래방 마이크 잡아본 것이 언제던가 생각도 안 나는데 말해 뭐하겠습니까?


아, 모르겠다! 처음 보는 사람 앞에서 떠는 내가 싫어서 그냥 나오는 대로 내질렀습니다.

“나는 개똥벌레~ 어쩔 수 없네~  “

"오~ 어머니! 꾸밈없이 깨끗하게 부르시네요. 게다가 음치, 박치 전혀 아니세요."


그렇게 뜻 모를 자신감을 얻고 나서 벌게진 얼굴 식혀가며 30분 동안 발성학(?) 개론을 들었습니다. 다음 주까지 들숨에 기도로 들어온 공기를 목구멍으로 잠근 후 서서히 날숨으로 빼는 호흡 연습을 해오기로 하고 나왔습니다.


돌아오는 차 안에서 자우림의 매직카펫 라이드 송을 맘껏 틀고선 들숨인지 날숨인지는 잊어버린 채 신나게 불러제꼈습니다.


“이렇게 멋진 파란 하늘 위로 나르는 마법 융단을 타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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