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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안 Jun 26. 2022

내 인생 억울해

“왜 나만 이렇게 손해 보는 인생이어야 해?”   

  

결혼해서 여태껏 독박육아, 가사를 전담하며 주말부부를 해 온 내 삶이 너무 억울하여 남편에 대한 원망과 화는 나이가 들수록 커져서, 갱년기를 겪을 나이에 이르자 분노로 바뀌었다. 활활 타올라 나를 삼킬 것 같았다.     


코로나 이전부터 나의 몸과 마음은 꺼멓게 썩어 있었다. 주말부부인데다 시댁, 친정 모두 떨어져 있어 내가 무너지면 아이들을 돌봐 줄 사람이 없었기에, 아플 수 없다가 아니라 아프면 안 되는 몸처럼 여기며 악으로 깡으로 버텨냈다. 두 아이 스스로 밥 챙겨 먹고 학교에 다닐 수 있는 나이가 되자 소리 없이 실금만 내던 몸이 와르르 무너지기 시작했다. 허리 디스크가 너무 심해 다리는 끌고 다녔으며 위염, 갑상선 호르몬 약을 장복했지만 만성 피로로 절절매며 직장을 다녔다. 시도 때도 없는 두통과 구토로 한 달에 한 번은 탈수로 응급실행이었다. 너무 자주 아프니깐 남편도 점점 무관심으로 일관했고 결국 나만 손해였다.    

 

“나는 고아 같아. 이렇게 열심히 사는 나를 아무도 인정해주지 않아, 나 너무 힘들어. 쉬고 싶어….”     


세상은 너무 불공평했고 나 혼자 독방에 갇혀 있는 것처럼 괴로워하며 살았다. 세상을 원망하는 마음으로 살다 보니 주변 사람들과 자잘한 마찰로 생채기가 깊어졌고 억울한 마음 위로받으려다 되려 억울함을 당하기도 했다. TV 막장 드라마를 봐도 한심한 건 오히려 내 인생이라 재미를 못 느낄 정도로 괴로웠고 세상을 비관했다.   

  

제 발로 법륜스님의 정토불교대학을 찾아갔다.

정토회 천일결사 기도 참회문으로 괴로움의 독화살이었던 남편을 대상으로 “남편에게 숙이며 살겠습니다.”를 정한 후, 매일 새벽 5시 108배를 하기 시작했다. 너무 하기 싫어 무릎이 꿇어지지 않는 날에는 원망하는 마음이 언젠가는 녹아내려 더는 괴롭지 않기를 희망하며 했고, 그것조차도 먹히지 않는 날에는 그냥 절 운동한다 생각하며 했다.

     

결코 쉬울 리 없었다.

어떤 날은 “이 모든 것은 당신 탓이야.” 미운 감정이 올라와 폭발 직전의 압력솥처럼 씩씩대며 했고, 또 어떤 날은 “왜 나만 숙여야 해?”하며 설움에 복받쳐 절 방석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울기도 했다. 그래도 했다. 더는 괴롭기 싫어서.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부부싸움을 회상하던 어느 날, 싸우던 장면이 마치 눈앞의 현실처럼 생생한 드라마로 재현되었다.

“진짜! 그만해라! 나는 당신이 가르치는 학생이 아니다 했다!”

“아니, 내 의견을 말했을 뿐인데 왜 성질부터 내며 발끈하는데?”

“제발 나보고 이래라 저래야 가르치려 들지 말란 말이야!

화가 머리 끝까지 나서 정색하며 대화를 홱 끊어버리는 남편을 돌려세우려는 순간, 남편의 얼굴 대신 모진 말로 상처를 주려고 화를 만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화를 폭발시키기 위해  더 자극적인 말과 감정으로  나 자신을 자극하며  악쓰있있다. 참 못난 내 꼬라지를 있는 그대로 봤다.


제 눈에 박힌 들보는 보지 못하면서 남의 눈에 든 가시를 빼내겠다고 아우성치는 꼴이었다.     

“좀 더 열심히 잘하란 말이야. 아니 이렇게 하지 말고 저렇게 해달란 말이야. 아니! 아니! 내 마음에 들게 쫌 제대로 하란 말이야!”     


남편을 마치 뜯어고쳐 쓸 수조차 없는 불량품인 양 취급하며 무시하고 있음을 깨달았다. 남편으로서, 아빠로서, 가장으로서, 무엇보다도 한 존재로서 자신을 인정해달라는 간절한 외침이 온몸으로 들어와 가슴을 울렸다.     


“여보… 미안해….”     


내가 원하는 모습의 남편으로 뜯어 고쳐서 내 욕심대로 살려고 했구나. 내 맘대로 남편을 해석했구나. 존재가 아니라 역할로서만 남편을 보았구나. 내가 문제임을 인정했다. 그러자 마음이 우주만큼 열렸다.  

    

내 마음 하나 열었을 뿐인데 우리 남편이 달라졌다. 금요일만 되면 타지에서 근무하는 남편이 전화부터 한다. 주말에 요리를 전담하고 있기 때문이다.

“여보~ 뭐 먹고 싶어? 가는 길에 장 봐서 갈게.”

“여보~ 아침 다 됐다. 밥 무라~”     


얼마 전 돌아오는 산책길에서 내가 어디가 좋으냐고 불쑥 물었다.     

“내 마음 잘 읽어줘서 좋아.”


예전엔 말 없고 무뚝뚝한 남편이 나를 무시하는 것 같아 늘 불만이었는데 요새는 말이 필요 없는 눈빛 대화가 더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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