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 독서모임 마무리의 변
어젯밤 꿈은 자고 일어났는데도 좀 생생했다. 아이가 학교에서 받아온 애벌레가 하루 만에 다 자라 버린 것도 모자라 기괴한 생물체가 되었는데 그 괴생물체가 마냥 즐거운 표정으로 장난치던 아이를 물고, 자기 집에 조용히 자고 있던 새끼 고양이도 사정없이 물어뜯는 꿈이었다. 어쩔 줄을 모르다가 깨서는 너무 불쾌한 기분이었다. 꿈을 잘 꾸지도 기억하지도 못하는데 기억이 남았을 때 꿈해몽을 검색해 봤다. 본인이 동물을 잡아먹는 꿈은 문제 해결을 뜻하고 잡아먹히는 걸 보는 꿈은 마음의 성가심을 뜻한다고 하는데 나를 성가시게 하는 것이 무엇이간디.
다음 주가 벌써 7월이어서 이번 주는 상반기를 정리하는 기간이었다. 사실은 그런 줄도 모를 만큼 좀처럼 안정감을 갖지 못하기도 했다. 대통령이 바뀌어도 여전히 내 삶은 똑같은 이 느낌.
3월부터 도서관에서 운영하는 독서모임 2개에 참여하고 있다. 기존에 참여하던 모임이 있고 다른 모임은 어떤가 궁금한 마음에 새롭게 하나를 추가해 봤는데 상, 하반기 4달씩만 운영되는 모임이라 지난주와 이번 주에 상반기 마지막 모임을 가졌다. 그 시간을 지나며 나는 무엇이 힘들었을까.
생각해 보면 책 읽고 이야기 나누는 작은 일상이다. 그렇지만 친인척 없는 동네에 우리 가족만 덩그러니 살던 1n 년만에 내 이름을 아는 사람들을 만나는 일이 생기니 에너지와 마음을 쓰게 된다. 이 사람들과 함께 살고 있었구나 이 동네에서. 이런 감각은 기분 좋은 긴장감을 유발한다. 안 그럴 것 같이 생겼지만 내향형이라 길에서 아는 사람을 만나도 자연스럽게 손이 올라가지 않는데 마음 놓고(?) 아는 척할 수 있게 된 것이 신기한데 그 매개가 책이라서 더 좋은 것도 같고.
참여하는 독서모임에서 이야기가 잘 안 풀리고, 핑계가 길어지는 멤버들을 보면서 속상하던 중에 남편에게 이런저런 하소연을 했더니 남편이 물었다.
"넌 책모임 왜 해?책은 그냥 읽으면 되잖아"
그래서 생각을 해보니까 책모임은 결국 입과 귀로 책을 읽으러 가는 일인데 왜 갈까. 나는 무엇을 얻으러 가는 걸까. 정리되지 않은 마음으로 빠르게 내린 결론은 '내가 책 속에서 무엇을 발견했는지 말하러' 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나 그 책 읽었잖아'라고 말하는 것과는 조금 다른데, 그래서 내가 그 책을 통과하며 어떤 변화를 겪고 있는지를 말함으로써 나아지고 있음을 확인하려는 시도가 아닐까,.. 까지 생각했다. 거창하게 말해본 것이고 나를 위해 간다는 얘기다.
그런 책모임 들도 비슷한 듯 하지만 성격이 다른데 읽는 책이 다르고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다르다. 책모임은 물론 책을 잘 고르는 게 중요하다. 좋은 책을 고르는 안목은 여전히 고군분투하는 영역이지만, 어떤 책이어도 이야기를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재미가 있으면 있어서 신나게 이야기하고 재미가 없다면 왜 이 책이 망했는지를 말하면 된다. '재미없으니 이 모임은 가지 말아야지.'가 아니고. 그래서 책모임은 말이 중요하다. 어떤 내용을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 이건 사회화 영역이고 이때 예절이 끼어든다. 사회가 점점 개인의 가치를 중시하다 보면 예의범절은 까마득하고 고리타분한 느낌마저 준다. 삼강오륜 이런데까지 갈 필요도 없이, 말속에 은연중에 드러나는 타인에 대한 시선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모습을 보니 어떤 게 옳은지, 내가 믿고 있던 가치들에 대해 질문하게 된다.
나는 어떤 사람으로 보이고 싶지?
어떤 사람이 되려는 거지?
책모임 속의 나는 질문하는 사람이고 싶다. 내 안에 질문이 자연스럽게 생겨나 그 질문 안에서 사람들이 골머리를 앓게(?) 만들고 싶다. 끙끙대는 마음으로 고민한 것만 내 것이라고 믿는 꼰대같이 피곤한 마음이다. 그저 사람 좋은 멤버이고 싶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무례하고 싶지도 않은 욕심. 무언가를 더 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보탬이 돼야 하지 않을까 어리석게 혼자 고민을 하다가 마지막 책모임을 마치고 책걸이를 하면서 이야기를 듣다 보니 우리에게 있는 집단지성을 자꾸 잊고 내가 참 오만했다 것을 깨달았다. 뭐 얼마나 대단한 책들을 읽는다고 이러는 것인가. 그 책이나 이 책이나. 그 모임이나 이 모임이나.
여전히 '더 많이 말하게 하고 싶다'는 욕망은 있지만 그 형식에 있어서는 내 독단을 버려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하던대로 아무것도 안해야지. 일단은 책을 잘 읽어야지. 누굴 탓하랴. 나만 잘하면 될 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