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원 꽃으로 크리스마스 소품 만들기
꽃과 식물을 키우기 시작할 무렵, 처음 스트로 플라워를 알게 된 곳은 코네티컷에 있는 트렌디한 가든센터에서였다. 마른 꽃코너에 리스로 만들어져 있었는데 , 빈티지하고 종이 같은 느낌이 특이해서 좋았다. 한참 드라이플라워에 관심 있던 터라 정원에 심기 위해 모종을 구하려고 이곳저곳을 다녔는데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할 수 없이 씨를 구해서 파종을 해야겠다고 생각을 하고 방문한 마지막 가든센터에서 모종을 구할 수 있었다. 봄과 여름 내내 정원에 심어놓고 관찰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꽃이 피었을 때나 말랐을 때 느낌이 같다. 보통은 꽃을 말리면 쪼그라드는데 크기도 꽃 모양도 변하지 않고 그대로이다.
말린 스트로 플라워를 보니 , 일단 인스타에 올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얼마 전부터 정원 꽃으로 만든 소품 시리즈를 피드에 올리고 있는데 팔로우들의 반응이 좋아서 정원 꽃들만 보면 뭔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은 의욕이 생겼기 때문이다. 뭘 만들까? 궁리를 하다가 스트로 플라워를 이용한 가랜드로 결정을 했다. 가랜드는 영어 Garland: 장식이란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 주로 긴 줄이나 니뭇가지에 여러 가지 소재를 규칙적으로 배치하는 것을 말한다. 가을이고 해서 말린 과일을 덧붙여서 꽃과 함께 만들기로 했다.
우선 가랜드 손잡이로 쓸 두툼한 나뭇가지 하나를 산책 다녀오다가 공원에서 주워 왔다. 그리고 주재료로 쓰일 오렌지 말린 것, 스트로 플라워, 정원에서 잘라온 주목나무잎을 준비했다. 식물 이름 쓰는 데 사용하는 동그란 나무 이름표는 과일과 꽃을 붙일 용도로 나뭇가지를 감아줄 갈색 마끈도 준비하였다.
재료 준비가 다 되었으니 만들기만 하면 된다. 시험 삼이 한 개를 샘플로 만들어보고 어떻게 만들지를 결정을 하는데 생각보다 예쁘지가 않아서 여러 방법으로 시도해봤다. 한 번에 예쁘게 만들어질 때도 있지만 , 이렇게 잘 안될 때도 있다. 갑자기 내가 이걸 왜 하고 있지?부터 시작해서 하지 않을 만 가지 이유가 떠오른다. 취미도 꾸준하게 한다는 건 쉽지 않나 보다. 암튼 더 이상 진전이 없어서 식물 작업실에 그대로 놔둔 채 다음날 다시 해보기로 했다.
다음날 , 새로운 마음으로 오렌지 말린 것에 스트로 플라워 꽃과 주목나무 잎을 받침으로 만들어보니 모양새가 괜찮다. 마무리로 동그란 나무 이름표를 붙여주었더니 짱짱하고 깔끔하다.
다 완성하고 나니 원래 의도했던 대로 말린꽃이 있어서 가을향기도 나고, 초록잎 때문에 크리스마스 냄새도 난다. 일단 완성품을 이곳저곳에 응용해봤다. 심심했던 하얀 벽에는 가랜드로. 주목나무에는 크리스마스트리로 장식해봤는데 오렌지가 있어서인지 제법 상큼한 향도 나고 보기도 좋다.
여기서 끝이 아니다. 포장할 때는 악센트로 사용했더니 향기도 나서 좋고, 친정 할머니에게서 물려받은 70년 된 나무 그릇에 도토리와 함께 넣어 거실 한쪽에 놨더니 멋스럽다.
나는 봄에 정원에 심을 식물을 고를 때 될 수 있으면 말려서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한다. 대학교 4학년 때 돌아가신 아버지는 늘 " 공부가 공부로 끝나서는 안되고, 응용할 수 있어야 한다 " 고 하셨는데 난 매사에 이런 점을 염두에 두는 편이다. 취미생활을 하면서도 응용할 구실을 나도 모르게 찾게 된다. 꽃과 식물이 좋지만, 보고 즐기는 것으로만 끝나고 싶지 않아서 꽃을 실컷 보고 난 후엔 생산적인 것을 만들어보고, 인스타에도 올리고 선물도 한다.
그리고 하나의 완성품을 만들기 위해 보이지 않는 많은 시도와 노력을 하고 수없이 사진을 찍고 연습을 한다. 꽃으로 작업하는 일은 대체로 힐링 시간이지만 가끔은 번거로울 때도 있다. 그럴 때엔 차곡차곡 쌓여있는 포트폴리오를 보면서 스스로를 다독인다. " 이것 봐 그동안 열심히 잘했네. 뭐든지 하기 싫을 때는 잠깐 쉬었다가 바로 돌아와. 그러고 나면 또 괜찮아져. 너무 오래 쉬면 더 하기 싫어져. " 수없이 많은 이런 순간들을 보내고 난 후. 난 또 언제 그랬냐는 듯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정원의 꽃들을 돌보고, 그들의 흔적을 소품으로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