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미니멀리즘을 추구했다. 집안에는 꼭 필요한 가구만 있고 장식장이나 서랍장도 없었다. 공간이 복잡해지는 게 싫어서 꼭 필요한 소품은 간단하게 만들어서 쓰고 싫증 나면 부담 없이 해체하곤 했다. 어느 날 문득 집을 둘러보는데 너무 삭막하고 차갑다고 느껴졌다. 집은 깔끔했는데 따뜻함이 없고 좀 외로워 보였다. 여러 생각을 하다 반려 식물 중 제일 키우기 쉽다는 스킨답서스 한 포트를 사다가 키우기 시작했다. 처음 키워보는 식물이었지만 번식을 잘해서 지인들에게도 나눔하고 지금까지 잘 키우고 있다. 썰렁하던 집에 초록 식물이 들어가니 집이 조금씩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한 포트로 시작한 스킨 답서스의 번식
식물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우리 부부는 2주에 한 번꼴로 회원할인을 해주는 수요일마다 가든 센터에 간다. 30분 정도 고속도로를 달려야 해서 집에서 커피와 간식을 준비해서 소풍 겸해 다니고 있다. 그런데 지난주에 가든 센터를 가보니 1년에 단 한 번만 하는 반가운 세일 사인 판이 붙어있었다.
가든 센터 입구의 싸인판
평소에도 식물을 사러 가기보다는 구경을 하러 간 경우 가 많았다. 계절마다 피는 식물들도 살펴보고 익히기에 가든 센터보다 좋은 곳이 없기 때문이다. 보다가 궁금한 점은 종업원들이 친절하게 알려준다. 우린 일단 한 바퀴 쭉 들러보기로 했다. 들어가자마자 보이는 것은 카랑코에와 시클라멘꽃이었다. 가성비도 좋고 꽃이 귀한 겨울에 오랫동안 예쁘게 피워서 인기 만점인 꽃이다.
시클라멘과 카랑코에
구멍 뽕뽕 뚫린 특이한 잎의 몬스테라는 처음엔 구멍이 없이 나오다가 점점 새잎이 나면서 구멍이 나오고 그 후엔 아예 찢잎이 나온다. 처음 보면 별로 호감이 안 갈 수도 있는데 인테리어 초과가 좋고 공기정화식물이라고 해서 요즘 아주 핫한 식물이다.
알로카시아는 불링불링한 광택의 시크한 느낌이 아주 매력 있는 식물인데 모던한 느낌 때문에 사랑받는 반려식물이다. 시원스러운 잎맥은 이국적인 느낌이 들어 공간을 세련되게 해 준다.
몬스테라와 알로카시아
칼라데아는 화려하고 독특한 잎으로 어디 가나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식물이다. 조각가가 무늬를 새겨놓은 듯한데 종류가 많고 저마다의 독특한 매력이 있어 선호하는 식물이기도 하다. 무엇보다 칼라데아의 신기한 점은 낮과 밤이 바뀌는 야누스 같은 모습이다. 낮에는 활짝 펼쳐져 있고 밤에는 오므라져 있어서 기도하는 식물이라는 애칭으로 불리고 있다.
다양한 칼라데아
고사리과는 초록의 싱그러움 때문에 인기가 많은데 키우기도 쉬워서 사랑받는 식물이다. 사계절 내내 초록의 잎들을 보고 있으면 마치 작은 폭포가 떨어지는 것 같아 더욱 시원하게 느껴진다.
다양한 종류의 고사리
파키라는 자라면서 길쭉한 키에 무성한 잎이 특징인데 마음을 안정시키고 집중력을 높여 준다고 한다.
이름도 어려운 디펜바키아는 수채화로 그린 듯한 무늬가 시원스러워 마치 해변에 와 있는 듯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넓은 잎이 습도조절을 잘해서 농촌진흥청이 발표한 포름 알데히드 제거 능력이 가장 우수한 식물로 선발되어서 집들이 선물로 인기가 좋다.
파키라와 디펜바키아
식물들을 보고 나면 화분을 파는 섹션이 있다. 도자기, 토분, 플라스틱, 시멘트, 고무로 만든 다양한 화분들이 용도에 맞게 준비되어 있다.
다양한 화분섹션
우리는 여러 차례 매장을 돌다가 남편의 로망이었던 레몬 나무를 구입했다. 나는 좀 큰 나무를 사고 싶어 오랫동안 세일하기를 기다렸던 외목대 ficus moclame (무화과속의 일종)와 반질반질한 홍콩야자를 아주 좋은 가격에 사왔다.
구입한 나무들
많은 식집사들이 식물을 집에서 키우며 많은 위로와 힐링을 받는다고 한다. 전문 가드너인 박원순 작가는 "식물의 위로"란 책에서 "우리는 식물을 돌보고 키우지만, 식물에게 보낸 마음이 도리어 나를 정화하고 험한 세상에서 용기를 잃지 않게 하는 힘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 나 또한 인생의 제일 어렵고 아픈 시간에 식물을 만났다. 외롭고 힘든 마음을 위로해 줄 무언가가 필요했는데 그 무언가가 나에겐 식물이었다. 그리고 식물을 키우며 많은 치유와 마음의 안정을 경험했다.
나는 가든 센터에서 사 온 식물의 분갈이를 해주고 구입날짜와 이름을 꼼꼼히 기록해서 새 화분에 넣어 주었다. 생크림 가득 넣어 달콤해진 아인슈페너 커피를 만들어 마시며 새 식구가 된 식물들과의 행복한 동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