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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부부의 풍요로운 가드닝이야기

"단밍이네 어린 정원"을 읽고

by 해피가드너



지난해에 텃밭을 하던 뒷마당을 꽃과 나무가 있는 정원으로 리모델링을 하면서 유튜브 "단밍이네 어린 정원"을 처음 접했다. 영상도 차분하고 배울 점이 많아 자주 시청하며 참고했다. 그러던 중, 얼마 전에 인스타 피드에서 책 출간 소식과 함께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광고를 봤다. 서평 쓰기에 도전해 보고 싶었지만, 뉴욕까지 책을 보내줘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어 한 번도 시도를 못 했다. 그러나 이 책은 꼭 읽어보고 싶어 신청했는데 감사하게도 당첨이 됐다. 친정엄마가 책을 받아 뉴욕으로 보내 주셔서 읽을 수 있었다.


20230402_160053.jpg 책과 함께 보내주신 백일홍씨앗


이 책은 젊은 부부의 자연을 품은 풍요로운 가드닝이야기이다. 부부는 버킷리스트인 전원주택으로 이사하며 허허벌판에 나무, 꽃, 땅을 일구어 간다. 따뜻하고 풍부한 감성을 지닌 안주인 고현경 님은 정원이라는 도화지에 그림을 그리고, 도예가이며 다양한 취미생활을 하는 남편 이재호 님은 아내를 도와 목공을 하고 망치질하면서 함께 정원을 만들어 간다. 1년 동안 동화같이 아름다운 정원을 완성하여 가는 과정을 그린 책이다.


대문을 지나 좁고 작은 길로 들어가면 그들만의 시크릿가든이 있다. 그곳에서는 사계절 꽃과 나무의 변화된 모습뿐만 아니라 차분하게 꽃들과 시선을 맞추며 잠시 멈출 수 있다. 그들은 화려한 꽃과 나무가 있는 공간으로만 가꾸려고 하지 않고, 식물과 함께 성장하고 그 과정을 즐긴다. 식물의 뻔한 이야기보다는 식물과의 조화, 그리고 함께 성장하고 사라지는 이야기를 나눈다.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 자신을 온전히 녹여 스미게 한 과정을 기록하고 있다.


내가 정원을 만들며 어려웠던 부분에선 해답도 얻었다. 꽃이 예쁘다고 이것저것 사다 보면 정원이 알록달록해져서 마음에 들지 않았다. 책에서는 정원을 디자인하고, 먼저 꽃의 색과 톤을 결정하라고 충고한다, 그런 후에 개화 시기와 꽃들의 키를 조정하여 심어주어 서로 돋보이게 하라고 쓰여 있었다. 이 모든 것을 머릿속에 그릴 수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그러기 위해 정원사는 자신의 정원에 어울리는 꽃을 잘 알아야 하고 늘 꽃에 관해서 공부해야 한다. 조화롭고 풍성한 정원은 오로지 헌신한 정원사의 선택과 노력 덕이라고 말하고 있다.


에필로그에 쓰인 작가의 글은 공감이 많이 됐다.

꽃을 키운다는 것은 오랜 준비와 과정이 필요하다.
자연의 시와 때를 알아야 하고 겸손하고 지혜로워야 한다.
한곳에 머물러야 해서 땅을 알고 그 속의 알맞음을 준비해야 한다.
한 해를 살다 지는것에 대해 아쉽지 않아야 하며,
내년에 다시 필 거라는 희망 이전에 애쓴 뿌리와 줄기의 노고를 이해하고 보듬어야 한다.


책에서는 정원에 대한 내용뿐 아니라, 일반적인 식물의 이해, 식물의 환경, 정원 그리기, 화단 만들기, 4계절 가드닝, 정원 꽃들을 사진과 자세한 설명으로 기록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살짝 아쉬웠던 점은 정원이 주는 위로와 치유로서뿐 아니라 꽃의 재활용과 여러 생산적인 일들.. 예를 들어 정원 꽃들로 소품 만들기나 져버린 꽃의 활용에 대한 길잡이도 다뤘으면 좀 더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 생각해 본다. 그러나 책의 내용이 아주 충실해서 사전처럼 요긴하게 볼 것 같아서 가까운 곳에 두고 늘 참고 하려 한다.


20230420_113832.jpg 책의 내용중 일부


트랜드분석가 김용섭의 라이프트랜드 2022년에선, 메가트랜드 1위로 가드닝과 반려 식물을 꼽았다. 구글 분석에선 반려 식물이 반려동물을 넘어섰다고도 한다. 가드닝이 취미와 유희가 되어있고, 이미 식물 카페는 자리 잡은 지 오래다. 그뿐만 아니다. 나이 들어서 소일거리라고 생각했던 가드닝을 지금은 수많은 젊은 세대들도 즐긴다. 코로나 팬데믹 이후로 자연에 대한 갈망이 높아지면서 보편적 트랜드로 자리 잡고 있다는 뜻이다.


정원을 가꾸며 나 혼자 위로받고 즐기기에는 너무 아깝다는 생각이 든다. 정원에서 핀 꽃들로 소품도 만들고, 함께 즐기는 의미 있는 공간이 되면 좋겠다. 정원 구석에 작은 공방도 좋고 지인을 위한 시간제 가든 카페도 만들어 보고 싶다. 이 책을 읽으며 좀 더 경험을 쌓아 정원에서 나오는 꽃들을 이용해 만든 여러 소품들과 다양한 스토리를 기획해서 책을 써보고 싶다는 도전도 함께 받았다.


Screenshot_20230420_085015_Instagram.jpg 씨앗파종한 한련화과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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