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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Jun 24. 2023

미국엔 아버지날이 있다.

세상의 모든 아버지 감사합니다. 

미국은 6월 세 번째 일요일이 아버지날이다. 

처음 미국에 왔을 때 어머니날과 아버지날을 5주 차이로 따로 기념하는 게 생소했다. 아버지날엔 육신의 아버지뿐만 아니라 아버지 역활을 해주시는 분께 간단한 선물을 하며 고마움을 표시하기도 한다. 


올해에도 어버지날을 며칠 앞두고 딸이 유명 레스토랑에서 함께 식사하자는 연락이 왔다. 복잡한 식당보다는 남편이 만든 작은 쉼터에서 하는 게 뜻깊을 거 같아 집에서 하자고 제안했다. 음식은 가족 모두가 분담해서 간단하게 하기로 했다. 정원 꽃으로 세팅한 테이블 위에 각자 준비해 온 음식을 나누며 어릴 적 추억담을 나눴다. 


딸은 어릴 적에 아빠가 주말마다 책방에 데려가셔서 함께 책을 실컷 읽었던 기억, 매일 아파트 내 놀이터에서 퇴근하는 아빠를 기다렸던 이야기를 했다. 한번은 모르는 문제를 도와달라고 했는데 설명 듣다가 졸려 한참 자다 일어나보니 그때까지도 아빠는 열심히 설명 중이었다는 일화를 들으며 함께 즐거워했다. 우린 오랜만에 가족사진도 찍고 카드와 금일봉도 받으며 의미 있는 아버지날을 보냈다. 



다음은 오랫동안 가까이 지내고 있는 k의 이야기이다.

그는 25년 전쯤 한국에서 대학을 졸업하고 뉴욕으로 유학을 왔다. 좋은 대학원에 입학해서 공부와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바쁘게 살았다. 그러던 중 어느 여인과 사랑을 하게 됐고 결혼을 결심하게 된다. 사랑하는 여인이 다리가 불편해 그녀의 다리가 되어 주기로 결심한다. 결혼을 한 후 그는 자기의 공부를 중단하고 아내를 위해 헌신한다. 아내는 거기에 보답이라도 하듯이 당당히 전문의가 되었다. 


그사이 둘은 엄마 아빠를 반반씩 닮은 아들 둘을 낳았다. 아이를 대신 봐 줄 사람이 적당치가 않았다. 그래서 그는 기저귀 갈아주는 것부터 시작해서 우유 먹이고 출근하는 아내를 위해 건강 도시락까지 싸주면서 대신 살림을 했다. 아이들이 학교 가면서도 필요한 양육을 도맡아 했다. 아침마다 아내를 출근시키고 지금까지도 한 달에 한 번은 아내에게 꽃다발을 만들어 선물한다.     


그렇게 오랜 세월을 보내고 나니 아들들은 멋진 성인으로 성장했다. 이제야 한시름 놨다고 너스레를 떨기에 내가 물어봤다. "아니! 어떻게 여자들도 하기 힘든 일을 그렇게 오랫동안 즐겁게 하세요?" 했더니 그가 이렇게 말했다. 

"난 한 번도 그런 생각 한 적 없어요. 오히려 아내에게 늘 미안했어요. 아이들을 키우며 소소한 행복을 많이 느꼈는데 아내는 밖에 나가 돈 버느라 그런 기회를 못 가진 게 항상 마음에 걸려요" 그분 가정을 볼 때마다 모성애보다 더한 부성애를 느낀다.  




나도 어릴 때 엄마보다 생각이 멋진 아버지가 훨씬 좋았다. 대학에 들어가자, 아버지는 나와 데이트를 자주 하셨다. 안목을 키워야 한다고 좋은 곳을 데리고 다니셨고 앞으로 살아가는 데 필요한 많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자기를 발전하며 멋지게 사는 여성이 돼라. 옷보다도 구두와 핸드백을 좋은 것을 들고 다녀라. 돈이 모이면 어떻게 재산 증식을 해라" 등등 아버지는 자상하고 세세한 것까지 많이 말씀해 주셨다. 외모도 성품도 아버지를 많이 닮아서인지 잘 통했다. 일찍 우리 곁을 떠나셨지만, 아버지와 나눈 대화와 가르침은 늘 든든한 나침판이 된다. 


요즘은 핵가족화되면서 다정다감하고 헌신적인 아버지들이 주변에도 많이 보인다. 그러니 아버지날이 있음이 새삼 얼마나 귀하고 감사한지 모르겠다. 아버지날에 딸들은 남편에게 감사하지만, 난 마음속으로 아버지를 추억한다. 식사하는데 더울까 봐 햇빛 가리개를 세우고, 다 큰 자식들이 모기에게 물리지 않도록 손수 모기퇴치기를 만들어 곳곳에 놓고 있는 남편의 희끗희끗해진 머리가 유난히도 마음속에 박힌다. 그도 아버지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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