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정원을 열심히 가꾸던 지인이 식태기가 와서 힘들다는 글이 인스타에 올라왔다. 정원을 멋지게 가꾸고 있는 분의 글이라 자세히 읽어 봤다. 장미정원을 만들기 위해 열심히 돌봤는데 화려했던 장미들이 다 지고 나니 순간 맥이 빠지며 가드닝이 심드렁해졌다는 것이다. 잘 크고 있던 식물이 갑자기 죽었을 때, 병충해가 오거나 돌봐야 할 식물이 너무 많아도 식태기가 온다는 식물덕후의 이야기도 식물커뮤니티에서 자주 보인다.
식태기가 식물을 키우면서 생기는 권태기라면, 운태기(운동), 인태기(인스타), 글태기(글쓰기), 뜨태기(뜨게질), 블태기(블로그) 등 다양한 취미 권태기가 있다. 분명 내가 좋아서 시작한 취미생활인데도 권태기가 온다. 처음 시작할 땐 의욕도 넘치고 실력도 느는 것 같아 신나지만, 어느새 정열이 식어 버리고 미지근한 상태가 된다. 내가 이걸 왜 하나? 부터 시작해 하기 싫어지고 더 이상 설레지 않는다. 텃밭 포함 가드닝을 10년 이상 하며 나 또한 이런 과정을 많이 거쳤기에 조심스럽게 극복 방법을 알려드렸다.
먼저 "지나치게 몰두하지 말자"라는 생각이다. 흔히 알고 있는 과유불급이란 뜻이다. 모든 일상이 그렇듯이 식물도 필요 이상의 관심을 줄 때 잘 자라지 못한다. 적당한 균형감각과 어느 선까지만 한다는 나만의 원칙이 꼭 필요하다. 예쁘다고 해서 계속 식물을 구입해 감당을 못하거나, 너무 많은 시간을 정원일에 몰두했을 때 취미 번아웃이 온다. 이럴 때 드는 상실감이나 허무감은 권태로 이어지기도 한다.
그다음엔 취미에 창조성을 더해 보는 거다. 흔한 취미일지라도 자기만의 독창성을 가미해 본다면 좀 더 지루하지 않게 즐길 수 있다. 더군다나 요즘은 취미를 경제활동으로 연계하는 사람도 많다. 매일 한정량의 빵을 만들고, 소품을 만들어 판매하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본다. 나도 처음엔 식물 키우기만 하다 지금은 꽃을 이용한 여러 소품을 만들어 나눔을 하고 재능기부도 하고 있다. 다양하게 활용할 방법을 찾는다면, 즐겁고 가치 있는 취미생활이 된다.
정원 꽃으로 만든 소품
마지막으론 취미생활을 하며 여유를 갖는 마음가짐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장미가 꽃이 피고 지는 것은 내 마음이 아니고 장미 마음이다. 자연의 순리이고 법칙이다. 난 단지 그 상황을 받아들일 뿐, 서운하거나 아쉬운 마음을 갖지 않은 무소유적인 태도가 중요하다. 꽃이 피다 사라지는 것은 당연한 이치인데 내가 소유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는 순간, 집착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권태기가 찾아온다.
취미생활은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를 탈출하는 좋은 도구이다. 삶의 질이 올라가고 즐거움과 성취감이 생긴다. 그러나 취미생활도 식물의 삶처럼 自然스럽게 흘러가야 지속적으로 할 수 있음을 다시 한번 깨닫는다. 노자는 "자연은 낳으면서 소유하지 않고, 행하면서 의지하지 않고, 키우면서 지배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다. 이런 무소유 삶의 태도를 가지며 지나치지 않고, 창조성을 발휘하며 여유 있게 한다면 슬기로운취미생활이 될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