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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가드너 Jul 08. 2023

수국, 신비스러운 비밀 2가지

수국이 한창이다. 많은 여름꽃 중 단연 돋보이는 아름다움으로 그 자태는 다채롭고 찬란하기까지 하다.





5년 전이었다.  

저녁을 먹고 동네 산책을 하면 집집마다 보이는 탐스럽고 넉넉한 수국이 그렇게 예뻐 보일 수가 없었다. 꽃에 별 관심이 없던 때였지만 키우고 싶어 인터넷으로 알아봤다. 종류가 너무 많아 고를 수가 없었다. 결국 광고에 나온 엔드리스썸머 국이 크고 풍성해 보여 같은 종류로 주문했다. 며칠 후에 도착했는데 아뿔싸! 꽃도 없이 뼈만 앙상한 수국이 왔다. 사진과 너무 달라 반품하려다 뿌리가 건강해 보여 일단 주차장 쪽 옆 마당에 심기로 했다. 그렇게 나의 수국사랑은 시작되었다.


1년 차에는 작은 꽃송이 몇 개 보이더니 그냥 지나갔고, 2년 차가 되자, 구입할 때 광고에서 본 사진처럼 크고 어여쁜 꽃이 피기 시작했다. 정원에 유일하게 피는 화사한 꽃이라 우리 가족의 사랑을 독차지했다. 색도 연한 보라여서 맘에 들었다. 그런데 꽃 색깔이 자주 바뀌는게 신기했다. 분명 파스텔 보라로 피기 시작했는데 살짝 분홍으로 되는 듯하더니 완전한 분홍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꽃 한 송이에 여러 색이 혼합되어 있기도 하니 심오해 보이기까지 했다.  

 

2년차 수국


이런 아름다운 수국에는 신비로운 비밀이 있음을 키우면서 알게 됐다.

먼저, 수국꽃의 색깔은 흙의 성분에 따라 변한다.  

즉 수국꽃에 포함된 안토시아닌이란 성분이 산성흙을 만나면 푸른색을 띠고, 알칼리 성분의 흙을 만나면 붉은 계열의 꽃을 보인다. 그래서 같은 땅에서도 수국마다 색이 다양하고, 한그루에서도 여러 외부 상황에 따라 다른 색으로 핀다. 그 원리를 이용해 다양한 색감의 수국을 생산해서 판매하기도 하고 , 가정집에서도 흙을 조절하면 원하는 색의 꽃을 볼 수 있다.       


그리고 수국은 스스로 번식을 못 한다. 암술과 수술이 퇴화해서 씨앗이나 열매를 맺지 못하는 무성화꽃이기 때문이다. 유일하게 삽목(식물의 가지, 줄기, 잎을 자르거나 꺾어 흙 속에 꽂아 뿌리내리게 하는 것)을 통해서만 번식한다. 보통 꽃들이 씨앗이 땅에 떨어져서 개체를 늘리거나 열매 맺혀 번식하는 것과는 대비가 된다.  자신의 아름다움을 인간의 손에 맡겨야만 번식하는 셈이다.  


매해 심은 다양한 수국


수국은 사계절이 모두 아름다운 꽃이다. 봄의 설레는 파스텔 꽃부터 시작해 여름의 화려함 그리고 가을에는 빈티지한 모습을 보여준다. 겨울에 수국 위로 흰 눈이 소복하게 쌓이면 얼마나 아름다운지 모른다. 이해인 수녀님은 수국을 "각박한 세상에서 가까이 손 내밀며 원을 이루며 하나 되는 꽃"이라고 했다. 그래선지 동그랗고 탐스러운 꽃을 보면 마음이 편안해진다. 마치 이해심 많은 친구의 고운 얼굴 같다.


자연의 법칙조차도 따르지 않은 수국의 신비한 비밀.... 반가움과 애잔함을 동시에 느끼며, 수국이 좋아하는 물이나 주러 나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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