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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것이 아름답다

뉴욕 미니어처 아트 전시회를 다녀왔다

by 해피가드너

"Small is Beautiful"이라는 슬로건이 걸린 미니어처 아트전시회를 다녀왔다. 그저 장난감 만들기 정도로만 생각했던 미니어처 아트의 수준 높은 작품과 참신함에 적잖이 놀랬다. 취미를 넘어 예술로 당당히 자리 잡고 있고 활동하는 전문 작가도 많았다. 이번 전시회에선 전 세계의 32명의 예술가가 참여했다. 130점 이상의 작품과 다양한 주제를 가진 사진이 전시되었는데 한결같이 기발하고 신박했다.




안내문에 12시에 전시회를 오픈한다고 나와 있어서 딸과 나는 오전 11시쯤 맨해튼행 기차를 타기 위해 집을 나섰다. 1시간 30분쯤 걸려서 전시회장에 도착했다. 자주 가보던 로우 맨해튼 NYU 대학 옆에 있어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었다.



전시회 티켓은 딸이 미리 온라인으로 예약 결제를 했는데 각각 21불 (한화로는 약 27,000) 정도였다. 건물에 들어서자, 마음씨 착하게 생긴 키 큰 흑인 남자가 예약확인을 하고 전시회장으로 안내했다. 방학이어선지 부모님과 동행한 호기심 가득한 초등학생부터 대학생, 그리고 아주 진지하게 관찰하는 시니어까지 다양했다.


들어서자마자 보이는 사진은 반으로 자른 수박 위에서 테니스하는 사진이었다. 이 사진의 작가는 아키코 이다(AKIKO IDA) 와 피에르자벨(PIERRE JAVELLE) 이라는 프랑스와 일본 음식 듀오작가다. 그들은 작은 음식 케릭터로 다양한 활동을 하는 미니어처 푸드 아티스트이다. 테니스 게임을 수박 위에서 하고 더 많은 수박씨가 모이는 사람이 패배자라고 한다. 여름이라 시각적으로 시원해 보이고 특히 테니스 아마추어선수인 딸이 감탄했던 작품이다.



다양한 미니어처 사진을 흥미롭게 본 후 실제와 똑같이 만든 조형물 섹션으로 들어갔다. 맨 먼저 눈에 뜨이는 건 다리를 금장으로 한 하프시코드였다. 피아노의 전신으로 루이 15세 양식 그대로 재현해서 제작했다고 한다. 실제와 동일한 줄과 핀을 포함하고 있고, 다리는 황금색 나무로 만들어졌다. 수작업으로 그린 그림이 장식 되어있었다. 고급지고 진짜 같아 실제로 소리가 나는지 건반을 한번 쳐보고 싶었다.



보기만 해도 미소가 지어지는 작은 꽃집이다. 작가 안나 소피아(ANA SOFIA) 는 종이로 다양한 작품을 만드는 소형 모험가이자 디자이너이다. 그녀는 관객에게 작은 기쁨을 주는 것들을 단순화해서 조화롭고 섬세하게 작업한다. 이번 작품에서는 그녀 어머니가 평소에 꽃집을 하고 싶은 꿈이 있음을 알고 단순화해서 표현했다고 한다. 진열대 위의 새도 다양한 꽃도 예뻤다. 꽃집은 못해도 이런 작품을 만들면 재밌겠다는 생각을 했다.




다음에는 에샤 비주트카 (ESHA BIJUTKAR) 의 여러 작품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녀는 대학에서 공학과 비즈니스를 한 엔지니어이다. 지점토와 나무로 만든 빈티지하고 러스크 한 질감의 작품을 제작한다. 특히 디테일한 음식 미니어처 제작으로 유명한데 작품의 섬세함과 참신한 아이디어에 감탄이 절로 나왔다.


"마지막 리조트"란 작품의 작가는 슬린카츄(SLINKACHU) 이다. 그는 시각 예술가이자 사진작가인데 소형 길거리 예술물을 통해 큰 도시에서 느끼는 삶의 고독함을 재미있게 보여준다. 전 세계의 도시에서 작은 케릭터들을 세워 작품을 만드는데 관찰력과 유머센스가 돋보였다.




그 외에도 우리가 흔히 먹는 초밥에서 달리기하고, 던킨도너츠 위에서 골프를 치고 있는 작품도 있었다. 옷과 운동화 그리고 운동을 하는 사람을 얼마나 정교하게 표현했는지 상상력과 즐거움을 동시에 느꼈다. 무덤덤하게 보는 나와는 달리 다른 관람객들은 구비되어 있는 돋보기로 구경하며 연신 탄성을 자아냈다.



미니어처아트의 역사는 선사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아주 오랜 전통을 지닌 미술 장르로 상상력이 장인정신과 만나 걸작품을 만들어 우리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무한한 창의성과 생각의 전환은 보는 이로 하여금 생각지도 못한 곳에서 그리운 친구를 만난 것 같은 행복한 생각을 갖게 한다. 전시회의 제목처럼 "작은 것이 아름답다"라는 자부심과 진심을 느낄 수 있는 즐거운 문화 체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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