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연하게 글을 쓰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브런치에 도전하고 운좋게 작가라는 호칭을 부여받은 지일 년이 됐다. 불로그도 제대로 써보지 않은 내가 처음 듣게 된 "작가"라는 단어만으로도 첫사랑을 떠올리는 것처럼 설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한껏 기대하고 들어가 본 브런치의 분위기는 내겐 너무도 치열하고 황량했다. 다정하고 소통이 활발한 인스타와는 달리 고요한 침묵만이 존재하는 듯했다. 이방인처럼 서성거리고 남의 옷을 빌려 입은 것처럼 어색했다. 내심 글은 막힘없이 술술 쓸 수 있을 것 같았고 그동안 살아온 이야기기만으로도 소재는 차고 넘칠 줄 알았다. 그러나 글을 쓰며 나를 드러냄은 많은 용기가 필요했고, 브런치에 올라온 정돈되고 수려한 글을 읽으면, 점점 위축되고 작아지기만 했다.
그럼에도 무슨 까닭인지 "하기 싫음 안 해도 돼"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글을 올리며 글쓰기는 내 인생 후반부를 지켜줄 단단한 친구라고 생각하며 스스로를 다독였다. "당신은 정말 글에 소질이 있어"라는 남편의 말을 진심으로 믿고 싶었고, 40년도 넘는 내 편지를 소중하게 지니고 가끔 꺼내 본다는 절친의 응원을 생각했다.
마법 같은 시간의 힘이었을까? 사진과 글이 어느 정도 쌓이고 시간이 흐르자 그렇게 멀게만 느껴졌던 브런치가 서서히 나의 일상에 스며들기 시작했다. 글쓰기 모임에서 만나는 문우들과 글을 나누며 조금씩 마음의 문도 열렸다. 아침이면 브런치 스토리의 글을 확인하고 다른 작가들의 글도 읽어볼 여유가 생겼다. 지금도 당연히 미약하고 부족하다. 그러나 비교는 남과 아닌 어제의 나와 하는 법! 일 년 전의 나를 떠올리며 조금의 성장은 했다고 위로한다.
소설가 한강님은 "채식주의자"로 맨부커상 수상을 한 후 글을 쓰는 이유에 관해 묻는 기자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글은 내게 질문하는 방법이고, 내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이다. 그래서 질문 안에 머물고자 노력했다. 때로는 고통스러웠고, 힘들기도 했다"라는 작가의 소회는 큰 감동을 주고 공감이 됐다. 나 또한 글쓰기는 수많은 질문에 대한 답을 하는 과정이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브런치에서는 작가들을 응원하는 "크리에이터"란 제도를 도입했다. 미리 공지사항을 받았지만, 나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 생각해서 관심 있게 보진 않았다. 여느 때처럼 아침에 브런치 글을 확인하려고 들어갔는데 내 이름 밑에 "에세이 크리에이터"란 배지와 호칭이 붙어있었다. 복잡한 선발기준은 잘 읽어보지 않아 모르겠다. 이미 많은 분이 받았고 특별한 것이라고도 생각하진 않는다.
그러나 지난 1년 동안 글을 올리느라 일상에선 늘 총총거리고 감정의 소용돌이에 휩쓸려 힘들었던 기억이 떠올라 기뻤다. 마치 의외의 사람에게 깜짝 선물 받은 느낌이랄까?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 글들이 모여 작은 성장을 이뤄냈음에 보람과 용기도 가져본다. 책을 아주 많이 읽는 말 없는 남편이 장미와 카드를 슬그머니 내 책상 앞에 놓고 갔다. 브런치에서의 새로운 일 년을 다시 시작하면서, 이 글을 읽어 주시는 분들에게도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덕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