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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걸 May 20. 2024

신뢰를 얻는다는 것/인살라(InSalah)Ⅱ

작고허약한 체격에 대한 감사

안내말씀:그동안 월요일마다 연재하고 있었던 "50대 영국역이민 6개월 정착기"브런치메거진의 "30화" 불량제한으로 인하여 강제로 종료당했습니다ㅠㅠ. 브런치 플랫폼에 관하여 잘 몰랐습니다. 그동안 저의 글을 읽어주셨던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모두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기를 바라요~ 


Contiuned...


어머님께서는 뒷문을 확인하신 후,

곧바로 바스룸의 미세하게 열린 창문을 들어 올리셨다.

목욕탕의 수증기와 냄새가 밖으로 나갈 수 있도록 창문을 잠가놓지 않고, 미세하게 열어놓으셨던 것이다. 


이 집은 우리 집과 같은 사이즈이지만, 이층에 방이 3개 있고,

아래층에는 바스룸과 키친, 거실이 배치되어 있다.

그래서 아이샤의 거실과, 키친은 나의 집과 비교하여 작다.

아이샤는 나의 넓은 거실과 키친을 부러워하고, 나는 방이 3개인 것을 부러워한다^^.


이 집은 공공임대주택으로서 정기적으로 정부가 보일러와 유리창, 그리고 지붕과 외벽까지 관리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전부 무료로 수리한다. 그래서 마침내 아이샤와 남편은 완벽하게 수리된 집을 이번달에 구입했다. 그것도 시세의 반값으로. 정부로부터. 대처수상이 만든 법으로 인하여.


영국에서 공공임대주택에 들어갈 수 있는 것은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저소득층에게는 복권에 당첨되는 것과 같다. 한국식으로 말하면, 기초생활수급자정도 되는 사람들만 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현재 공공임대주택에 사는 사람들은 한 달에 400파운드 정도 임대료를 국가에 내고 있는 반면, 그렇지 못한 워킹클래스는 우리 집처럼 오래된 구옥이라도 임대를 할라치면, 최소 1,300파운드까지 월세를 내야 한다.

그래서 열심히 일만 했었던 워킹클래스가족들은 홈리스로 전락했고, 아이들은 밥을 굶는다.


소위 선진국이라는 허울만 좋은 이나라 영국에서는 부자든지 가난하든지 상류층인지 아니면 기초생활수급자든지, 둘 중에 하나가 되어야 한다. 노선을 확실히 정해야 한다. 나처럼 어중간하면 가장 힘든 삶을 살게 된다. 

잠깐만! 그나마 홈리스로 전락하지 않을 것을 감사해야 하나???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아이샤의 어머님은 가든에 있는 작은 의자를 가지고 오셨다.

어머님께서 올라가시려고 하셔서 나는 말렸다.

내가 하겠다고.

그런데, 의자는 너무 낮았다.

사다리를 찾아야겠군!

나는 어머님께, 사다리? 사다리?라고 바디랭귀지로 말씀드렸고,

어머님께서는 아하! 하시면서 마당에 있는 쉐드로 가셔서 문을 열려하셨다.

제기랄! 문이 안 열린다.

그래서 다시 다른 창고 비스름한 곳의 문을 열었다.


하아ㅠㅠ. 

그곳에는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품들이 어지럽게 엉켜서 보관되어 있었다.

풍족하지 않은 살림 속에서 아이들 5명을 키우다 보니, 누가 주는 물건들이나, 추후 필요할지도 모르는 물건들이 정리되지 않은 채 뒤엉켜 있었다.

그곳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앗! 사다리가 보였다.

어머님과 나는 마치 보물을 깨듯이 물건들을 옮기고, 사다리를 꺼냈다.

사다리 한 개 꺼낸 것이 무어라고 얼마나 기뻤는지...

잠시 나와 어머님은 함께 얼굴을 보며 웃었다.


참고로, 아이샤의 집은 이미 두 번 정도 국가에서 더블글레이징 유리창으로 전부 교체했다. 특이한 점은 아래층에 있는 목욕탕은 우리 집처럼 가로로 유리창이 배열된 것이 아니라(그렇다면 절대로 사람이 들어갈 수 없음) 세로로 배열되어 있다. 특히 통유리가 아니라 조각으로 구성된 창문이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되면, 만일 유리창이 깨져서 수리를 할 때, 전체 유리창을 교체하는 비용보다는 저렴할 것이다.


영국의 공공임대주택거주자들 중에는 마약쟁이와 알코올중독자들이 많다. 그런 이들이 그곳에서 삶을 마감할 때, 집을 수리하고 정비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다 보니, 되도록이면 수리비가 들어가는 방향으로 하는 교체하기 위함인가 싶기도 하고... 아무튼 정확한 이유는 모르지만, 그렇다.


나는 일단 사다리를 놓고, 그 위로 올라가서 상황을 파악했다.

좁은 창문은 체구가 작은 내가 어느 정도 몸을 접어서 밀어 넣으면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런데, 문제는 목욕탕의 선반이었다.

플라스틱으로 되어 있었고, 그 밑으로는 욕조가 있었다. 

만일 내가 왼발로 선반을 밟으면, 선반은 망가질 것이고,

만일 내가 왼발을 선반을 밟지 않고, 넘어간다면,

그때는 나의 왼발이 목욕탕의 욕조바닥은커녕, 욕조가장자리에도 닿지 않았다.

진퇴양난이다ㅠㅠ.


어떡하지ㅠㅠ.

그냥 우리 집으로 가자고 할까?

그런데, 우리 집에는 이슬람방송이 안 나오는데?

어떡하지?

아이샤의 친정어머님께서는 TV 보는 것을 좋아하시는데ㅠㅠ.


tmi:

추후 알게 된 사실은, 우리 집의 TV는 수많은 채널이 있었다^^.

추후 알게 된 사실은 우리 집의 TV로 수많은 채널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별의별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어머님의 얼굴을 한번 보고, 사다리를 한번 보고,

완전 headless chichen이다.


tmi: 작년에 남편이 처음으로 55인치 TV를 구입했다.

굳이 뭐 하러 구입하냐고 했더니, 본인이 영국에 잠시 있을 때, 봐야 한다나 뭐라나???

아무튼 작년여름에 ON 한 후, 특별하게 뉴스를 보는 경우가 아니면, 장식품처럼 놓여있다.


아이샤가 런던에서 돌아오려면 새벽에나 도착할 텐데...

어머님께서 불편 해하실 텐데...

흠ㅠㅠ 어떡하지ㅠㅠ.


그래 일단 한번 해보자! 

전직 한국유소년기계체조선수로 뽑혀서 6개월 동안 힘들게 훈련받았던 경력도 있지 않은가!(훈련이 힘들어서 도망 다니 끝에 결국 감독과 코치가 포기했었던 나의 어린 시절이야기) 체구가 작지만, 유연성과 균형감각은 원래 타고났기에 한번 해볼 만했다.


그 대신 작전을 잘 짜야했다.

결국, 나는 오른쪽 발은 창문밖에 있는 사다리에 발을 두고,

몸을 잔뜩 구겨서 마치 깊고 작은 동굴 속으로 기어들어가듯이 몸을 구겨서 밀어 넣어야 한다. 

그리고, 왼발은 선반을 지나서 허공에 잠시 멈춘 후, 

다시 오른발을 때는 동시에 공중에 있었던 왼발을 욕조바닥에 착지시키는,

마치, 아주 어렸을 적에 고무줄 넘기라는 놀이를 했었는데, 그런 것과 아주 비슷하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결국 못 먹어도 GO GO라는 성격의 소유자인 나는 자칭 미션임파서블을 시도했다.

내가 사다리 위에 올라가서 좁은 창문으로 구겨 넣을 때,

아이샤의 친정어머님께서는 연신 인살라 InSalah, 인살라 Insalah, 인살라 Insalah를 외치셨다.

무슬림에 관하여 잘은 모르지만, 기도를 하시고 계셨다. 마치 신의 가호가 있기를...


마침내, 나는 안으로 들어갔고,

내가 뒷문을 활짝 열자, 밖에서 기도하시던 어머님의 눈동자에 눈물이 맺혔다.

안도의 눈물.

감사의 눈물.

그녀를 잠시 안아드렸다.

작고 여리신, 노쇠하신 그녀의 몸을. 

마치 심장병으로 몇 년 전 돌아가신 친정엄마의 몸 같았다. 


그리고 나는 말씀드렸다.

왜! 처음부터 나에게 말씀하지 않으셨느냐고^^.

일은 일이고, 따질 것은 따져야 한다^^.

속상했다. 왜 미리 말씀하지 않으셨지? 혼자서 속을 끓이셨을 것을 생각하니까 미안하기도 하고, 안쓰럽기도 하고ㅠㅠ. 


어머님은 손짓으로 말씀하셨다.

마치 본인이 해보고 안 되면, 나를 찾아오려고 하셨다는 듯이...

그리고 한없이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시면서, 

마치 왜 자신을 위하여 이렇게까지 돕느냐는 식으로 고개를 갸우뚱거리시고, 자신과 나를 가리키시며,

"Why?" "Why"라고 물으셨다. 

나는 말씀드렸다.


"Because 아이샤는 나의 친구"

"어머님은 아이샤의 엄마"

"친구의 엄마는 나의 엄마"

라고 말씀드렸다.

그래서 어머님은 나에게 미안해하실 필요가 없다고.

설령 어머님께서 나의 말을 못 알아들으시더라도 나는 말씀드렸다. 


마치 나의 쌍문동 친구들 사이에 늘 했었던 그런 말을 해드렸다.

아이샤에게는 말하지 않겠노라고.

그 이유는 당신의 dignity(존엄성)때문이라고.


tmi: 영국의 대기업에서는 다른 이의 존엄성을 해치는 말이나 행동을 하면, 회사가 벌금을 내야 하는 경우가 있음. 그래서 대기업에서는 직원교육 시 반드시 해야 하는 교육프로그램 중의 하나이며, 폭언이나 상사에 의한 갑질을 엄격하게 다루고 관리되고 있음. 그 대신 업무성과로 계측해서 제대로 일을 못할 시에는 확실하게 정규직에서 임시직으로 강등당하거나, 해고됨. 


비로소 그녀의 얼굴은 평안해지셨다.

그 후, 나는 아이샤의 어머님이 안전한지 두 번 정도 확인했다.


그다음 날 저녁:

아이샤가 문을 두드렸다.

그녀의 손에 음식이 들려있었다.

자신의 엄마께서 나에게 감사함을 표현하시고 싶으시다면 만드셨다고...

사실, 어머님께서는 아이샤에게는 그 일을 이야기를 하지 않으셨고, 그 대신 자신의 두 명의 여동생에게 말씀하셨다고 한다. 그것을 알게 된 여동생들이 큰언니인 아이샤에게 이야기를 하게 되어 알게 되었다면, 한없이 고마움을 표했다.


아이샤는 말했다.

본인의 엄마는 다른 말은 전혀 알아듣지 못했는데,

이 말은 알아들으셨다고 했다.


"You are Aisha's mother"

"Aisah's mother is my mother"


tmi:사실, 내가 하고 싶었던 말은 이것이었다. 

"Because you are Aisha's mother, and Aisha is my friend. You are Aisha's mother, and the mother of my friend is my mother."

그러나 이렇게 긴말로 말씀드리면 못 알아들으실까 봐서 간단하게 말씀드렸는데,

어머님께서 알아들으셨다니! 오히려 내가 기뻤다.

진심이 전해졌구나!


그리고 아이샤는 또다시 말했다.

나와의 통화를 끝낸 후, 뭔가 이상하다 싶었다고. 그래서 걱정하고 있는데,

옆에서 운전하는 남편이 자신에게 말했다고 한다. 

Conny가 있는데, 뭐가 문제냐며, Conny를 믿으라며 자신을 안심시켰다고.

몇 달 전에 있었던 화장실 사건으로 인하여 나는 아이샤의 남편의 신뢰까지 얻었다. 


외국에서 이민자로 살게 되면, 많은 어려움들이 있다. 그중에서도 사람들을 조심해야 하는데, 특히 같은 민족사람들을 조심해야 한다. 영국의 런던이나, 옥스퍼드, 캠브리지 등에서도 한국인들끼리 서로 믿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도 많다. 이러한 가운데, 타민족, 타 종교인 내가 아이샤 가족들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조금은 특별하고 행복한 일이다.  

그 후, 아이샤의 친정어머님께서는 자신이 가장 잘하는 방글라데시음식을 만들어서, 딸을 통하여 늘 보내주신다. 편식도 심하고, 입맛도 까다로운 나는 "사랑"과 "존중"이라는 이름으로 타민족의 음식을 반강제로 경험하고 있다^^.  정성스럽게 만드신 음식으로 아이샤의 친정어머니께서는 나에 대한 신뢰를 표현하고 계시다.

다. 나는 인생에서 처음으로 작고 허약한 체격에 대한 감사기도를 드렸다.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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