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브런치글을 쓰지 않은 이유들
저의 38명의 구독자님들께,
그동안 안녕하셨는지요?
처음 제주도를 떠나서 영국으로 돌아올 때, 6개월 정도면 역이민생활이 적응할 것이라고 예측했었는데, 그것은 온전히 저만의 오만이었습니다.
당장 돌아갈 곳이 없기에, 무조건 견디고 버티다 보니, 어느새 1년이 넘었네요.
문득 생각이 났습니다.
생각해 보니, 어느새 2달이 넘도록 브런치에 글 한 개를 쓰지 않았더군요.
그래서 생각했습니다.
나는 왜? 그동안 글을 쓰지 않았을까?
첫째, 그동안 월요일마다 연재하고 있었던 브런치메거진의 30화 분량 제한으로 인하여 강제로 종료당한 후,
갑자기 브런치에 글을 쓰는 의무감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마치 그동안 꾸역꾸역 써오면서 마감일을 지켰던 약 8개월 동안의 습관이 한꺼번에 와르르 무너졌다고나 할까요? 역시 인간은 마감일이라는 강제적인 수단이 없으면 글을 쓰지 않는 동물인가 싶습니다.
둘째, 신체적으로 몸이 더욱 안 좋아졌습니다. 한국이었다면, 하루정도 병원에 가서 검사를 진행하고 문제를 파악한 후, 치료를 할 수 있는데, 이곳의 열악한 의료시스템은 계속 기다려야만 했습니다. 물론 지금도 기다리고 있지만, 다행스럽게도 다음 주에는 문제의 원인을 찾기 위한 복부초음파를 7개월 만에 받게 되었습니다. 제발 큰 문제가 없기만을 기도하고 있습니다.
셋째, 입시생의 엄마로서, 모든 것이 생소한 이곳에서 딸을 지지하고 보호해야만 했습니다. 가장 힘들었던 것은 진로선택에 관한 것이었습니다.
인공지능(AI)의 비약적인 발전 속에서 언제라도 없어질지 모르는 법을 공부하겠다는 딸을 말리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딸은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응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역시 자식 이기는 부모는 없는가 봅니다.
구독자님들,
감사하게도 다음 주에 문제가 있는 복부초음파를 받게 되었습니다.
결과가 좋다면, 또다시 글을 쓰며, 독자님들과 만나려고 합니다.
오늘 쓰는 글은 생존신고이자, 안부인사로 받아들여 주기 시 바랍니다.
그날까지 모두들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해피걸 올림.
2024년, 8월 3일. 영국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