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수리비용을 아끼기 위하여/45년 만에 벌어진 한국의 비상계엄령
타이틀: 도대체 변기는 언제 고쳐질까?/한국비상계엄령
부제: 집수리비용을 아끼기 위하여/45년 만에 벌어진 한국의 비상계엄령
일주일 전,
“똑똑똑.”
아이샤가 문을 두드렸다.
그녀와 그녀의 친정어머니, 막내아들이 서 있었다.
몇 달 동안 그녀는 내 집을 찾지 않았다. 아마도 도움이 필요해서 온 것 같다.
아이샤는 도움이 필요하지 않으면 오롯이 자신의 삶에 집중하고, 나를 찾지 않는다.
“우리 집 부엌과 욕실을 리모델링하고 있어.”
“응, 알아. 너희 남편이 말해주었어. 우리 집 지붕수리비용이 얼마인지 물어보더라. 그때 너희 집도 리모델링한다고 알려주어서 알고 있었어"
“너희 집 화장실을 사용할 수 있을까?”
"응?" 처음에는 무슨 소리인가 싶었다.
"변기를 고쳐야 한다고 하더라, 그래서 그래"
"알겠어. 사용해"
그녀가 순서를 기다리기 위하여 거실에 서 있을 때, 나는 물어보았다.
"언제면 끝난데?"
"몰라"
조금은 황당했지만, 원래 아이샤가 이렇게 대답할 때가 많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다.
그래서 나는 그들을 보내고 구글에게 물어보았다.
구글에 의하면, 영국에서 전문가에 의하여 변기와 세면대 교체 시 단, 배관이나 추가작업 없는 경우에는 2~4시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었다.
아이샤의 남편 역시, 나에게 이야기할 때 세면대와 변기만 교체하고 바스는 그대로 둔다고 했었다. 다만 목욕탕에 타일을 붙일 예정이라고만 했었다.
그렇게 시작된 변기수리는 하루가 이틀이 되고, 삼일이 되고 일주일 동안 계속되고 있다.
사람과 인종별로 각자의 체취가 있다.
나이와 성별 그리고 문화에 따라서도 각기 다르다.
아이샤의 집에 가면, 카레냄새 및 특유의 body ordor냄새가 난다.
마치 한국사람들 집에 가면 마늘냄새와 김치냄새가 나듯, 서양인들에게는 특유 body ordor냄새가 난다.
또한 공공임대주택단지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가난의 냄새가 나기도 한다.
대중버스를 타다 보면, 가난한 동네를 거쳐가는 버스들에는 특히 냄새가 심하다.
이는 제대로 씻지 못하고, 옷이나 침구류를 세탁하지 못해서일 것이다.
살인적인 영국의 공공요금 속에서 마음대로 히팅을 하지 못하고 물도 제대로 못쓴다면, 어쩌면 당연히 냄새가 날 것이다. 특히 집안이 습하고, 곰팡이까지 있는 집에 살면서 잘 씻지 못한다면 더욱 냄새는 심해질 것이다.
시간이 지날수록, 딸은 신경질이 늘어갔다.
딸은 냄새와 소음에 예민하다. 심지어 워커필터교체시기가 하루이틀 지나고 안 바꾸면, 물맛이 이상하다고 말할 수 있는 딸이다.
그래서 나는 딸의 신경질이 이해가 갔다.
아이샤의 집에는 목욕탕에 환풍기가 없는 것 같다.
집구조가 1층에 바스룸이 있고, 몇 년 전 시청에서 대대적으로 공공임대주택단지 창문을 전부 새 유리창으로 교체했는데, 그때 설치된 유리창은 세로로 긴 창문이었다.
그래서 긴 창문을 활짝 열면, 목욕탕에 있는 냄새가 금방 빠져나간다. 그래서 굳이 환풍기를 달 필요가 없다.
그런 아이샤의 가족들이 우리 집 화장실을 사용할 때, 환풍기를 켜고 끄지 않으시고, 그렇게 되면, 특유의 냄새가 화장실에 남아 있게 되기 때문이다.
한국이었다면, 아파트 단지 안에 있는 목욕탕이나 찜질방이라도 있고, 무료화장실이 여기저기 있어서 당장 급한 것들을 해결할 수 있는데, 이곳에서는 그런 곳도 없다.
물론 시티에는 홈리스인들을 위한 쉼터가 있다. 그곳에서는 샤워와 숙식까지 해결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그곳은 일반인들은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다만 일반인들은 근처에 있는 호텔의 피트니스클럽에 일정의 돈의 주고 샤워와 화장실을 이용할 수 있는 정도로 알고 있다.
이러한 사정으로 당연히 아이샤의 가족들을 도와드려야 하는데......
가장 답답한 것은 도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지, 그리고 이유가 무엇인지를 몰라서였다.
나는 결국, 아이샤에게 물어보았다.
처음에는 아이샤는 자신은 잘 모른다고 했다가
나중에 알려주었다.
남편이 리모델링공사비를 아끼기 위하여 자격증이 없고 경력이 얼마 안 되는 모슬람사람을 고용했다는 것이었다. 이 사람이 할 수 있는 간단한 수리를 하는 정도인 것 같고, 배관등에 필요한 작업은 런던에 살고 있는 지인이 기차를 타고 이곳까지 와서 함께 작업한다고 했다.
더욱이 아이샤의 목욕탕을 수리하는 인부는 다른 집도 함께 수리하고 있다고 했다.
하루는 아이샤집으로 와서 일하고, 다음날은 다른 집으로 가서 일을 한다는 것이었다.
하야ㅠㅠ. 그래서 그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구나.
그 대신 아이샤의 남편입장에서는 거금 천만 원을 아끼는 것이므로 해볼 만한 것은 맞는데, 그 대신 아이샤의 가족들과 나, 그리고 우리 딸은 힘들다.
아이샤는 가끔 나에게 모든 것을 다 말하지 않는다. 마치 스무고개 놀이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직설적이고 진솔하며, 감정보다는 사실과 현실을 강조하는 성격인데, 그녀는 늘 간접적으로 말한다.
가끔 내가 부정적인 생각에 빠져 있을 때, 그녀의 방식이 책 *«넛지 (Nudge)»*에서 말한 긍정적인 방식보다는 부정적인 방식으로 느껴지기도 한다. 마치 조작당하는 듯한 기분이 들 때도 있다.
그녀의 이슬람 문화 배경을 고려할 때, 남에게 도움을 주는 것은 괜찮지만, 남에게 도움을 받는 것을 수치로 여겨 직접적으로 말하지 않는다는 점도 이해한다. 또한, 그녀가 애니어그램 2형으로서 자신의 필요를 직접 말하기보다 돌려서 상대를 유도하는 성향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 일이 반복될수록 나는 그녀를 완전히 믿기 어려운 순간이 생긴다.
45년 만에 벌어진 한국의 비상계엄령
12월 3일 수요일 오후 3시:
아이샤의 친정어머니께서 문을 두드리셨다.
날씨가 추워서 티를 자주 마시다 보니, 화장실 이용이 잦을 수밖에 없으시다.
그녀를 보낸 후,
잠시 유튜브를 보고 있는데,
한국에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는 동영상들이 뜨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가짜뉴스인줄 알았다.
현재 한국과 영국은 9시간의 시차를 두고 있어서 한국이 밤 12시면, 이곳은 오후 3시이다.
세상에! 2024년에 대통령에 의해서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고?!
'이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설마, 북한군이 내려왔나?'
그렇게 나는 시차차이로 인하여 그때부터 실시간으로 한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유튜브를 통하여 밤늦게까지 지켜봐야만 했다.
총을 든 군인들이 국회에 진입하려고 하고, 일반인들과의 대치장면을 보면서, 심장은 두근거렸고 눈물이 났다. 도대체 2024년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니ㅠㅠ. 그리고 떠오른 말은"왜?"였다.
'도대체 왜?'
남의 나라에 와서 나의 조국이 불타고 있는 것을 보는 것은 너무나 가슴 아픈 일이었다.
숨 막혔던 국회 비상계업해지가 결정 난 이후에도, 나는 잠을 못 자고 꼬박 새웠다.
그리고 탄핵투표에서 국민의힘 당원들이 투표조차 하지 않고 국회에서 웃으며 나갈 때, 나는 탄식하고 절망했다.
이런 정신없는 상황에서, 3개월 전에 예약되었던 지붕수리업체는 도착했고, 3시간 안에 작업을 깔끔하게 마무리한 후, 돌아갔다.
최고의 업체에 맡겼기 때문에 당연히 비싼 3백7십만 원을 지불해야만 했다.
지붕수리작업이 끝난 다음날부터 영국전역은 최대풍속(지역별: 내가 있는 지역은 50까지 불었음: 중소형태풍) 129Km/h의 강력한 비바람을 몰고 온 스톰 다라(Darrah)가 휘몰아치기 시작했다.
매일밤 몰아치는 비비바람 속의 시끄러운 소음 속에서 풍전등화 같은 한국의 사정을 실시간으로 보았다.
그리고 여전히 아이샤의 가족들(남편과 큰아들 빼고)은 수시로 우리 집 문을 두드렸다.
그러나 저러나 언제 수리가 끝날까?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