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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걸 9시간전

안될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선택을 할지라도 우리 딸은 잘해나갈 것이다.

타이틀안될 것 같은데…….     
부제: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선택을 할지라도 우리 딸은 잘해나갈 것이다.


부탁의 말씀: 구독자님들께

제가 브런치에 올리는 글들은 대부분 제 개인적인 경험과 생각에서 비롯된 이야기입니다. 또한, 제 성격상 제 경험과 관점을 일반화하는 경향이 있을 수 있다는 점을 미리 말씀드립니다. 이 글들을 읽으실 때, 그런 부분을 감안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11월 14일, Parent Evening이 끝났다.
5분 간의 상담. 나는 4시를 선택했고, 5시에 마쳤다.
밖에 나와 보니 어두워져 있었다.
영국은 11월부터 윈터타임에 들어가고, 일몰은 오후 4시다.


체육관에서 열린 상담은 이른 시간대라 학부모들이 많지 않았다.
이번 상담은 고3에게 매우 중요한 미팅이었다.
지금까지의 내신 성적을 부모에게 전하고, 개선점을 알려주는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모든 고3학생들은 크리스마스 휴가를 제외하고는 약 6개월 후에 영국의 A레벨 시험을 치르게 될 것이다.
영국의 A레벨 시험은 한국의 수능과 수시의 중간 형태에 해당한다.


상담을 통해 딸이 원하는 대학에 가기 위해 필요한 노력이 무엇인지에 대한 피드백을 받았다. 

상담이 끝난 후, 나의 마음은 복잡하고 착잡했다. 그리고 '아차'싶었다.

딸과 함께 상담을 받으러 왔어야 했는데…….     


나는 지금까지 딸은 키우면서 Parnet Evening에 딸과 함께 선생님을 만난 적은 몇 번 되지 않는다.

초등학교 들어갔을 때, 중학교 들어갔을 때, 고등학교 들어갔을 때, 딸의 성적을 듣기 위함이 아니라, 어떤 선생님들이 딸을 가르치시는지 그것이 궁금해서였다.

딸은 워낙 모범생 스티일이고, 말을 굳이 하지 않아도 학교생활에 충실했기 때문이다.


모든 선생님들께서(딸은 A레벨에서 4과목을 선택함) 딸이 원하는  점수를 얻으려면 지금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씀해 주셨다. 물론 과목마다 약간의 노력의 편차는 다르지만, 소위 말하는 딸이 원하는 명문대를 가고 싶다면 정말로 노력을 더 해야 한다고 하셨다. 특히 약한 점을 보완해야 한다고…….     


버스를 타고 집으로 오자마자, 딸에게 이를 전달했지만, 딸은 그다지 귀 기울여 듣지 않은 것 같았다.

물론 어른들도 현재의 자신의 수준과 능력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개선 방법을 찾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래서 나는 딸의 반응도 이해가 되었다.


딸은 공부면에서 노력형에 속한다. 그리고 "놀 때 놀고, 공부할 때 공부한다"라는 스타일을 가지고 있다.

보통의 학교수업은 그렇게 하면 문제가 없다.

그러나 고3이고, 대학입시는 틀리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무엇보다 딸은 공부할 때 외우기보다는 이해하는 스타일이다. 그래서 시간제한이 있는 시험에는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다.

제주영어교육도시의 학부모들과 이곳 영국, 아니 전 세계 학부모들이 자녀들을 위하여 사교육을 시키는 이유가 혹시 이러한 이유에서일수도 있지 않을까? 객관적으로 알려주고, 개선시키도록 돕고 등등…….


딸을 민족사관학교에 입학시킨 지인은 서울에 올라가서 2년 동안 대치동에서 사교육을 받게 하셨다. 그때 1억 원을 썼다고 하시면서, 대학에 가서 1억을 쓰는 것보다 지금 투자하는 게 더 합리적이라고 하셨다. 


그리고 사실 그 1억 원은 적게 든 편이라고도 하셨다. 왜냐하면 친구의 딸은 이미 제주영어교육도시에서 확실하게 자기주도학습을 익힌 후 올라갔기 때문에 그나마 적게 투자된 것이라고……. 나는 심지어 집으로 오는 구몬 학습지도 시키지 못했는데 물론 남편의 반대로ㅠㅠ. 학


나는 딸에게 만일 대학에 가려면 기술을 익히는 의사, 간호사, 교사를 하는 것이 좋겠다고, 만일 그렇지 않으면 차라리 대학을 가지 말라고, 과거에도 말했고, 지금도 말한다. 대학을 졸업하면 학자금빚이 기본이 1억인데... 뭐 하러 가느냐고ㅠㅠ.


그리고 무엇보다도 기술을 배우는 진로는 굳이 명문대를 갈 필요가 없다. 

그렇다면 지금 살고 있는 도시에서 대학교에 가면 된다. 주거비도 안 든다. 얼마나 실속 있는가! 


영국의 명문대를 나온 지인의 남편이 이렇게 말한다.

"이과를 가려면 대학이름이 그리 중요하지 않다. 그러나 문과 쪽은 최소 영국의 상위 5등에 해당하는 대학은 가주어야 한다. 그 아래의 학교는 별로 의미가 없다"……. 


참 진퇴양난이다.

딸은 조언과 피드백을 안 듣고,

꿈은 원대하고.

선택한 진로도 요즘 같은 시대에는 곧 쓸모가 없어질 것 같고…….     

         

이번에 원하던 대학에서 오퍼를 받지 못했고, 이유도 모르는 상태다.

그때 딸은 결과를 듣고, 쿨하게 이야기했었다. 

"만일 1등 대학을 가지 못하면, 그러면 2등과 3등 대학에 가면 되잖아"

'아이고 그게 말이 쉽냐고요' 수시보다 수능이 얼마나 힘든데…….  


평생 사교육을 한 번을 받지 않아서, 시험을 잘 치는 요령까지 모르는 상황에서…….  하아ㅠㅠ

지금 상태로라면 원하는 2등, 3등 대학도 힘들어질 것으로 보인다.

'안될 것 같은데…….'가 하루종일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결국, 나는 남편에게 진지하게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제발, 나를 안심시켜 주거나, 아니면 이해시켜 주기를 바라면서…….     


차분한 성격의 남편은 나의 이야기를 다 들은 후,

다음과 같이 이야기를 했다.


첫째, 요즘 젊은 세대는 나이나 경험이 많은 사람들의 조언을 잘 듣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을 중시하고, 다른 사람의 피드백을 귀찮게 느낄 때도 많은 것 같다. 

그러므로, 만일 당신이 피드백이나 조언을 하려면, 그것을 듣고자 하는 사람에게만 주는 것이 맞을 것 같다고 했다. 물론 안타까움에서 해주어도 그것도 여러 번 해주어도 결국은 받아들이지 않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라고 말해 주었다. 


둘째, 결과는 딸의 몫이다.
딸이 어떤 선택을 하든, 그 결과는 온전히 딸의 몫일 것이다. 

만일 딸이 조언이나 피드백을 원하면 그때 줄 수 있는 것이다. 그것을 강요해서는 안 되는 것이지 않은가.

설령 시간과 기회를 낭비할지라도 그것 역시 딸의 선택이다. 그리고 선택의 끝이 설령 실패로 끝나도 성인이기에, 본인이 감당해야 한다고 하였다. 안 그러면 부모가 평생 동안 자녀를 독립시키지 못하고, 자녀도 부모의 의존도에서 벗어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고 하였다.


셋째, 진로 변경은 언제든지 가능하다.
딸이 선택한 진로가 대학에서 계속될지, 아니면 다른 길을 선택할지는 그 또한 딸의 선택이다. 

최근 만난 어떤 분은 본인이 암에 걸려서 보험회사에서 치료비를 받았는데, 암 치료에 필요한 돈보다 훨씬 더 많이 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그 남은 돈을 자신의 딸의 대학교육에 썼지만, 그 딸은 대학을 졸업한 후, 전공하고 아무 상관이 없는 펍에서 서빙을 하면서 살고 있다고 했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고,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딸이 원하는 길을 가기 위해 어떤 결정을 내리든, 그것은 딸의 선택이고, 진로도 앞으로 갭이어를 하면서도 변경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는 것 가아니겠느냐.


넷째,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떠한 선택을 할지라도 우리 딸은 잘 해내갈 것이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우리 딸은 어떠한 선택을 하고 무엇을 하든지 잘 해낼 거라고 믿는다고 했다.

우리 딸은 어떤 일을 하더라도 열심히 하고, 자신만의 길을 잘 찾아갈 사람이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너의 주위에 있는 지인들(한국의 최상류 층과 영국의 중상류층과 비교하지 말기 바람)처럼 우리가 재정적으로 뒷받침을 하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자책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다. 그러니까 우리처럼 평범한 사람들은 그렇게 해줄 수가 없는 것이므로 자책하지 말아라. 

         

남편과 대화를 끝낸 뒤, 다시 생각하기 시작했다. 

왜 이렇게 내 마음이 여전히 답답하고 착잡할까? 

그 이유는 아마도 딸이 현재 피드백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의 방식만 고집하기 때문인 것 같다. 


딸이 피드백을 경시하고, 자신이 고수한 방법으로만 A레벨을 준비하는 모습을 보며, 부모로서의 사랑과 걱정이 뒤섞인 복잡한 감정이 들기 때문이 아닐까?


딸은 내가 자신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강요"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단지, 혹시라도 이러한 방법이 있으니까, 네가 원하는 것을 혹시라도 성취할 수 있는 해법 비슷한 것이라도 있으니까 시도해 보는 것이 어떠냐고 말해주는 조언이나 피드백이지 않을까 생각해 보라고……. 

무슨 일이든지 최선을 다하면 후회가 없지 않은가! 


혹여라도 이솝 우화의 여우와 포도 이야기처럼 되지 말기를 바라는 엄마의 진정한 피드백과 조언을 들어달라고 부탁하는 마음을 알아달라고ㅠㅠ.

아니면, 6개월 후에 A레벨시험의 결과가 자신이 예상했었던 것보다 낮게 나와서 다른 이를 탓하거나, 자신을 탓하거나, 이도 저도 아니면, 높은 나무에 달린 포도를 따지 못한 여우가 "저 포도는 시어서 먹을 수 없어"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포기하는 모습을 보고 싶지 않기 때문이라고ㅠㅠ.


요즘 내가 응원하는 젊은이가 있다.

일명  '게임의 신'으로 불리는 프로게이머 페이커는 아마도 잘은 모르지만, 매 경기 후 복기와 피드백을 통해 실력을 발전시키고 있고, 독서와 명상을 통하여 게임의 압박감을 조절하고 있으며, 성숙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페이커처럼 나의 딸도 피드백을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을 성장의 기회로 삼아 부족한 점을 채워나갔으면 좋겠다. 딸이 지금까지 쌓아온 방식에 자부심을 느끼는 것은 이해하지만, 그 방식이 부족한 부분을 메우는 데 한계를 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였으면 좋겠다. 


TMI: 지금까지 말과 행동과 태도와 글까지 일치하지 않는 횡설수설한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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