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국에서 MRI검사받던 날

올겨울 가장 추운 날, 드디어 영국에서 MRI검사를 받게 되었다.

by 해피걸

타이틀: 영국에서 MRI 검사받던 날

부제: 올겨울 가장 추운 날, 마침내 영국에서 MRI 검사를 받았다.


2024년 12월 4일 오후 1시 30분,
나는 택시를 타고 Healthshare Clinic에 도착했다.

목디스크 악화로 인해 오랜 기다림 끝에 마침내 영국에서 MRI 검사를 받게 되었다.

RelocatabelMRIUnit.jpg Relocatabel MRIUnit: clinic 외부에 설치된 Relocatable MRI Unit.

어제 오후 3시, 한국에서 비상계엄령이 선포되었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들었다. 처음에는 가짜뉴스라고 생각했지만, 사실로 드러났다. 시차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 벌어진 상황을 거의 실시간으로 지켜볼 수 있었다.


영국에서 한국의 비상계엄령 소식을 듣는 것은 생각보다 큰 충격이었다. 2016년 7월 15일 터키 군사 쿠데타 당시의 혼란이 떠올랐다. 터키 내에서 군사 쿠데타를 경험하는 것과 영국에서 나의 조국의 비상계엄령을 목격하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과거 이스라엘에서 살았던 경험도 있었고, 특히 터키의 군사 쿠데타가 발발했을 때 나는 가족들과 여행객의 신분이었다. 그래서 조금 걱정은 되었지만, 무섭거나 두렵지는 않았다. 오히려 내가 왜 굳이 터키 여행에 관심이 없는 가족들을 데리고 이곳까지 왔을까 자책했을 뿐이다. 무엇보다 어린 딸의 안위가 걱정되었다. 설령 문제가 생기더라도, 돌아갈 조국이 있다는 사실이 나를 안도하게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비상계엄령이 발령되고, 국회에서 해제가 결정되는 동안 나의 심장은 얼마나 빠르게 뛰었던지 모른다. 그날 밤, 심장이 요동치는 소리가 그렇게 크게 들린 건 처음이었다. 그렇게 밤을 꼬박 새우고, 쌀쌀한 아침 공기를 마주했다.

나의MRI를찍는곳 영국에서 MRI 검사받던날 올겨울 가장 추운날 드디어 영국에서 MRI검사를 받게 되었다.jpg 나의 MRI를 찍게 되는 Relocatable MRI Unit의 외부모습

그리고 올겨울 가장 추운 날, 마침내 내가 기다리던 MRI 검사를 받으러 Clinic으로 향했다.

Clinic에 도착하자, 밖의 칼바람과는 달리 내부는 따뜻하고 평화로운 분위기였다. 크리스마스 장식이 반짝이고, 라디오에서는 캐럴송이 흘러나왔다. 차갑게 얼어붙은 외부와 달리, 여기는 마치 다른 세계 같았다.

그러나 문득 한국의 상황이 떠올랐다. 이 따뜻한 공간과 달리, 한국 국회 앞에서는 많은 국민들이 차가운 공기를 맞으며 서 있을 것이다. 그 차이를 떠올리니 마음 한구석이 무너져 내렸다.


리셉션에는 남자 직원 두 분이 환자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평소라면 여성 직원들이 응대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아마도 크리스마스 휴가 때문인 듯했다. 영국에서는 크리스마스 시즌에 약 2주간 휴가를 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래서 기업체들은 12월에 임시직들을 고용해 정규직들의 긴 휴가를 대신하곤 했다. 지금은 그런 관행이 유지되고 있는지 확실하지는 않지만, 과거에는 그랬다.

MRIWaitingArea영국에서 MRI 검사 받던 날 올겨울 가장 추운 날 마침내 영국에서 MRI 검사를 받았다.jpg MRI Wating Area

MRI 대기실에서 약 30분을 기다린 뒤, 직원의 안내를 받아 외부에 설치된 Relocatable MRI Unit으로 들어갔다.


과거에 제주도 종합병원에서 목디스크로 MRI 검사를 받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당시 경험은 끔찍했다. 좁고 깜깜한 공간에서 목을 고정한 채, 공사장 같은 기계 소음을 1시간 넘게 들어야 했다. 그때의 경험을 떠올리며 걱정스러운 마음으로 Unit 안으로 들어갔는데, 예상과는 전혀 달랐다.


시설은 깔끔하고 밝았으며, 목디스크를 찍는 공간도 매우 넓었다. 폐쇄공포증이 있는 나에게는 그야말로 안도감과 웃음을 안겨주는 환경이었다.

작은 크리스마스트리영국에서 MRI 검사 받던 날 올겨울 가장 추운 날 마침내 영국에서 MRI 검사를 받았다.jpg 작은 테이블 위에는 MRI 안전 안내서와 MRI 기계에 대한 간단한 설명서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다가올 크리스마스를 맞아 작은 크리스마스트리도 장식되어 있었다.

검사를 담당한 직원은 매우 친절했다. 내 경직된 표정을 본 탓인지, 검사 과정을 하나하나 상세히 설명해 주었다. "검사 시간은 총 15분 정도 걸릴 거예요. 힘들겠지만 금방 끝납니다."라는 말에 안심이 되었다.

추운 검사실 환경에 대해서도 양해를 구하며 "추워서 미안하지만, 이렇게 해야 검사 결과가 정확하게 나와요."라고 말했다. 그의 배려 깊은 말투 덕분에 긴장이 조금씩 풀렸다.


머리에는 귀마개와 음악이 나오는 이어폰을 착용했고, 천장에는 커다란 스크린이 있어 판다 다큐멘터리를 볼 수 있었다.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소음이 발생할 때마다 "이 소음은 4분 지속됩니다.", "다음은 3분 동안 진행됩니다."라는 안내 멘트가 나왔던 점이다.

크리스마스선물을상징하는 소품들이진열되어있었다영국에서 MRI 검사 받던 날 올겨울 가장 추운 날 마침내 영국에서 MRI 검사를 받았다.jpg 클리닉 안 작은 테이블 위에는 크리스마스를 상징하는 장식품들이 놓여 있었다. 반짝이는 금색과 빨간색 리본으로 꾸며진 선물 상자 모양의 소품들이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물씬 풍기고 있었

그 안내 덕분에 예상치 못한 소음에도 당황하지 않고 시간을 세며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검사는 무사히 끝났고, 밖으로 나왔을 때 여전히 추운 날씨가 나를 반겼다. 하지만 마음은 한결 가벼워졌다.

영국에서 MRI 검사 받던 날 올겨울 가장 추운 날 마침내 영국에서 MRI 검사를 받았다MRI찍고택시타고집으로돌아가는길라디오에서는한국의비상계염령뉴스가나오고곧이어로제의아파트가차량량라디오에서나오고있다.jpg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 보이는 회색빛 풍경은 마치 한국의 불투명한 현재와 미래를 떠올리게 했다.

그러나, 집으로 돌아가는 택시 안에서는 라디오를 통해 한국의 비상계엄령 소식이 계속 흘러나오고 있었다. 곧이어 로제와 브루노 마스의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 아파트"가 경쾌하게 흘러나왔다. 밝은 멜로디와 대조적으로, 조국의 암울한 현실이 가슴 깊이 파고들었다.

keyword
이전 17화도대체 변기는 언제 고쳐질까?/한국비상계엄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