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착한 여자 콤플렉스, 정말 나일까?

자신을 되돌아보며 발견한 진짜 문제와 해답

by 해피걸

3개월 전,

처음으로 문학적 경수필에 대한 온라인 수업을 듣게 되었다.

영국으로 역이민 후, 몸과 마음 그리고 영혼까지 전부 방전되었다. 산 넘어 산, 바다 건너 또다시 산처럼 영원히 끝날 것 같은 어려움들이 이어졌다. 제주도에서는 이런 것들을 굳이 신경 쓰지 않아도 일상이 무리 없이 흘러갔지만, 이곳의 삶은 그렇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역이민 후 1년 3개월이 지나자, 그나마 어느 정도 숨은 쉴 정도의 여유가 생겼다. 그때 마침 제주도에서 짧게 만났던 지인께서 글쓰기 수업을 추천하며 일단 청강이라도 해보라고 하셨다.

마음이 솔깃했다.


최소한 글쓰기 수업에는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모일 것 같았다. 그런 사람들과 소통하고 싶었다. 그러나 수업료가 부담되었다. 지금까지 직업도 못 구했는데, 뭘 또 배우겠다고 하는지…. 그렇게 망설이던 찰나, 지인께서 내 수업료를 대신 지불해 주시겠다고 했다.


처음에는 생소하고 부담스러웠다. 평생 내가 벌어서 공부해 왔던 환경에서 이런 도움을 받는 건 처음이었다. 대학원 공부도 남편에게 수업료를 빌려서 공부한 뒤,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정확히 갚았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그럼에도 마음 한구석에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수업 방식은 간단했다. 학생들이 글을 쓰고 제출하면 교수님(아동작가이자 대학 교수)이 첨삭을 해주고, 다시 퇴고하는 과정을 거쳤다. 매번 열정적인 교수님의 강의와 다른 학생들의 노력 덕분에 강의는 점점 더 풍성해졌다. 문학적 경수필 수업은 기초반임에도 불구하고,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밀도 높은 강의였다.


마침내 마지막 수업 날이 되었다. 교수님께서는 내 글에 대한 첨삭과 평가를 해주셨다. 교수님은 내 글이 경수필도, 중수필도 아니라고 단언하시며, 글을 더 깊이 있게 발전시키기 위해 필요한 요소들을 짚어주셨다.

그중 가장 눈에 띈 피드백은 "착한 여자 콤플렉스"에 빠져 있을 가능성에 대한 지적이었다. 나는 그 말을 듣고 한동안 깊은 생각에 빠졌다. 정말 나는 그런 콤플렉스에 사로잡혀 있는 걸까?


착한 여자콤플렉스의 정의와 나의 탐구

나는 우선 착한 여자콤플렉스가 무엇인지 알아보는 것부터 시작했다. 그것은 타인의 기대에 지나치게 부응하려는 강박과, 거절하지 못하는 심리적 패턴을 의미한다고 했다. 이런 성향은 종종 사회적 관계에서 이용당하거나 자기희생을 강요당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나는 이런 패턴과 거리가 멀었다. 나는 오히려 에니어그램 성격검사에서 8W7 유형으로 분류되는 사람이다. 8W 7은 강한 리더십과 독립성을 가진 유형으로, 자신의 욕구를 분명히 표현하며 타인의 영향에 쉽게 흔들리지 않는 특징이 있다.


나는 착한 여자콤플렉스와 8W7 유형 간의 연관성을 찾아보며 스스로를 분석했다. 하지만 결론은 분명했다. 나는 이 콤플렉스에 해당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내가 겪은 갈등의 본질은 무엇일까?


내적 갈등과 심리학적 통찰

나는 심리학적 이론을 통해 내 문제를 다시 탐구하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의무감 내적 갈등 이론"이라는 개념에 주목하게 되었다.


이 이론은 타인의 기대와 자신의 욕구 사이에서 발생하는 심리적 갈등을 설명한다. 나는 내 삶을 돌아보며, 헌신과 희생이 은혜와 사랑에서 비롯되었지만, 반복되면서 점차 율법적인 감정으로 변질되었을 가능성을 떠올렸다.


또한, 사회적 기대와 의무감에서 오는 갈등, 공감 과잉으로 인한 자기희생, 그리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는 과정에서 겪는 어려움이 내가 느낀 문제의 핵심이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이는 착한 여자콤플렉스와 겹치는 부분이 있을지언정, 본질적으로는 다른 차원에서 발생한 갈등이었다.


진정한 나를 위한 변화의 시작

이 모든 탐구를 통해 나는 중요한 결론에 도달했다. 나의 갈등은 외부의 기대와 나 자신 사이의 긴장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이제 나는 외부의 요구에서 벗어나 나의 진정한 모습과 삶의 방향을 찾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려 한다. 이를 위해 나는 다음과 같은 실천을 계획했다:


의무감 대신 선택과 동기를 기준으로 행동하기

모든 행동을 타인의 기대가 아닌, 나의 진정한 동기에 기반해 선택하기로 했다.

자기 돌봄의 우선시

스스로를 돌보는 시간을 확보하고, 나에게 필요한 것에 집중하기.

명확한 목표 설정

자신의 정체성을 강화하고, 이를 통해 균형 잡힌 삶의 방향을 설계하기.

타인의 기대와 자신의 감정 구분하기

타인의 기대가 아니라 자신의 진정한 감정과 필요를 우선시하기.

이타적 행동의 동기를 의도적으로 재구성하기

다른 사람을 도울 때도, 나의 건강한 선택과 균형을 고려하기.


이제 나는 새로운 여정을 시작한다. 외부의 기대가 아닌, 나의 선택과 의지로 삶의 방향을 정하는 과정이다. 그 여정이 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나 자신을 깊이 이해하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때 비로소 진정한 자유와 평화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여러분도 스스로에게 물어보기를 바란다.

지금의 삶은 여러분이 진정 원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는가?
아니면 누군가의 기대에 이끌려 가고 있는가?

비록 작은 걸음일지라도, 자신을 돌아보고 새로운 길을 내딛는 것은 삶을 바꾸는 가장 큰 시작이 될 것이다.

잠깐! 결론은 내렸는데, 여전히 석연치 않다.
그래서 To be continued…


P.S. 항상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는 데 감사드립니다. 때로는 미루는 습관으로 인해 글의 완성도가 부족한 상태에서 발행될 때가 있음을 양해 부탁드립니다. 앞으로 더 나은 글로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keyword
이전 18화영국에서 MRI검사받던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