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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적 수필글쓰기수업/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

인연과 배움의 여정

by 해피걸

타이틀: 문학적 수필글쓰기수업/만나야 할 사람은 반드시 만난다.

부제:인연과 배움의 여정


2024년 12월 23일 월요일 오전 10시.
오늘은 3개월 동안 주 1회, 2시간씩 진행된 문학적 경수필 글쓰기 기초반 수업의 마지막 날이었다.

이 강의는 지인에게 수업료 지원을 받아 듣게 된 수업이었다.


나는 평소 사적인 인간관계를 맺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있다. 바로 진실성과 서로 윈윈 할 수 있는 관계인지 판단하는 것이다. 하지만 직업적이거나 신앙적인 관계는 조금 다르다. 그런 경우는 공적인 업무로 시작된 관계라, 그 일을 마치면 자연스럽게 끝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내가 이번에 암에 걸린 토모코를 도왔던 것처럼 말이다. 물론, 정이 많은 나는 때때로 그 경계선을 허물어 관계를 이어가기도 하지만, 그로 인해 종종 혼란스러움을 겪기도 한다.


나는 흙수저 장녀로서 남에게 재정적인 지원을 받아본 적이 없었기에, 이번 일이 조금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신앙적인 인연이라는 생각에 감사한 마음으로 도움을 받아들였고, 매 강의에 최선을 다해 임했다.

그 과정에서 나는 비로소 비싼 학비를 내는 부모님께 부담감을 느낄 수밖에 없는 제주국제학교 학생들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부모의 지원은커녕 빚까지 떠안게 된 케이스였기에, 그들의 상황은 나와 거리가 멀다고만 생각했었다. 하지만 사람은 머리로 아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직접 경험하며 다시금 깨달았다.


사실 나는 원래 온라인 강의로 지식을 습득하는 방식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서 처음에는 조금 망설였었다. 하지만 영국에서의 삶이 점점 지쳐가던 시점이라, 이 모임이 내게 정신적인 위안을 줄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브런치 플랫폼에 글을 연재하기 시작하면서, 글을 더 잘 쓰고 싶다는 간절한 바람도 있었다.


강의를 맡으신 교수님은 문학박사이자 아동문학 작가로 등단한 뛰어난 실력을 가진 분이셨다. 현재 글을 쓰시면서 대학과 온라인에서 활발히 강의를 하시는 분이기도 했다. 수업을 들어보니, 교수님은 타고난 재능은 물론, 남을 가르치는 능력까지 겸비하신 분임을 알 수 있었다


그런데, 강의를 듣는 동안, 나는 계속 의구심에 사로잡혔다. 선천적으로 문학적인 감성이 부족한 내가, 왜 이 강의를 듣고 있을까? 나는 사업가의 딸로 태어나 대학에서도 경영학을 전공했다. 학문이 실용적이지 않으면 관심조차 두지 않았던 내가, 문학적 글쓰기라…. 물론, 글쓰기의 기본을 정립하는 데 이 강의가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에서는 단순한 기술 이상의 이유가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떠나지 않았다. 스스로에게 물었다. "이건 단순히 내 욕심일까? 아니면, 지극히 높으신 분의 뜻이 담긴 일일까?"

특히 나의 수업료를 지원해 준 그분과의 관계를 생각할 때, 더 많은 질문이 떠올랐다. 만약 우리가 신앙적인 연결고리가 없었다면, 나는 그녀를 내 삶에 들여놓지 않았을 것이다. 그런데 왜 그녀는 내게 도움을 줬을까? 그리고 나는 왜 그 도움을 받아들이고 이 자리에 앉아 있을까?


이런 의구심은 11번째 강의가 끝난 뒤 비로소 풀렸다. "아하, 그래서 그랬구나." 신앙적인 삶을 살아온 나는 내 삶에 스며드는 모든 만남과 경험을 지극히 높으신 분의 뜻으로 해석하는 습관이 있었다. 이번 강의도 예외가 아니었다. 깨달음을 얻은 후, 나는 감사한 마음으로 마지막 수업을 기다리게 되었다.


그러던 차에, 급히 근처 슈퍼마켓에 가야 할 일이 생겼다.

정신없이 뛰어가서(이럴 때는 중고차라도 구입하고 싶은 마음이 절실하게 들었음) 구입한 후, 가격을 치르려고 줄을 서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나의 어깨를 두드린다.

나의 친구 Sam이었다.

나는 길거리에서 사람을 잘 못 알아본다.

눈이 나빠서이기도 하지만, 사물에 대한 관심이 없어서이기도 하다. 좋게 말하면 집중력이 좋고, 나쁘게 말하면, 주위에서 폭탄이 터져도 모르는 사람이다. 그 대신 길은 잘 찾는다.


Sam: Hi, Connie.

Me: Oh! What are you doing here? Aren't you working?

Sam: I was passing by and stopped by for a moment.

Sam: We needed to meet, but I didn’t have time.

Me: Yeah, you're right. Are you off this time?

Sam: Yeah, I have time off on Christmas Eve and Christmas.

Me: Oh, I see.

Sam: How about you?

Me: My mother-in-law came to our house a few weeks ago with a gift for my daughter, and she already left. She'll be going to my sister-in-law's house instead. Since my husband can't come, it'll just be me and my daughter spending the holiday quietly.

Sam: I see. So, how about we meet tomorrow for a quick coffee?

Me: Sounds great! I’m fine with any time tomorrow. Just let me know whatever time works for you. Bye the way, I’ve been meaning to ask, how is your friend who was battling cancer?

Sam: The funeral is on January 6th.

Sam: I have to read a tribute to her at the funeral. I don't know what to say.

Me: I’m sorry to hear that news, but she no longer has to endure any pain and can now rest in peace.

Sam: That's true, but her husband and son are really struggling. Let's meet in the morning. I'll send you a message.

Me: Okay, got it.

Sam: By the way, I got you a small gift.

Me: Oh, I didn’t prepare a gift! I just have a card I bought from Gerald’s. I was going to give it to you later since you might be busy with Christmas.

Sam: You don’t need to worry about the gift. The one I prepared is very small, so don’t worry about it.

Me: Oh dear…


그녀를 떠나보낸 후, 나는 빠른 걸음으로 집으로 돌아갔다.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문학적 경수필 글쓰기 수업을 듣기 위해서였다. 그렇게 마지막 수업이 끝난 후, 나는 Sam을 떠올렸다. 그녀가 4월부터 12월까지 물심양면으로 나의 삶을 도와주었는데, 작은 선물 하나 준비하지 못했다니! 그때 나는 결심했다. "그래, 좋았어. 시티로 나가자." 그녀가 부담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작은 선물들을 준비하고 싶어졌다. 그래서 나는 시티로 향했다. 늦은 오후 시간에.


보통 영국 사람들은 빠르면 11월부터 가족과 지인들을 위한 크리스마스 선물을 구입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그날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로 거리가 붐비고, 백화점도 사람들로 가득했다.

혹시 나처럼 예기치 않게 선물을 사려는 사람들일까, 아니면 일찍 시작된 20% 크리스마스 세일을 노리고 구매하려는 사람들일까? 어쨌든 나는 가야 할 곳이 딱 한 군데였기에, 쟈랄드 백화점의 지하층으로 향했다.

그곳은 정말 사람이 많았다.

'이렇게 사람이 많다니!'사람들은 양손 가득 초콜릿과 과자, 그리고 크리스마스 때 먹을 간식들을 잔뜩 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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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Sam의 취향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가 좋아할 만한 것들을 고르는 데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선택할 수 있는 종류가 너무 많다는 것이었고, 가격이 너무 비싸면 그녀가 부담스러울까 봐 고민도 되었다. 결국 선물은 현금으로 주는 게 가장 편한 방법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는 사람은 자신이 필요한 것을 고를 수 있고, 주는 나는 걱정할 필요 없으니까. 그렇게 오랜 시간 고민 끝에 Sam에게 줄 선물을 고르고 포장지까지 사서, 나는 한국 음식을 파는 가게로 향했다.


딸은 겨울이 되어서인지, 아니면 스트레스를 받아서인지, 매일 한국 음식을 먹고 싶어 한다. 그래서 나는 매주 시티에 가서 만두, 두부, 한국 과자, 김치, 당면 등 다양한 음식을 구입해 온다.

그곳 역시 사람들로 가득했다. 오랜만에 크리스마스 쇼핑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슈퍼에서 나온 후, 슈퍼 앞에 마련된 간이 의자에 앉았다. 정신없이 돌아다니느라 물 한 모금 마실 시간도 없었던 거였다. 오전부터 계속 뛰어다녔다. 잠시 한숨을 돌리며 물을 마시고 앉아 있는데, 그때 누군가 내게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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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 "너 혹시 코니 아니니?"

나는 눈을 들어 그녀를 쳐다보았다.
‘누구지? 동양인인데… 기억이 안 난다.’
‘하아, 치명적인 내 약점, 사람을 못 알아보는 거…’
‘근처에서 중국집 하던 중국계 말레이시아 여성인가?’
‘누구지, 정말?’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상대는 반갑게 말을 건넸는데, 나는 전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일단 아는 척이라도 해야 했다.

나: "안녕, 정말 오랜만이야."

그녀: "코니, 정말 오랜만이야. 보고 싶었어."

나: "너희 남편이 나 만났다고 얘기 안 했니?"

그녀: "우리 남편 만났어?"

나: "응, 몇 번 만났는데. 너네 남편이 나 만났다고 말 안 했어? 그렇게 말한다고 했는데?"

그녀: "정말? 왜 말을 안 했지?"

나: "안 그래도 너랑 네 딸이 보고 싶었어. 이렇게 만나게 되다니…"

그녀는 내게 말을 하면서도, 나는 계속해서 그녀의 정체를 떠올리려고 애썼다.

나: "그랬구나, 너희 남편이 왜 말을 안 했을까? 자기가 너한테 이야기한다고 했는데…"

그녀: "그동안 잘 지냈어? 정말 보고 싶었어. 우리 딸도 너랑 네 딸을 너무 보고 싶어 해."

그 순간, 나는 그만 기억이 떠올랐다.

나: "너, Ly구나! Lily 엄마 Ly!"

마침내, 내가 20년 동안 알고 지낸 베트남 친구 Ly임을 깨달았다. 8년 전에 마지막으로 봤던 그 친구였다.

그리고, 그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To Be conti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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