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이 바꾼 딸의 학습 태도, 부모로서 깨달은 교육환경의 중요성
타이틀: 왜? 맹모삼천지교가 중요한지 깨닫게 되었다.
부제:환경이 바꾼 딸의 학습 태도, 부모로서 깨달은 교육환경의 중요성
딸이 학교에서 돌아온 후,
한번 휴~ 하며 깊은 한숨을 쉬고, 가만히 앉아 있다가 핸드폰으로 유튜브를 보고 있었다.
‘오늘 하루도 힘들었겠지’ 싶어서 조용히 있었다.
0분쯤 유튜브를 본 후, 이야기를 시작했다.
"흠, 오늘은 나에게 말을 하고 싶군." 보통은 밥이 몇 시에 준비되느냐고 묻고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이야기의 시작은 저번에 역사시험에 관한 것이었다.
‘속으로, 별로 중요하지 않은 과목이군’ 하며 들어줄 준비를 했다.
일단 입을 다물고, 속으로 ‘나는 AI 기계다. 단지 듣기만 해라.’ ‘딸은 나에게 조언이나 충고를 듣고 싶은 것이 아니다.’라고 다짐하며 들었다.
점수를 말하면서 꽤 만족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하아ㅠㅠ 그래서 딱 한마디만 했다.
"딸아, 그런데 내가 생각하기엔 그 과목은 점수가 더 나왔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리고 왜 그 점수가 나왔을까?"역시 천성적인 성격은 변하지 않는다.
또다시 문제를 분석하고 해결하고자 했다.
순간, 딸은 신경질을 내며 "엄마, 내가 이 학교에서 제일 공부 잘해! 제일 잘한다고!"
속으로 ‘앗, 이 말을 기대한 것은 아닌데?’라며 결국은 말해버렸다.
"너네 학교 아이들은 공부를 하고 싶지 않은 아이들이 가는 곳이잖아. 그곳에서 네가 제일 공부 잘한다는 건 조금 그렇다. 그리고 그 과목이 영어, 수학도 아니고, 외우면 되는 역사 과목이잖아. 너는 어떻게 생각하니?"
딸은 "엄마! 내가 이래서 엄마랑 이야기를 하지 않는 거야!"라며 소리를 빽 지르고 자기 방으로 올라갔다.
제기랄! 또 입방정을 떨었다.
하아ㅠㅠ
간접적인 의사소통을 선호하는 딸에게 또다시 직설적인 말을 해버렸다.
냉랭해진 집안 분위기 속에서 나는 다짐했다. '2025년에는 정말로 말조심과 글을 쓰는 것 역시 조심을 해야겠다.'라고…
왜 딸은 이런 말을 할까?
가만히 생각해 보았다.
딸이 제주국제학교에서 공부할 때는 주변에 똑똑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아이들 덕분에 자극을 받아 정말 열심히 했다. 스스로도 "내가 가장 잘한다"는 식의 착각 없이 객관적으로 자신을 돌아보며 노력했다.
그런데 영국으로 돌아가 일반 공립 고등학교에 진학한 후,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다.
현재 다니고 있는 공립학교에서는 최선을 다해 공부하는 아이들을 거의 찾아볼 수 없었고, 딸도 환경에 영향을 받아 느슨해졌다.
결국, 1년 6개월이 지난 후, 딸은 "엄마, 내가 이 학교에서 제일 공부 잘해!"라는 말을 쉽게 하게 되었다.
그렇게 자기 객관화가 떨어지고 공부에 대한 의지도 약해졌다.
지금 A레벨 시험이 코앞인데도 말이다.
이런 딸을 보면서 내가 떠올린 속담이 바로 맹모삼천지교였다.
교육 환경이 아이에게 얼마나 중요한지, 제주영어교육도시의 학부모들이 왜 그곳의 비싼 학비와 상대적 빈곤감을 감수하면서까지 아이들을 국제학교에 보내는지 이제야 실감이 난다.
지금 와서야 깨달은 게 아쉽다.
처음부터 시티에 있는 전문 입시학교에 보냈어야 했는데, 딸에게 미성년자인데도 학교 선택을 스스로 하게 둔 결과가 이 모양이다.
이는 우리 부부가 딸에게 아주 어렸을 적부터 자신이 선택하도록 양육한 결과였다.
미성년자가 뭘 안다고 했는지는 모르지만, 나와 남편이 자라왔던 양육 환경에 따라 우리가 그래왔었던 것처럼, 우리 딸도 그래야 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었다.
올 초만 하더라도 잘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딸의 입에서 이런 소리를 듣게 되자, 별의별 생각이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갔다.
어쩌면 좋은 교육 환경이란 단순히 공간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성장하고 학습할 수 있는 분위기와 동기 부여를 제공하는 요소임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그동안 딸은 제주국제학교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스스로를 믿고 자율적으로 공부하는 태도를 갖추고 있었다. 딸이 국제학교에서 만났던 똑똑하고 열심히 공부하는 친구들 덕분에 스스로 자극을 받고 더 노력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그러나 현재 영국으로 돌아온 후, 그와 같은 환경이 사라지자 딸의 학습 태도도 점차 느슨해졌던 것 같다.
환경이 바뀌며 스스로를 평가하는 기준이 흐려지고, "제일 잘한다"는 말로 자존감을 되새기지만, 이는 객관적인 실력보다는 자신감의 과장으로 이어질 수 있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왜 제주국제학교의 부모님들이 자녀의 학교 선택에 심혈을 기울였는지를 이제야 이해하게 된다.
그곳에서는 경쟁심과 자극이 아이의 학습 태도에 큰 영향을 미쳤던 것이다.
그러나 공립학교로 전학하면서 딸의 환경이 크게 달라지면서 이러한 요소들이 사라졌고,
결국 자율적인 학습 태도와는 달리 자기 평가의 기준이 흐려지게 된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