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은 학교를 좋아하지만, 부모는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
타이틀: 출구전략을 먼저 세워야 할지도 모른다
부제: 아이들은 학교를 좋아하지만, 부모는 떠날 수밖에 없는 현실
얼마 전, 지인에게서 안부 전화를 받았다.
마침내, 그녀는 딸을 싱가포르 국제학교로 유학 보내기로 했다.
딸은 제주영어교육도시에서 자기주도 학습을 충분히 익혔기에, 싱가포르에서도 잘 해낼 준비가 되어 있었다. 결정을 내리기까지 그녀는 2년 동안 깊은 고민을 했다.
딸이 학교를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엄마로서 외국에서 더 큰 기회를 주고 싶다는 마음은 항상 자리하고 있었다.
왜 제주영어교육도시를 떠나기까지 2년이나 걸렸을까?
그 이유는 아마도 딸의 입장에서, 이 학교가 제공하는 뛰어난 교육환경과 다양한 국제적 경험이 결코 잊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이었기 때문이다. 학생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자기주도 학습을 통해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교육이었으니, 이를 싫어할 아이가 어디 있을까? 그러나 부모의 입장은 달랐다.
부모는 현실적일 수밖에 없다. 특히 재정적 부담이 클수록, 그에 따른 결과가 예상과 달라질 경우 혼란스러움이 찾아왔을 것이다.
부모가 학교를 떠나기로 결심하면, 부모는 어른이기에 어느 정도 견딜 수 있지만, 아이들은 다르다.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아이들은 한교를 떠나는 것이 더욱 힘들다.
친했던 친구들과의 이별을 감당해야 하고, 익숙했던 공부 방식을 잊어야 한다. 더욱이 새로운 교육 환경에 다시 적응해야 하는 과제가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입성하기 전 준비했었던 시간보다 떠날 때가 더 많은 시간이 걸렸을지도 모른다.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후, 나의 지인과 그녀의 딸은 마침내 새로운 곳으로 떠날 준비를 마쳤다.
전화를 끊고 나서, 나는 어떻게 그녀와 인연을 맺게 되었는지 되돌아보게 되었다.
그때 나는 제주영어교육도시를 떠나기로 결심했지만, 마음이 매우 불안했다.
너무 오랫동안 그곳에서 생활했기에, 제주도는 이미 고향처럼 느껴졌고, 사춘기 딸을 데리고 내가 혼자서 기러기 가족이 되어, 한 번도 계획하지 않았던 영국으로의 역이민을 준비하는 시기였기 때문이다.
정신없는 그 시기에, 몇 년간 인연을 이어온 상담사 선생님에게서 연락이 왔다.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 했지만, 마음이 계속 쓰여요. 그분과 친구처럼 대화하며 공감해 주실 수 있을까요?'
조금은 부담스러웠다.
내 앞길도 제대로 못 가면서, 누군가를 도울 수 있을까?
하지만, 이 오지랖병이 또 발동해 그분을 만나 위로하고, 나도 공감을 받았다.
그렇게 시작된 인연은, 내가 그곳을 떠날 무렵에는 오히려 내가 더 큰 위로를 받는 관계로 변했다.
대부분의 부모는 자녀 교육을 위해 제주영어교육도시로 이주한다.
처음엔 다양한 사람들과 폭넓은 관계를 맺지만, 1년 정도 지나 정착 단계에 접어들면 각자의 재정적 배경이나 성격에 맞는 사람들만 남게 된다. 제주영어교육도시에서의 인간관계는 결국 비슷한 환경과 가치관을 가진 사람들끼리 형성되는 것 같다.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정착한 가족들 대부분은 "대학까지 이곳에서 보낼지, 아니면 유학을 떠날지"에 대해 처음부터 확신하지 못하는 것 같다. 문제는 시간이 지나도 그 고민이 쉽게 해결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오히려 시간이 흐를수록 고민은 더 복잡해진다. 아이는 학교와 친구를 더욱 사랑하게 되고, 부모는 더 나은 선택을 위해 끝없는 갈등을 겪는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