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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피걸 Nov 15. 2024

"사모님"이라는 소리가 불편했다.

보이는 것과 실제로 그곳에 사는 것은 다르다

"사모님"이라는 소리가 불편했다.

보이는 것과 실제로 그곳에 사는 것은 다르다.


영국으로 역이민을 온후, 나는 한동안 집을 보러 다녔다.

90년 된 싹정이 집은 하루를 멀다 않고, 문제가 발생했고, 이층 집구조로 인하여 나의 노년의 무릎은 너무 아팠다. 그래서 어떻게 해서든지 이사를 가려고 집들을 보고 다녔다.

그중에 소위 내가 살고 있는 시티에서 가장 부자 동네라고 일컬어지는 곳에 집을 보러 갔었다.

깔끔한 도로와 집들, 그리고 도시에서 딱 한 개밖에 없는 Waitrose슈퍼마켓까지 있는 동네였다.

그곳은 마치 제주도민들이 말하는 소위 "그들만의 세상"이라는 제주영어교육도시가 떠올랐다.


제주 영어교육도시는 부유하고 세련된 분위기를 풍기는 동네다. 도로를 달리는 차량들은 하나같이 고급스럽고 값비싼 모습이다. 특히 단독주택 앞에 주차된 아름다운 차들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깔끔하고 정돈된 환경은 마치 이곳이 상류층만의 세상인 것처럼 느껴지게 만든다. 

그러나 평범한 나는 그곳에 살고 있었지만, 때로는 그들이 가진 부와 내가 속한 위치에 대한 불편함을 감출 수 없었다.

내가 살고 싶은 집:이번생은 안된다. 

기억을 되돌려, 코로나가 막 끝난 시점, 딸의 교복을 사기 위해 제주시로 나갔다.

딸은 키는 자라지 않고, 살만 더 쪘다. 이는 코로나로 인해 제대로 운동하지 못한 탓이었다.


원래 딸은 일주일에 세 번 학교에서 수업과 수영부 활동을 병행하며 꾸준히 운동했고, 일주일에 한 번은 태권도까지 했다. 이러한 운동은 사춘기로 인한 예민함을 잠재우고 공부와 생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다. 하지만 코로나로 3년간 운동을 하지 못하면서 사춘기의 예민함은 깊어졌고, 결국 폭발하고 말았다.


가게에 들어서자, 교복을 파는 사장님이 나를 보고 물었다. 

"차는 어디에 두셨어요?"

"아마 차가 크실 텐데, 주차장이 너무 작아서." 

웃으며 "공영주차장에 세우고 걸어왔어요. 그리고 차도 작고, 사모님도 아니에요^^"라고 답했다.


그랬더니 사장님은 "왜 작은 차를 타세요? 돈도 많으실 텐데…"라고 했다.

딸이 교복 사이즈를 확인하기 위하여 옷을 갈아입는 사이에, 사장님께서는 왜? 돈이 없으시냐고, 원래 그곳은 부자들만 사는 곳이 아니냐고, 사모님도 그곳에 살면 부자신 거라고 등등….


교복을 구입한 후, 어차피 제주시에 나온 김에 이마트에서 장을 보고 집으로 돌아오면서 계속 사장님의 말씀이 떠올랐다. 나는 제주시에 한 번 나가면, 기름값을 절약하기 위하여 이마트에 들려서 1+1 제품 등을 중심으로 생필품을 구매하는 평범한 사람인데, 어느 지역에 산다는 이유로 부유한 사람으로도 보일 수도 있겠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의 부자동네에 있는 슈퍼마켓

제주영어교육도시는 외부에서 보면 부유한 사람들만 사는 곳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다양한 사람들이 함께 살아가는 곳이다. 때때로 너무나 과시적이었고, 자기중심적인 사람들로 인하여 내 삶은 불편하게 만들고, 나 자신의 경제적 수준을 인식기키기도 한다. 마치 풍요 속의 빈곤이라고나 할까?


캐딜락 같은 대형차를 몰고 다니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묘한 불편함이 밀려왔다. 특히 아파트 단지 주차장에서 대형차가 두 자리를 차지하거나, 좁은 단지 내 차도에 떡하니 서 있는 모습은 어딘가 위압적이었다. 마치 항공모함이 길을 막고 있는 듯한 기이한 풍경이었다.


더욱 답답했던 것은 아이들의 등하교 시간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명품으로 치장하고 풀메이크업을 한 사람들이 길가에 불법 주차를 한 채 아이들을 기다리고 있는 모습이 낯설고 어색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불법 주차의 문제를 넘어, 보여지는 과시와 허세의 분위기가 마음을 무겁게 만들었다.


이런 이야기를 중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지인에게 털어놓았더니, 그는 이런 모습이 중국에서는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라며 그냥 그러려니 하라고 했다. 하지만 그러려니 넘기기에는 이 풍경이 너무 생경했고, 쉽게 익숙해지지 않았다.


반면, 젊고 늘씬한 몸매에 아름다운 골프복을 차려입고 신형 벤츠를 타고 다니는 사모님들을 보면 부러움과 질투가 동시에 밀려왔다. 들리는 소문에 따르면, 그런 사모님들 중 일부는 첫 번째 부인이 아닌 두 번째 부인일 가능성이 있다는 이야기도 있었다.


내가 알기로 그런 분들은 제주 영어교육도시 안에 거주하지 않는다. 딱 한 번 본 적이 있는데, 그녀는 차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운전기사가 먼저 내려 고학년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아이를 교문 안까지 정중히 데려다주고 다시 차를 몰고 떠났다.


그녀가 첫 번째 부인인지 두 번째 부인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이런 분들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제주 영어교육도시 안에서 살지는 않는 듯하다. 아마도 주변의 많은 눈길을 의식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국의 진짜 금수저들은 말을 키운다. 다른 부자동네의 근사한 집 앞에 있는 방목장: 사람이 그리운지 사람들이 지나가면 쓰다듬어주기를 원한다.

한 번은 지인과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본인의 딸에게 바이올린 레슨을 받게 하려고 금액을 알아봤다가 서울보다 너무 비싸서 놀랐다고 하셨다. 마치 이곳에 거주한다는 이유만으로 수업료에 프리미엄이 붙는 것 같다고 덧붙이셨다. 일부 부모들은 자녀에게 좋은 교육만 제공된다면 수업료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런 부모들의 요구로 사교육 시장에서 수업료가 상승하게 되고, 결국 다른 부모들도 더 높은 수업료를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 생기는 것이다.


결국, 그곳에 살면서 나는 물질적인 격차와 그로 인한 정신적인 어려움을 마주하게 되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은 화려하고 이상적이었지만, 실제로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의 현실은 달랐다. 매일 부유함을 과시하는 사람들을 보면서 나는 상대적인 불편감과 빈곤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안에서 나는 계속해서 나 자신을 비우는 연습을 해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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