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외국생활과 자기 발견의 여정
타이틀: 나는 왜 이곳에 왔을까?
부제:나의 외국생활과 자기 발견의 여정
내 첫 외국 생활은 이스라엘의 키부츠에서 시작되었다.
자원봉사자로 떠난 그곳에서 나는 완전히 다른 세상과 직면해야 했다. 평생 사무실에서만 일했던 내가 이제는 식당, 농장, B&B, 그리고 플라스틱 공장에서 육체노동을 해야 했다.
첫날, 키부츠 안의 배구장에서 곡괭이를 들고 잡초를 파내는 작업을 했다. 익숙하지 않은 동작에 온몸이 비명을 질렀고, 이틀 동안 근육통에 시달리며 침대에서 일어나지 못했다.
B&B에서 청소하던 어느 날, 함께 일하던 영국인 자원봉사자가 침대를 잘못 밀었다. 그 바람에 내 엄지발톱이 빠지는 사고를 당했다. 이후 한 달 동안 절뚝거리며 다녔다. 이런 고통 속에서 내가 한국으로 돌아간다 해도 아무도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자원봉사자였으니, "그만두겠다"는 한마디로 끝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러지 않았다. 한국을 떠나기 전, 나는 결혼할 사람과의 미래를 포기하며 이곳으로 오기로 결심했었다. 내 선택에는 무게가 있었다. 그 선택을 쉽게 번복하면 모든 것이 무너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 버티기로 했다. 스스로에게 말했다. "언젠가는 나도 이 생활에 적응할 수 있을 거야."
고통 속에서 싹튼 변화
3개월쯤 지나자, 내 몸과 마음은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었다. 새벽 공기를 마시며 밭으로 향하는 길이 낯설지 않게 느껴졌다. 온종일 땀 흘려 일하는 육체노동도 견딜 만해졌다. 무엇보다 사람들과의 관계가 변화를 가져왔다. 저녁이면 여러 국적의 사람들과 한 식탁에 둘러앉아 대화를 나눴다. 서툰 영어와 손짓으로 시작된 대화는 점차 서로를 이해하는 통로가 되었다. 언어도 문화도 달랐지만, 같은 공간에서 같은 공기를 마시며 공동체의 일원으로 살아갔다.
그곳에서 만난 한 사람은 32세의 한국 여성으로, 전직 승무원이었다. 그녀는 오래전부터 꿈꿔왔던 키부츠 생활을 위해 이곳으로 왔다고 했다. 처음에는 그녀의 용기가 부러웠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며 그녀가 한국에서의 상처를 뒤로하고 떠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도 나 자신에게 묻기 시작했다. "나는 왜 이곳에 왔을까? 이곳에서 나는 무엇을 얻으려 하는 걸까?" 내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명확했다. 이곳은 신앙적으로 내가 꼭 가고 싶었던 성지였고, 이후 유럽 배낭여행을 거쳐 7개월 뒤 한국으로 돌아올 계획이었다. 그러나 그녀를 보며 문득 다른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도 무의식 중에 또 다른 의도가 있었던 것은 아닐까? 나는 해외에서 살아본 적도,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한 적이 없었다. 그런데 지금 나는 왜 여기 있는 것일까? 스스로도 알 수 없는 질문이 머릿속을 떠다녔다.
새장에서 하늘로
외국 생활은 단순히 내 위치를 바꾼 것이 아니었다. 그것은 나를 새롭게 바라보게 만드는 과정이었다. 처음에는 한국인으로서의 나를 더욱 강하게 인식했다. 외국인이라는 정체성은 오히려 한국인으로서의 내 모습을 선명하게 비춰주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나는 내 안에 새롭게 형성되는 또 다른 자아를 발견했다. 이방인으로서의 경험은 내가 가진 시야를 확장했고, 세계를 더 넓게 바라보게 했다.
1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내 외국 생활은 처음의 계획보다 훨씬 길어졌다. 수많은 장소와 사람들을 만나는 동안 나는 내 안의 가능성을 발견했다. 그리고 한국으로 돌아와 제주에서의 삶을 시작하면서 또 다른 도전을 마주했다.
오늘을 만들어가는 이야기
오랫동안 외국에서 생활했던 탓일까, 내가 말을 하면 종종 “한국말 잘하는 중국인”이라는 말을 들었다.
특히, 제주영어교육도시 초창기에는 사람들이 많이 살지 않아 밤이 되면 칠흑 같은 어둠이 내렸다. 근처에 있는 4.3 유적지의 고요함 속에서, 알 수 없는 슬픔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몇십 년 전, 억울하게 생을 마감한 영혼들이 여전히 떠도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이곳에서, 나는 또 한 번 나 자신에게 묻고 있었다. “나는 이곳에서 진정으로 이웃이 될 수 있을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려 노력하는 동안, 나는 깨달았다. 삶은 항상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예측할 수 없는 흐름 속에서, 나는 나 자신을 조금 더 깊이 알게 되었다. 새장을 떠나 하늘로 나아간 경험은 나를 더 큰 세상으로 이끌었고, 그 과정에서 내 안의 새로운 가능성을 깨달았다. 제주에서도, 그리고 이방인으로 살아온 시간에서도 나는 여전히 나의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었다.
제주에서의 삶은 예상보다 더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그곳의 푸른 바다와 산, 그리고 고요한 자연 속에서 나는 스스로를 다시 마주했다. 제주에서 겪었던 고독은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그 고요함 속에서 나는 나의 본질을 다시 찾을 수 있었다. 그곳에서의 나의 삶은 이제 '손님'이 아닌, 그 땅의 일부로서의 의미를 찾아가고자 노력했다.
아마도 손님으로 머물러야 한다면, 그 자리에서 나만의 빛을 내고 싶었다. 왜냐하면, 그 전에 죽을 고비를 넘기고 나서, 삶보다는 죽음이 어쩌면 인간 삶의 본질에 더 가까울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지금! 여기! 이 순간!'을 온전히 살아가고 싶었다. 그리고 언젠가, 내가 이곳에서 이웃이 아닌 주민으로 뿌리 내리게 될 날이 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정한 이웃이 되어 이 땅에 뿌리 내릴 날을 기다리며, 오늘도 나는 새벽 공기를 마신다. 그 공기 속에서 나는 조금씩, 더 나아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