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바람아 멈추어다오/예약했잖아요! 두고 가세요~

제주도의 강한 바람과 옷차림/제주도는 2~3대 차량 보유가 기본이다.

by 해피걸

타이틀:바람아 멈추어다오/예약했잖아요! 두고 가세요~

부제:제주도의 강한 바람과 옷차림/제주도는 2~3대 차량 보유가 기본이다.


이곳 영국에서는 새벽부터 시작된 비바람이 정오를 넘어서면서 점점 더 강해져, 현재 시속 48km에 이를 만큼 맹렬하게 불고 있다. 이렇게 강한 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항상 제주도가 떠오른다. 오늘처럼 바람이 세게 불면, 제주도에서는 그 바람을 매우 강한 바람으로 느끼게 된다. 그 바람에 작은 나무들이 쓰러지기도 하고, 외출할 때 체감 온도가 훨씬 더 낮아진다.

바람아멈추어다오예약했잖아요두고가세요제주도의강한바람과옷차림제주도는23대차량보유가기본이다1.jpg

영국에서 제주도로 처음 가기 전에, 그곳에서 꼭 입어보고 싶었던 하늘거리는 원피스를 제주도에서 입어볼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막상 도착하고 나니, 바람이 얼마나 강한지... 서울에서는 봄바람에 살랑살랑 흔들리는 원피스를 입고 거리를 활보하며 걷곤 했지만, 제주도에서는 그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 휘날리는 머리카락과 옷자락을 잡느라 정신이 없었다.


※잠시 안내 말씀 드립니다. 지금부터 제주영어교육도시에 처음 입성한 후 겪었던 에피소드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바람아멈추어다오예약했잖아요두고가세요제주도의강한바람과옷차림제주도는23대차량보유가기본이다4.jpg


바람아 멈추어다오

제주도는 특히 10월 말부터 시작되는 매서운 바람이 정말 살을 에는 듯하다. 내가 살고 있는 제주영어교육도시는 해안가에 위치한 대정읍보다 체감 온도가 약 1도 낮아 더 춥게 느껴진다. 심지어 서귀포시 이마트만 가더라도 체감 온도가 2도나 차이가 날 정도로 따뜻하다.

나 역시 이런 환경에서 살다 보니, 늘 두꺼운 옷을 챙겨 입는다. 소위 말하는 오리털이나 거위털이 빵빵하게 들어간 패딩 없이는 늦가을과 겨울을 견디기 어렵다. 나이가 들어서 그런지 등이 시린 느낌이 더 강하게 다가온다.


한 번은 서울에서 온 언니가 나에게 물었다.
"왜 너는 이런 두꺼운 옷을 입고 사니?"
그때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언니도 한 번 여기 내려와서 살아봐!"


사실 기온만 보면 제주가 서울보다 훨씬 따뜻하다. 하지만 서울 사람들은 제주도의 매서운 바람을 경험해보지 않았기에 그렇게 느끼는 것도 이해가 된다. 심지어 제주시에 사는 분들조차 나에게 "왜 이렇게 두꺼운 옷을 입고 다니세요?"라고 물은 적이 있을 정도다. 같은 섬에 살고 있지만, 지역에 따라 체감 온도는 이렇게나 다르다. 그런 이유로 제주영어교육도시 근처에 있는 오설록 티뮤지엄의 녹차밭에서는 10월 말부터 송풍기들이 가동되는 모습들을 볼 수 있다.


TMI: 제주영어교육도시의 최대 수혜자는 어쩌면 오설록 티뮤지엄일지도 모르겠다. 이곳은 입장료가 없는 곳으로 많은 사람들이 부담 없이 들른다. 특히 5월이 되면 녹차 축제가 열리는데, 그 시기에 관광버스를 타고 온 단체 관광객들을 종종 볼 수 있다. 그들은 오설록 녹차밭을 둘러본 후, 마치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가듯 영어교육도시를 한 바퀴 돈다. 물론 도시를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은 5분 남짓이지만, 그렇게 한 바퀴를 돌고 나서 도시 안에 있는 곶자왈국립공원까지 둘러보고 가는 경우가 많다.

바람아멈추어다오예약했잖아요두고가세요제주도의강한바람과옷차림제주도는23대차량보유가기본이다2.jpg


예약했잖아요! 두고 가세요~. 네? 차가한대예요?

하루는 차량 문제로 예약을 하고 정비소에 갔다.

그런데 사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사장님: "두고 가세요~"

나: "네?"

나: "그냥 두고 가라고요?"

나: "예약했잖아요!"

사장님: "그냥 두고 가시면, 나중에 손봐 줄게요~"

나: "차를 여기 두고 가면 어떻게 차를 가지러 와요?"

사장님: "왜요? 집에 다른 차가 없어요?"

나: "네. 차가 이것밖에 없어요. 그런데 집에는 차가 많으세요?"

사장님: "농사짓는 차, 아내 차, 아들딸 차... 보통은 집집마다 2~3대는 있어요."

바람아멈추어다오예약했잖아요두고가세요제주도의강한바람과옷차림제주도는23대차량보유가기본이다3.png

대부분의 제주도 토박이들은 귤 농사를 기본적으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대중교통이 타 지역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보니, 차량 보유가 많을 수밖에 없다는 걸 알게 되었다.

처음에는 어리둥절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나도 집에 차가 2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많이 생각하게 되었다. 특히 4살짜리 딸을 둔 엄마로서, 우리 집에도 차가 2대 있었다면 좋겠다고 느꼈던 적이 많았다.


TMI: 4살 된 딸이 갑자기 아파서 밤늦게 응급실에 가야 하는 상황이었다. 알고 보니 폐렴으로 즉시 입원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그때, 나는 딸과 함께 제주시에 있었고, 남편은 집에 있었다. 입원 시 필요한 것들이 있었는데, 남편이 차가 있었다면 그걸 가지고 병원에 와서 도와줄 수 있었을 텐데, 그런 아쉬움이 많이 남았다. 그때는 늦은 밤이라 콜택시도 부를 수 없는 상태였고, 불러도 오지 않는 경우였다.


물론, 이런 일은 2025년에는 잘 일어나지 않을 것 같긴 하다. 그런데 정말 그럴까? 약간 의심이 가긴 한다.


P.S.

저녁부터 뉴스에서는 "스톰 에오윈, 영국과 아일랜드 강타"라는 타이틀로 어제 휘몰아쳤던 태풍 '스톰 에오윈"에 대한 피해상황을 연신 보도하고 있다.

2025년 1월 24일, 오늘 폭탄 저기압으로 분류된 태풍 '스톰 에오윈'이 영국과 아일랜드를 강타하고 있다. 이번 폭풍은 시속 183km에 달하는 강풍을 동반하며, 아일랜드에서 사상 최고 풍속으로 기록되고 있다. 이로 인해 100만 가구 이상이 정전 피해를 입었고, 교통이 마비되었다.

특히, 아일랜드 도니골에서는 강풍으로 쓰러진 나무가 차량을 덮쳐 안타깝게도 사망 사고가 발생했다. 당국은 주민들에게 외출을 삼가고 실내에 머무를 것을 권고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도 이 정도로 강한 비바람이 불었을 정도면 당연히 북쪽은 큰 피해를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번 태풍급을 폭풍우를 끝으로 2025년의 봄의 생명력은 꽁꽁 얼어붙은 땅속을 뚫고 나오려고 안간심을 쓰고 있을 것이다.


keyword
이전 12화나는 왜 이곳에 왔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