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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릴리에게서 초창기 제주NLCS 기운이 느껴지지?

릴리의 성장과 제주NLCS 교육 철학의 유사성 발견

by 해피걸

타이틀: 어? 릴리에게서 초창기 제주NLCS 기운이 느껴지지?

부제: 릴리의 성장과 제주NLCS 교육 철학의 유사성 발견

Ly의 말대로, 대학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하겠다고 결심한 Lily의 모습은 정말 예비 공대생 같았다. 털털한 옷차림에 20리터 배낭을 어깨에 메고, 나에게 간단히 인사한 후 "공부하러 간다"며 빠른 걸음으로 사라지던 그 뒷모습에서, 나는 어딘가 익숙한 느낌을 받았다.

"엇! 뭐지, 이 느낌?"
"어디선가 보고 느꼈던 것 같은데..."

그것은 12년 전, 제주국제학교 초창기 NLCS 학생들의 모습이었다.

릴리가 다니고 있는 노리치스쿨(Norwich School)은 1096년에 설립된,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학교 중 하나다.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이 학교는, 학교가 자리 잡고 있는 건물이 노르만 대성당이 세워질 당시부터 존재했던 곳이다.


이곳은 사립학교로, 등록금이 제주영어교육도시의 국제학교와 비슷한 수준인 사립 중고등학교다. 내가 알고 지냈던 많은 지인들이 자녀들을 이 학교에 입학시키고 공부시켰다. 이 학교는 매년 캠브리지와 옥스퍼드 대학은 물론, 영국의 유수한 명문대로 학생들을 보내고 있다.

나도 처음에 딸이 태어난 후 학교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지만, 내가 감히 입학을 고려할 수 없는 곳이라 생각해 일찌감치 포기했다.


NLCS와 Norwich School은 지리적으로나 문화적으로 차이가 크지만, 왜 나는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까?
그 의문이 떠오르자, 나는 두 학교를 비교하기 시작했다.


NLCS의 교육 특징

NLCS는 IB(International Baccalaureate) 교육 프로그램을 기반으로 하며, 구체적으로 IBDP(International Baccalaureate Diploma Programme) 교육을 제공한다. 이 학교는 학생들에게 글로벌 리더십, 자기 주도적 학습, 비판적 사고를 강조한다. 교육의 목표는 단순히 지식을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목표를 설정하는 능력을 키우는 데 있다.


IB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은 비판적 사고와 자기 주도적 학습 능력을 기른다. 수업과 독서, 연구를 통해 학생들은 자신만의 학습 계획을 세우고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배운다. NLCS는 다양한 리더십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에게 글로벌 리더십과 사회적 책임감을 강조한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다양한 문화와 사회적 배경을 이해하고, 협력과 소통의 중요성을 배운다.


Norwich School의 교육 특징

Norwich School은 A-levels와 GCSE 시스템을 기반으로 하여, 학생들이 학문적 성취를 이루는 데 중점을 둔다. 그러나 학문적 도전뿐만 아니라, 사회적, 정서적, 그리고 리더십 능력도 동시에 배양할 수 있는 교육을 제공한다.

이 학교는 자기주도적 학습과 독립성을 강조한다. 학생들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학습 계획을 세워 수행하도록 유도한다. 학문적 도전을 마주하면서 비판적 사고와 창의성을 기를 수 있도록 돕는 시스템이 잘 마련되어 있다.


Norwich School은 또한 리더십과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스포츠 팀이나 학급 대표, 사회적 프로젝트 등 다양한 활동을 통해 학생들은 협력과 책임감을 기르고, 더 나아가 글로벌 리더로서의 자질을 키운다. 릴리가 보여준 리더십 태도는 바로 이러한 프로그램을 통해 더욱 발전했을 것이다.


Norwich School은 2023년 A-levels 공개 시험에서 A*-B 등급 비율이 75%에서 78%에 달하며, 이러한 성과를 바탕으로 많은 학생들이 영국의 명문 대학에 진학하였다. 특히, 2021년 졸업생 중 4명이 케임브리지 대학에, 5명이 의과대학에 진학하였다. 또한, 더럼 대학에 18명의 학생이 입학하였으며, 엑서터, 뉴캐슬, 런던 대학교, 에든버러 대학 등에도 다수의 학생들이 진학하였다.


릴리의 교육적 선택: 남녀공학과 단일 성별 학교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는 두 개의 괜찮은 사립 중고등학교가 있다. 하나는 남녀공학이고, 다른 하나는 여자학교이다. 나의 지인 FL은 자신의 딸이 사립 여자 고등학교에 가기를 원했지만, 흥미롭게도 릴리는 남녀공학인 Norwich School을 선택했다. 릴리는 그 이유를 간단명료하게 말했다. "여자들만의 경쟁보다는 남녀가 함께 경쟁하는 환경이 더 도전적이고 실질적이라고 생각해서요." 뜻밖의 대답이었다. 릴리는 남녀가 함께 경쟁하는 사회에서 더 강해지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남녀공학에서의 경쟁은 단순히 성별에 의한 경쟁이 아니라, 사회에서 마주할 다양한 경쟁을 미리 체험하는 기회로 여겨졌다. 릴리는 이러한 경험이 미래 사회에서 겪을 다양한 경쟁 상황에 대비할 수 있게 해 준다고 믿었다. 이 경험은 그녀의 성격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결국, 릴리가 다닌 Norwich School은 제주 NLCS와 마찬가지로 학생들에게 자기주도적인 학습과 학문적 도전뿐만 아니라, 리더십과 글로벌 역량을 함양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러한 교육적 유사성은 릴리가 선택한 환경이 단순히 개인의 성장을 넘어, 미래의 글로벌 리더로서 중요한 기틀을 마련하는 데 큰 영향을 미쳤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이 외에도 NLCS의 특성이 느껴졌던 다른 이유는 무엇일까?

일상적인 대화나 태도에서 어떤 비슷한 점을 느꼈을지도 모른다. 사실, 이 학교의 커리큘럼이나 교육 방침을 구체적으로 알아보기 전에, 이미 그 어떤 점들이 비슷하다고 느껴졌던 것 같다.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아시아인과 영국인 부모님들 모두 자녀들을 이 학교에 보내기 위해 교육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인적, 물적 자원을 아끼지 않으며, 어떤 방법이든 이 학교에 입학시키고자 한다. 예전에 또 다른 지인이 자신의 아들을 이 학교에 입학시키기 위해 학부모 면접을 봤다고 하며, 그 경험담을 나에게 이야기해 주었다. 돈을 들여 입학시키려고 해도, 그 학교는 선택적으로 학생을 받는다더라...


물론, 올해부터는 부모들이 교육비에 세금을 매기게 되어, 사립학교가 더 이상 갑의 위치에 있지 않고 을의 위치로 바뀔 수도 있겠지만, 내가 생각하기에는 중류층일수록 다른 것은 줄여도 교육비만큼은 줄이지 않을 것이라고 본다. 그들에게 교육비는 마지막으로 자녀들이 중류층에서 하류층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하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이다.


작년, 홀로코스트 메모리얼 서비스에서 각 학교를 대표하는 학생들이 낭독문을 읽은 순간이 있었다. 그때 나는 시내 사립학교 학생들의 말투, 발음, 언어 구사 방식이 현저히 달라서 그 차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아하! 그래서 부모들이 이곳에 보내고 싶어 하는구나~”를 새삼 깨달았다고나 할까?


현대 사회에서는 학력이 비슷하다면, 그 외의 차이점들이 경쟁력을 차별화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한다. 특히 토론이나 면접에서는 말하는 능력과 태도, 발음 등이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말하는 방식만으로도 큰 차이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말을 잘하는 것도 중요한 경쟁력이 된다. 자신 있게 말하고, 상황에 맞는 격조 있는 언어를 구사할 수 있는 능력은 큰 장점이다.


결국, NLCS와 Norwich School은 모두 영국식 교육 커리큘럼을 밑바탕에 깔고 있으며, 그런 교육적 배경이 학생들에게 비슷한 느낌을 주었을 것이다. 특히 두 학교 모두 학생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의견을 확실하게 표현하도록 돕는다. 학생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바른 언어를 사용하며, 타인에게 긍정적인 인상을 주는 태도를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라 할 수 있다.


TMI:

딸은 사립학교 발음을 싫어한다. 그녀는 그 발음이 마치 상류층을 자랑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고 생각한다. "사립학교 발음, 정말 고상한 척하는 것 같아"라고 말하며, 그 억양을 듣는 게 불편하다고 한다. 반면 나는 그 발음이 오히려 멋있고 세련되게 들린다. 조금은 고급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듣기만 해도 뭔가 특별한 느낌이 든다. 사람마다 다르게 느끼는 것 같다.

과거 캠브리지 영문과 출신의 여성이 학부모들 앞에서 학교에 관해 이야기하는 걸 들었는데, 마치 시 한 편을 근사하게 읽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꽤 기분 좋은 경험이었다. 겸손을 미덕으로 여기는 딸에게는 그런 억양이 오히려 거슬리는가 보다. 그럴 때마다 나는 농담 삼아 "너 혹시 자격지심 있냐?"라고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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