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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하던 보노보노 Jan 20. 2024

'팔자'라는 것의 실존을 느끼게 하는 인연들

영혼의 도플갱어랄까?

나는 친구가 많은 편이다.

이 문장에는 조금도 으스대려는 의도나 과장이 없다. 적어도 내가 관계를 맺는 세계 안에서는 틀림없이 그렇다는 걸 20대 초반쯤부터 어느정도 인정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 아니면 내가 친구가 적은 사람들과만 친구가 되곤 하는 것일 수도 있으려나? 끊임없는 자기 판단 의심도 일종의 병이다.ㅎㅎ


각설하고, 그렇게 꽤 많은 수의 친구들 중에서도 '도플갱어'라는 수식어를 붙일 만큼 서로가 닮은 친구는 당연히 많지 않았다. 30초 정도 혹시나 기억 저편으로 사라진 사람은 없을지 골똘히 생각했을 때의 결론으로는 지금까지 딱 세 명이 있었다.


그 중 한 명에 대해서만 당장 떠오르는 부분을 말하자면, 그 친구는 나와 이목구비는 영 딴판이지만 체형이 9할 이상 같다. 흔히 말하는 쓰리사이즈는 물론 머리크기나 발 사이즈도 거의 같다. 그날그날 땡기는 음식이나 컨디션에 따른 주량도 거의 같고, 선호하는 주종도 그렇다. 그러니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겠지만 갖고 있는 자잘한 신체적 심리적 증상이나 지병이랄 것도 거의 같았다. 또한 같은 시기에, 출생연도가 같은 남자친구를 각각 만나게 된 적도 있었다. 그들도 서로 같은 유형이라고 밖에는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같은 행동을 하는 이들이었다.(하다못해 이름의 이니셜조차 같았다.) 그러니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는 것이 거의 같은 우리에게 똑같은 방식으로 기쁘고 또 아픈 상대였고 그러다 비슷한 이유로 헤어졌던 기억이다.

우리는 초중고등학교를 모두 같은 곳을 나왔지만 고등학교 2학년 때에서야 처음으로 같은 반이 되어 그때 친구가 되었던 사이다. 지금은 그 친구가 먼저 결혼과 출산을 연달아 하며 나와는 꽤 다른 길을 가고 있지만, 그러기 직전까지 우리는 곧잘 하루의 운세와 바이오리듬이 비슷할 지경으로 서로 닮은 삶을 살았다. 그렇게 서로의 희로애락을 그 누구보다 잘 이해하곤 했다.


(다음 편에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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