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에서 식물을 키우면서 긍정적인 인테리어 효과를 얻기를 기대하는 것을 플랜테리어라고 부르며 언젠가부터 많은 사람들이 시도하더라. 하지만 나는 초록손을 갖기를 희망하는 일개 똥손! 수없이 많은 식물을 죽여온 결과로 더 이상은 식물에 관심을 갖지 않기로 했다.
했는데, 분명 그랬었는데, 왜 또 허브를 입양했느냔 말이다. 다소 충동적이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동거 중인 반려묘에게 해롭지 않은 종류를 확인해 신중히 선택했다. 잘 키워서 음식에도 넣어 먹고 평소에는 향기도 즐기고 초록초록한 잎으로 기분전환도 할 수 있을, 로즈마리와 바질을.
왕손엄마의 후예답게 커다란 화분에 분갈이를 해주고 보니, 평소 우스갯소리로 여긴 내 집이 아니라 고양이 방이라고 할 정도로 자그마한 전셋집이 식물로 꽉 찬 느낌이다. 원래도 이 방의 지분은 고양이가 1순위로 제일 많이 가지고 있고, 나와 그밖의 내 살림살이들이 공동 2위 정도였는데. 이제는 식물이 나를 제치고 당당히 2위를 차지하게 된 것 같달까. 식물로 인테리어를 하는 수준이 아니라 식물이 집을 꽉 채운 수준이니 식물원이라 해도 좋겠다.
우리집 고양이는 아무래도 자기 말고 내가 관심을 쏟는 다른 존재가 생겼다는 사실에 꽤나 역정이 난 듯하지만 말이다.
고양이가 먹더라도 건강에 좋다는 종류로 골라 데려온 거니까 혹시 먹고 싶어지면 얼마든지 뜯어 먹으렴!
이렇게 해서 내 방은 오늘부터 본격적으로 동식물이 함께 어우러져 지내는 꼬마 자연농원이 되어가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