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나마 번다고? 애나 잘 키우지

워킹맘의 비애

by 이현정

처음 일을 시작할 때는 아이를 키우면서 할 수 있는 일이라 시작했는데 몇 달 일을 하다 보니 아이도 잘 키우면서 일도 잘하고 싶다는 욕심이 났습니다. 그런데 제가 일을 시작한다고 하니 시댁에서는 반대를 하셨습니다.


“아이나 잘 키우지 뭐 하러 일을 하러 애를 데리고 나가니?
얼마나 번다고… 그 돈 내가 줄게. 집에 있어라.”


저에게 직접얘기는 못하시고 남편을 몇 번을 불러다 혼을 내시면서 못 나가게 하라고 하셨습니다. 다행히 남편은 제 편이었습니다. 출근을 하면서 점점 밝아지는 저의 모습을 보면서 그거면 되었다고 합니다.



“우리 일은 우리가 알아서 할게요. 걱정 마세요.”



라고 얘기해 줘서 너무 고마웠습니다.

결혼은 두 사람의 결합이기 이전에 서로 다른 두 집안이 한 가족이 되는 것입니다. 서로 다른 가치관과 문화를 가지고 살던 사람이 만나면 당연히 많이 부딪힐 때가 많습니다. 생각이 다른 건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아마도 시댁에서는 첫 손주다 보니 아이를 데리고 일하는 것이 힘들까 봐 걱정되었나 봅니다. 집에서 아이를 잘 키웠으면 하는 마음이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어른들이 생각하는 전통적인 역할 분담은 아버지는 주로 경제적인 역할을 맡고, 어머니는 주로 가정과 양육에 전념하는 것입니다. 내가 일을 하면서 가정에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적어지면 엄마의 역할을 소홀히 할 수 있다고 생각했겠지요. 하지만 저는 아이를 잘 키우고 싶은 마음에 일을 시작한 터라 시댁에 반대를 무릅쓰고 일을 이어 갔습니다.


일을 하고 첫 월급을 받고는 봉투하나를 준비했습니다. 봉투에 10만 원을 넣어서 남편에게 용돈으로 주었습니다. 큰돈도 아닌데 그걸 받은 남편이 아이처럼 너무 좋아했습니다. 남편이 남의 편이라고 하지요? 하지만 내편이 되어준 사람에게 첫 월급으로 선물을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제가 임신으로 퇴사하고 남편 혼자 가정을 책임지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니니까 조금 이나마 보태고 싶기도 했습니다.


큰돈을 벌지는 못하지만 제 월급날이면 이벤트로 둘이 꼭 치맥을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어느새 남편은 본인의 월급날보다 제 월급날을 기다립니다. ‘소확행’이라는 말처럼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으로 일상에서 작지만 확실하게 실현할 수 있는 행복, 한 달에 한번 하는 치맥이 우리 부부에겐 그런 것입니다. 한 달 동안 서로 치열하게 일하고 보상으로 받은 급여를 받는 날. ‘수고했어’라고 서로에게 위로가 되어 주며 맥주 한잔으로 다시 새로운 한 달을 시작할 수 있습니다.



배우자의 위로만큼 우리에게 힘을 주는 것은 없다. 이 사실을 알지 못하는 많은 남편과 아내는 오늘도 외롭게 살아가고 있다. 부부의 문제를 담장 안에 가둔 채 악순환의 고리만 단단하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한마음이 되어 서로를 위로하며 힘을 얻어야 할 부부가 각자 다른 곳을 보며 외롭고 고통스럽게 살아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박성덕, 『당신 힘들었겠다』, 21세기 북스, 2017




남편과 처음 만났을 때가 문득 생각납니다. 처음부터 ‘이 사람이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만났던 것은 아닙니다. 소개팅으로 만나서 크게 공통점도 없는데 처음 만남에 마로니에 공원을 두세 시간을 걸으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람 이어서 좋았습니다.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는 잘은 기억나지 않지만 서로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맞장구 쳐주며 또 다른 이야기를 하고 그렇게 시간이 나도 모르게 지나갔었습니다. 그렇게 4년이라는 연애기간이 지나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퇴근 후 맥주 한잔을 함께하는 사이가 되었습니다.


서로의 편이 되어줄 수 있다는 것은 서로에 대한 믿음과 신뢰가 있어야 합니다. 은행에서도 신용이 좋아야 믿고 대출을 해주는 것처럼 부부사이의 신용도 마찬가지입니다. 서로 이해하고 서로 내 편이라는 믿음이 생겨야 어떤 일이 생겨도 흔들리지 않는 단단한 신용의 뿌리를 내릴 수 있습니다. 그 믿음의 시작은 대화라고 생각합니다. 서로의 이야기를 공감하고 경청해 주면서 대화의 싹이 트기 시작하고 하나하나의 새싹들이 자라서 튼튼한 뿌리를 만들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시작하기 힘들다면 일주일에 한 번 10분만이라도 함께하는 시간을 정해 보세요. 맥주이든 커피이든 함께 이야기할 수 있는 곳이면 어디든 좋습니다. 대화도 습관이라고 생각합니다. 몇 년씩 서로 이야기하지 않던 부부들에게 너무 어려운 숙제 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은 관심의 새싹에 대화의 물을 주듯이 언젠가는 서로에게 큰 나무 그늘이 되어 줄 거라고 생각합니다.


시댁과의 갈등 때문에 괴로워하고 결국 이혼하는 여성들을 이따금 봅니다. 그때 남편들의 적극적이고 단호한 자세가 아쉬울 때가 많습니다. 남편들은 시댁과의 관계에서 아내의 눈치를 보는데, 이는 아내의 희생과 양보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아내와 어머니가 갈등 관계에 있으면, 남성들은 대체로 회피전략을 사용해서 직접 개입하기보다는 뒤로 물러서서 사태를 수습하려고 하지만 오히려 상황을 악화시키곤 합니다. 결혼은 독립적으로 가정을 이루는 것입니다. 이때 남편들은 적극적이고 단호하게 의사를 표현해야 처음엔 시댁에서도 서운해하더라도 언젠가는 받아들이고 가장으로서 아내에게도 믿음을 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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