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인사하기, 소통의 시작입니다.

by 공감의 기술

저 멀리 안면 있는 듯한 사람이 다가옵니다. 가끔씩 보는 이웃이라는 사실과 얼굴만 낯익은 정도이지, 실은 이름도 나이도 모르는 사이입니다.

거리가 점점 가까워질수록 시선을 어디로 둬야 할지 모르겠고요, 눈이 마주칠 듯 말 듯 서로 눈치를 보며 망설입니다.

‘먼저 인사를 할까? 하면 받아 줄까?’ ‘혹시 나를 모르는 거 아냐?’, ‘했는데 안 받아주면?’ ‘내가 굳이 먼저 할 필요 있나?’

인사를 하니 마니를 놓고 혼자 머릿속이 복잡해집니다.

인사를 해도 반응이 없거나 모른 척하면 나만 뻘쭘해질 것 같고

인사를 안 하고 지나가자니 상대방을 무시한 것 같아 찝찝하기도 하고요.

인사를 해야 할지, 그냥 지나쳐야 할지 애매모호합니다.

결국 엉거주춤, 고개만 약간 끄덕일 듯 말듯한 어정쩡한 자세로 스치며 지나갑니다.




어릴 때 학교에서 배운 가르침 중 하나가 '웃어른을 공경하자, 어른을 보면 먼저 인사하자'였습니다.

학교 선생님 물론 동네 어른들을 보면 먼저 인사를 하는 게 당연한 행동이었습니다.

무거운 짐을 머리에 이고 가는 것도 모자라 양손에도 들고 가는 할머니를 보면 얼른 달려가 짐을 들어드리기도 하고요,

짐을 잔뜩 실은 리어카를 낑낑대며 힘겹게 끌고 가는 아저씨를 보면 뒤에서 힘껏 밀어주기도 했습니다.

어른을 보며 먼저 인사하면 '허허'하며 반갑게 받아주는 장면도 늘 보는 모습이었죠.

운전을 하다 끼어들기를 하고 나면 양보해준 차량을 향해 손을 들거나 비상 깜빡이를 켜며 인사를 하는 것도 예의였습니다.


언제부터인지 인사를 하는 행동이 어색하게 느껴집니다.

우리 주변에 인사를 주고받는 모습도 사라진 듯합니다.

학교 오가는 길에 자주 보는 어른일지라도 직접적으로 아는 사이가 아니면 인사하는 학생은 찾아보기 힘듭니다.

직장 오고 갈 때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는 주민들 사이에도 인사 나누는 모습은 줄어들었고요.

길이 막힌 도로에 막무가내로 끼어든 차량은 마치 당연한 듯 인사가 없습니다. 손 흔드는 것도, 쌍라이트도 잠잠합니다. 기껏 양보했더니 기분만 상합니다.

수십 번씩 오고 가는 길에 자주 보는 어린이가 아들 친구였는지도 몰랐고

하루에 두세 번 스쳐 지나가는 이웃 주민이 같은 건물 옆 사무실에 다니는 지를 한참 뒤에야 알게 되기도 합니다.


지구 상에 인구는 늘어나는데 진짜 이웃은 줄어듭니다.

마주치는 사람은 많은데 마음을 터놓는 사람은 드물고요.

서로 반갑게 함박웃음을 지으며 인사하는 모습도 친한 사이가 아니라면 보기 힘든 광경이 되었습니다.

각박한 세상에 먹고사는 게 힘들어서 인지,

물고 물리는 치열한 경쟁 속에 남은 거라고는 악이고 깡이라 그런 건지,

선의를 베풀면 악의로 돌아오고, 호의를 베풀면 호구 취급당해서 그런 건지,

내가 먼저 인사해봤자 돌아올 게 뭐가 있을까 회의만 생긴 건지,

나만 인사하면 의문의 1패만 당하는 것 같아 꺼려지는 건 아닌지,

서로를 믿지 못하니까 인사를 기피하고 다들 쌩까는 게 일상이 되어 버린 건 아닌지

인사 잘했던 미풍양속이 사라지는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인사를 한자로 쓰면 사람인(人)과 일사(事)로 인사(人事)가 사람의 일 자체란 뜻입니다.

그만큼 인사는 사람이 살아가는 데 가장 기본이자 중요한 행동이라는 의미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짧은 말 한마디로 가장 쉽게 소통을 여는 방법은 단연 인사가 아닐까요?


인사의 중요성을 알았는지 몇 해 전부터 여러 단체에서 인사하기 캠페인이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모 초등학교에서는 '골목길에서 인사하기' 캠페인이 열렸습니다. 어린이가 먼저 어른에게 인사하는 태도가 인성 발달에 도움이 됩니다.

'서로 먼저 인사하기, 정(情)을 나눕시다'라는 캠페인을 연 대학교도 있었습니다. 서로 먼저 인사하고 정을 나누는 실천이 즐겁고 활기찬 대학 생활을 할 수 있고, 참된 인성과 공감 능력을 겸비한 인재가 되기를 바라는 취지라고 합니다.

모 병원에서는 '내가 먼저 밝은 미소로 인사하기' 캠페인을 열었고,

'내가 먼저 인사하기' 캠페인을 개최한 아파트 주민들도 있었습니다. 아파트 내 주민 갈등을 예방하는 생활 속에 실천하는 운동은 인사하기가 시작이었습니다.

사장이 큰소리로 인사를 잘하는 식당은 직원들도 인사를 잘합니다. 분위기도 밝아집니다. 덩달아 손님도 기분이 좋아지고 다시 찾게 됩니다.




인사라는 것이 사소해 보이지만 인간관계를 부드럽게 해주는 윤활유 역할을 합니다.

내가 먼저 인사하기가 소통의 시작이자 인성 교육 그 자체이고요.

서로 먼저 인사하고 정을 나누는 실천이 삶을 보다 즐겁게, 활기차게 하는 건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인사,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자꾸 하다 보면 자연스러운 행동이 됩니다.

인사를 잘하면 인상이 바뀌고 인상이 바뀌면 인생이 달라집니다.

인사만 잘해도 인싸가 되고 인사만 열심히 해도 핵인싸가 됩니다.


사람들이 인사하지 않고 모른 척한다고 서운해하지 말고

내가 먼저 인사하는 소통을 시작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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