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감의 기술 Feb 06. 2021

일일시호일, Every Day a Good Day!

매일매일이 좋은 날


 여기저기 흩어져 있는 점들이 이어져 선이 됩니다. 선과 선이 만나 면을 이루고요, 점과 선 그리고 면이 어울려 아름다운 그림이 완성됩니다.

 외로이 떨어져 있는 글자 하나. 다른 글자 하나가 옆에 붙어 단어가 됩니다. 단어들이 모여 문장을 이루고요, 문장들이 한 페이지, 두 페이지를 채워 책이 탄생합니다.

 아무렇게나 버려진 돌 하나. 옆에 또 다른 돌을 놓고 그 위에 돌을 올립니다. 하나 둘 차곡차곡 쌓아 올리다 보면 어느새 멋진 건물이 만들어집니다.


 어느 날은 선과 선이 잘못 만나 꼬일 때가 있고, 어떤 때는 방향을 잘못 틀어 영원히 만날 수 없는 평행선을 달립니다.

 하얀 종이 위에 한 글자 한 글자가 모입니다. 쓰다가 틀리기도 하고, 앞뒤가 맞지 않아 지워야 할 때도 있습니다. 썼다 지웠다 썼다를 무한 반복합니다.

 옆에 있는 돌이 모가 나 서로 부딪혀 깨지기도 하고, 쌓아 올린 돌이 무게를 견디지 못해 와르르 무너집니다. 어떤 날은 세찬 비바람이 불어 아래로 굴러 떨어집니다.   

 



오가는 사람들을 보며 자주 나누는 인사가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그저 인사치레로 주고받는 말이라 해도 듣기 싫지 않습니다. 매일매일 기분 좋게 보내고 싶은 바람은 누구에게나 있으니까요.


 기분 전환을 하려 자연을 배경 삼아 사진을 찍었습니다. 최대한 밝고 이쁜 표정을 지으며 멋진 포즈를 취합니다. 핸드폰을 돌려 사진을 보면 '아, 왜 이렇게 못 나오지? 이것밖에 못 나오나?' 볼수록 인상이 찌푸려집니다. 오히려 기분만 잡칩니다.

 성적이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나름 열심히 했다고 자부했습니다. 평소보다 덜 자고 더 많이 공부했기에 기대도 가졌지만 막상 손에 들린 성적표는 실망 그 자체입니다. '이게 성적이냐, 쓰레기냐.'

 기분 좋게, 좋은 하루를 보내려고 해도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세상살이에 실망은 피할 수 없습니다.


 단군 이래 가장 어렵다는 취업의 문을 비집고 들어가려 합니다. 면접에 도움이 되고자 마음에 안 드는 사진은 뽀샵을 하고 부족한 성적은 스펙을 더 쌓아 보완합니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씩씩하게 면접장으로 들어갑니다.

 "잘할 수 있습니다." 큰소리로 외친 게 이번이 7번째입니다. 뽑아만 주면 뭐든지 잘할 수 있는데 자꾸만 좌절해야 하는 현실이 두 어깨를 축 늘어지게 합니다.

 기분 좋은 하루를 보내자는 결심은 밀려오는 파도에 흔적 없이 사라지는 모래성이 됩니다.




하얀 여백 위에 아름다운 한 폭의 그림이 완성하기까지

하얀 바탕에 검은 글자들이 모여 한 권의 책이 탄생하기까지

아무렇게나 흩어진 돌이 모여 멋진 건물이 세워지기까지

어려움 없이 저절로 이루어지는 건 없습니다.


잘못 만난 선과 면이 조화를 찾아 밑그림이 되고

썼다 지웠다 되풀이한 글들이 한 줄 한 줄 채워나갑니다.

무너진 돌을 다시 쌓아 올리며 한 층 두 층 세워집니다.

쓰레기 같은 성적을 받고 실망을 해도 열심히 공부한 노력은 빛나는 지식으로 남아있습니다.

7번 넘어져도 8번 일어나 다시 도전하는 불굴의 용기가 웬만한 좌절에도 흔들리지 않는 내공을 만듭니다.

 

365일 내내 좋은 하루만 있을 리 없습니다.

도로 위 신호등이 내가 지나갈 때마다 알아서 척척 바뀌는 일사천리 같은 날도 있고,

아무리 용을 써도, 뭘 해도 도무지 되는 일이 없는 꽉 막힌 날도 있기 마련입니다.

일분일초, 흘러가는 시간이 아까워 밤을 새우는 에너자이저가 되어야 날이 있는가 하면

손가락 하나 까닥하기 싫은, 정말 격렬하게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도 있습니다.


얽힌 실타래마냥 뒤엉킨 날이 있으면 만사형통 같은 하루도 있는 법이고

에너지 넘치는 하루를 보내고 나면 하루 종일 멍 때리는 시간이 지친 심신을 재충전시켜줍니다.

실망을 하고 좌절을 겪은 하루하루가 모여 뿌듯한 성취감이 가득한 행복한 하루가 될 거라 믿기에

365일 하루하루 소중하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이래저래 살아온 모든 나날들, 그중에 같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이 하루도 이 생에 단 한 번뿐인 순간입니다.

힘겨운 날에는 살아갈 용기를 달라고 기도하고

술술 풀리는 날에는 자칫 자만에 빠질까 봐 조심합니다.

일일시호일(日日是好日), 매일매일이 좋은 날.

다시는 오지 않은 지금 이 순간이기에 기쁜 일도, 슬픈 일도, 화난 일도, 즐거운 일도 마음을 다해 맞이하고 떠나보내라는 의미입니다.  


힘든 나날도, 괴로운 하루도 버릴 수 없는 소중한 시간들이기에

내가 먼저 마음을 담아 인사를 건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행복한 하루 보내세요~"

Every Day a Good Day!







사진 출처 : 네이버 블로그 @today-staff


    



작가의 이전글 뒤집기, 홀로서기, 당당히 걷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