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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Feb 03. 2021

뒤집기, 홀로서기, 당당히 걷기.

 사는 게 남의 손에 의해 좌지우지되고 꼼짝달싹하지 못할 지경에 처해 있습니다. 이 상황을 멋지게 뒤집고 싶습니다. 악착같이 아등바등거리고 몇 번 실패해도 애를 쓰다 극적으로 뒤집기에 성공합니다.


 아름다운 세상에 홀로 내버려진 기분입니다. 모두 다 알아서들 잘만 즐기는데 나만 이렇게 일어서지도 못하고 있습니다. 얼른 일어나 세상을 향해 나의 존재를 알리고 싶습니다. 힘없는 다리로 일어서다 몇 번 주저앉은 끝에 기어이 일어섭니다. 마침내 홀로서기에 성공합니다.


 손만 내밀면 얻을 수 있는 좋은 것들이 무궁무진합니다. 자유로이 걸어 다니는 영혼이 부럽기만 합니다. 가고 싶어도 못 간 채 엉거주춤합니다. 마음은 간절한데 몸이 따라주지 않습니다. 그래도 힘차게 한 발을 내딛습니다. 빠르지는 않지만 드디어 내가 원하는 곳에 혼자 힘으로 당당히 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뒤집기. 홀로서기. 당당히 걷기. 마치 대단한 능력처럼 보입니다. 나도 가지고 싶습니다. 나에게는 이런 능력이 왜 없을까, 되려 망설이기만 할까. 자신감마저 없는 나에게 실망을 합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누구에게나 가지고 있는 능력입니다. 사람은 이미 뒤집고 홀로 서고 두 발로 마음껏 다닐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아기가 태어나서 100일 정도가 되면 몸무게가 거의 두 배가 되고, 목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던 아기는 이때부터 슬슬 뒤집기를 하려고 용을 씁니다.

 누워 있지만 끙끙거리고 발버둥을 칩니다. 어느 순간 몸을 팔딱 뒤집는 묘기에 성공하고선 아기는 누구보다 자신이 더 놀라 눈이 동그래지고 맙니다.

 몇 번 뒤집는 실패를 거듭하다 보면 아기는 어느새 뒤집기의 명수가 됩니다.


 뒤집고 나면 기어 다니고 얼른 일어서고 싶어 합니다. 앉아 있기도 버겁지만 그래도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씁니다. 한 번도 서본 적이 없는 다리에 있는 힘을 주어 일어섭니다. 그러다 '쿵'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아프지만 아픔이 일어나려는 의지를 꺾지 못합니다.

 수십 번 넘게 주저앉은 아픔을 딛고 드디어 두 발로 홀로 선 아기의 입에서 감탄사가 나옵니다. 말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아기지만 '우와~'하며 놀랍니다. 일어서서 세상을 똑바로 바라본 최초의 반응입니다.


 홀로 일어서서 앞으로 한발 내딛습니다. 걸음걸이를 가르쳐 준 사람도 없고 왼발 오른발 잘 맞지도 않습니다. 한발 떼는 순간 한 발로 서야 합니다. 1초도 안 되는 시간 동안 한 발로 서있을 힘이 없어 옆으로 뒤로 또다시 엉덩방아를 찧습니다. 넘어지고 울지만 다시 일어납니다. 그리곤 뒤뚱뒤뚱, 드디어 내가 원하는 곳에 내 힘으로 갈 수 있다는 사실이 놀랍고 신기하기만 합니다.   




 수없이 뒤집기에 실패하고 여러 번 홀로 서다 넘어지고 걷다가 비틀거리는 아기는

'어, 이런. 또 안되잖아. 아무래도 뒤집기는 나한테 맞지 않는 것 같아'.

'난 뒤집기는 성공했는데 홀로 서는 건 아무래도 무리야'

'설 수는 있는데 걷는 건 소질이 없어.'라고 하면서 좌절하지 않습니다.

 아기는 실패를 맛보면서도 끝끝내 뒤집고 일어서고 한 걸음을 내디디려 애쓰기만 합니다.


 아기는 수많은 작은 실패를 하지만 엄마가 기어가는 시범을, 아빠가 한발 떼고 한 발로 서는 방법을, 부모가 걷는 노하우를 알려주지 않습니다. 부모가 하는 거라고는 그저 지켜보고 잘하면 박수 쳐주고 넘어져 울면 한 걸음에 달려가 잘했다고 안아주는 게 전부입니다. 아기가 하는 대로 그냥 내버려 둡니다.

 그럼에도 아이는

'이건 너무 아프고 힘든 길이야. 난 지금처럼 편하게 누워만 있을래' 하지 않고 혼자 힘으로 끝내 성장과 발달을 이루어냅니다.  


 수십억 개의 별들이 모여 있는 우주를 바라봅니다. 인간의 신체도 작은 우주로 비유합니다. 신비함과 놀라움이 가득한 소우주를 나 스스로가 뒤집었고 홀로 일어섰고 세상을 향해 달렸는데 언제부터인가 이 능력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알 수가 없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면 뒤집고 싶을 때가 있고 홀로 서야 할 일도 많습니다. 자유로이 돌아다니고 싶습니다. 세상을 살다 보니 뒤집힐까 봐 겁이 나고 홀로서기도 두렵습니다. 자유로이 돌아다니고 싶지만 이래저래 생각할 게 너무나 많습니다.

 뒤집기를 혼자 배우고 홀로서기를 터득하며 힘차게 걷는 아기를 보면서 수많은 작은 실패가 모여 발전을 이룬다는 평범한 교훈을 새삼 가슴에 새깁니다.


 오늘도 일어서려고 안간힘을 쓰는 아기를 바라봅니다.

 두발로 걸으며 활짝 웃는 아기의 얼굴을 보며 따라 미소를 짓습니다.

 욕심부리지 않고 넘어지면 다시 일어서고, 핑계 대지 않고 세상을 향해 뒤뚱뒤뚱 달려가는 아기의 걸음을 보며 내 안에 있는 능력을 깨워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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