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공감의 기술 Sep 29. 2020

유머를 위한 기도

웃음은 마음의 꽃입니다

위엄과 권위적이기보다는 늘 소탈한 미소를 짓습니다. 빈곤 퇴치, 평화와 환경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면 전 세계 어디든 가리지 않고 달려갑니다.

가톨릭의 수장인 프란치스코 교황의 모습입니다.

교황님이 기도를 합니다. 기도는 당연히 하는 것이겠지만 무엇을 위해 기도하실까 궁금합니다.

교황의 본분에 맞게 인류 구원 같은 종교적인 문제일까? 종교의 최고 권위자이시니 어렵고 난해한 기도문일까?

프란시스코 교황이 매일 아침마다 낭독하며 하루를 시작하는 기도는 이렇습니다.


오, 주여!

소화가 잘되게 하소서, 근데 소화하기 좋은 음식도 내려주소서.

제게 건강한 신체와 이를 유지할 좋은 유머를 허락하소서.


제 영혼이 지루함, 불평불만, 한숨, 탄식을 알지 못하게 하시고

'나 자신'의 문제로 너무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해 주소서.


주님,

제게 좋은 유머 감각을 주시어

농담을 통해 삶의 작은 기쁨을 발견하고

제 이웃들과 이를 나눌 수 있는 은총을 내려주소서.


교황께서 아침 기도가 끝나면 즐겨 낭송한다는 기도를 보니 웃음이 납니다.

<유머를 위한 기도>라는 제목이 붙여진 이 기도문의 저자는 소설 유토피아의 작가로 유명한 토머스 모어입니다. 그는 성인(聖人)으로 추앙받는 기독교인이자 16세기 영국의 정치, 사회, 문학계를 풍미한 다재다능한 천재였다고 합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특히나 요즘은 웃을 일이 별로 없습니다.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지구를 덮친 지도 반년을 훌쩍 넘겼습니다. 감염될까 두려워 마음 놓고 나다니지도 못합니다. 나라들마다 방역에 집중하다 보니 경제는 위축됩니다. 조금만 버티면 나아지겠지 하던 기대는 여지없이 깨져버렸고 자칫 악화일로로 치닫을까 봐 전전긍긍합니다. 당장 먹고살기도 막막한 데다가 앞날마저 캄캄하고요. 언제 끝날 지 기약 없는 기다림에 지쳐갑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 어깨를 축 늘어뜨립니다.

안 그래도 살면서 끊임없이 닥치는 문제들로 힘든데, 당장 발등에 떨어진 불을 끄느라 정신이 없는데 말입니다.

웃을 일보다는 한숨 나는 일이 더 많고 속 시원한 소식보다는 답답한 소식이 연일 도배를 합니다.

마음 놓고 크게 웃어본 적이 언제였나 싶을 만큼 웃음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이 기도문의 저자 토마스 모어는 어떤 삶을 살았을까? 성인으로 추앙받을 정도니 독실한 분일 거고, 다방면으로 천재였으니 인생이 탄탄대로 아니었을까요?

그는 하원의원, 런던 부시장, 네덜란드 대사, 하원의장, 대법관 등 출세가도를 달리며 탁월한 능력을 보였다고 합니다. 그러나 영국 왕이 로마 교황청과 충돌하며 전횡을 일삼자 이에 불복하고 비판을 서슴지 않았습니다. 결국 반역죄로 런던탑에 유폐되었다가 교수형에 처해지는 비극적인 결말로 인생을 마감했습니다.


웃을 일은커녕 죽음의 두려움으로 하루하루를 보냈을 텐데 오히려 웃음으로 승화한 기도문에 감동받습니다. 유폐와 교수형. 그럼에도 유머와 농담을 통해 삶의 작은 기쁨을 발견하고 이웃들과 나눌 수 있는 은총을 달라고 기도했으니, 성인으로 추앙받을만한 인물임에 틀림없습니다.

프란시스코 교황은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합니다.

따뜻한 미소를 전하면서 "매일 웃는 연습을 합니다. 웃음은 마음의 꽃입니다."라는 아주 소박한 해답을 제시합니다.


일소 일락(一笑一樂), 한 번 웃으면 하루가 즐겁습니다.

일소일소 일노일로(一笑一少, 一怒一老) 웃으면 젊어지고 화내면 늙어집니다.

웃을 일이 있어서 웃는 게 아니라 웃다 보면 웃을 일이 생기니까 웃어보라고 합니다.

유머를 위한 기도에 나오는 바람처럼 지루함, 불평불만, 한숨, 탄식은 잊어버리고 나 자신의 문제로 너무 스트레스받지 않았으면 합니다. 대신 유머 감각으로 농담을 나누며 소소한 기쁨을 발견하면 좋겠습니다.


삶은 생각할수록 비극이지만 그래도 즐겁게 살려고 마음먹으면 즐거운 일도 꽤 많은 게 인생입니다.

이왕 힘든 거,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는 형국이라면 한숨보다는 허탈해도 웃음이 낫지  않을까요?

그리고 웃으면 복이 온다고 하잖아요?

설령 그 복이 언제 올 지는 알 수 없지만  한번 웃을 때마다 젊어지고 하루가 즐거워지니 밑지는 장사는 아닌 듯합니다.

그러니 한숨 대신 '스마일', 탄식 대신 억지로라도 입가를 귀에 걸어봅니다.


웃음은 마음의 꽃입니다.

걱정, 불안, 후회, 분노로 멍든 마음밭에 꽃을 심어볼까 합니다.

꽃이 시들지 않게 매일 웃는 연습도 하면서요.

어차피 사는 인생, 한 번의 웃음으로 하루를 즐겁고 젊게 살아가 보려고요.

작가의 이전글 우리에게 수다가 필요한 이유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