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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Sep 29. 2020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릴까요?

겨우겨우 힘들게 찾아간 길. 가다 지쳐 쉬어 가고 너무 지쳐 기어가기도 했습니다.

힘겹게 지나온 길, 드디어 끝이 보입니다. 바로 눈앞에 문이 나타났습니다.

이제 '고생 끝, 행복 시작!'이라는 생각에 없던 기운이 솟구칩니다.

문을 향해 마지막 젖 먹던 힘을 내려는 순간 믿기지 않는 광경이 펼쳐집니다.

바로 내 앞에서 문이 스르르 닫힙니다.


더 힘을 내어 달려갔지만 때는 이미 늦었습니다.

문을 세차게 두드리며 소리쳐 불러도 아무 소용이 없습니다.

하염없이 문 앞을 서성여도 굳게 닫힌 문은 요지부동입니다.

여기까지 어떻게 왔는데... 그동안 쏟아부은 시간과 노력이 얼만데...

허탈감이 몰려옵니다. 상실감에 어쩔 줄 몰라합니다.


눈앞에서 문이 닫히면 속이 상합니다.

공들인 노력과 정성이 더할수록 실망과 좌절은 배가 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닫힌 문을 보며 낙담합니다.

그럴 때 이런 위로를 건네주죠.

"신은 한쪽 문을 닫으면 반드시 다른 쪽 문을 열어주신다"라고 말입니다.


사랑이 지나가면 또 다른 사랑이 찾아옵니다.

이 일을 망치면 다른 일이 이루어지기도 하고요.

이 집을 사려다 틀어지면 다른 집을 사러 갑니다.

오늘 경기를 지면 내일 경기를 이기면 됩니다.

설령 내 앞에 문이 닫히더라도 속상해하지 말고 다른 문을 찾아보라고 합니다.

신은 한쪽 문을 닫으면 반드시 다른 문을 열어주신다고 하시니까요.


근데... 닫힌 문이 다시 열리는 경우도 있잖아요?

떠나간 사랑이 다시 돌아와 극적인 재회를 하고,

망쳐버린 일로 자포자기 상태였는데 어찌어찌 우연찮게 기사회생하는 경우도 있고요.

이 집을 못 사 다른 집을 사려는데 이 집에서 계약하자는 연락이 오기도 합니다.

오늘 경기는 이미 졌다고 포기했는데 극적으로 뒤집는 드라마를 연출합니다.

겨우 다른 문을 찾았는데 닫혔던 문이 열리면 어떻게 해야 하나요?

이제는 두 개의 문 앞에서 어디로 가야 할지 고민에 빠집니다.

느긋하게 기다리지 못한 내 인내가 고민을 자초한 걸까요?  




오늘도 내 앞에서 문이 닫혔습니다. 한두 번 있는 일도 아니기에 훌훌 털고 다른 문을 찾아 나섭니다.

길은 하나가 아니지 않습니까? 돌아가더라도 들어가기만 하면 되니까요.

실망도 하고 좌절도 맛보았지만

그래도 어딘가에 나를 반겨줄 문이 있을 거라 믿으며 사방을 두리번거립니다.

그럼 그렇지, 신은 역시나 다른 문을 열어놓으셨네요.  


근데... 이건 또 웬열? 다른 문을 찾아 들어가려는데 내 앞에서 또 스르르 닫힙니다.

떠나간 사랑을 잊으려 다른 사랑을 만났으나 또 실패를 하고

이 집을 못 사서 저 집으로 갔는데 그마저도 조건이 맞지 않아 결렬되고

이 일이 엉망이 되어 다음 일은 야심 차게 준비했는데 결과는 또 엉망진창입니다.

어제 경기에 져 오늘은 심기일전으로 임했는데 이번에도 여지없이 깨졌습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열린다는 다른 문은 어디에 있을까요? 언제 열릴까요?

하나의 문이 닫혔는데 또 다른 문도 열리지 않아 오도 가도 못하는 신세가 될 수도 있고요.

하나의 문이 닫혀 겨우 다른 문을 찾았더니 닫혔던 문이 도로 열려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 주저할 때도 있습니다.

하나의 문으로 들어가자마자 후회가 밀려오고 가보지 않은 다른 문이 그리워지기도 하죠.


전지전능하신 신이 문을 닫으면 두 번 다시 열지 못할 능력이 없는 것도 아닐 텐데

콕 찍어 '이 문이 네 길이다'라고 하시면 뒤도 돌아보지 않을 텐데

문을 두 개 열어주면서 '선택은 네 몫이다'라고 하거나

다른 문마저 닫으면서 '아직 때가 아니다'라고 할 수도 있으니

이래저래 인생 참 어렵습니다.


어제는 이 문이 맞는지 의심을 하고

오늘은 이 문마저 닫혀 속상해합니다.

다른 문이 없는지 눈을 부릅뜨고 찾아다니다 열린 문을 보고 기뻐합니다.

기쁨도 잠시 지나친 그 문이 좋아 보여 뒤돌아보며 아쉬워하죠.

이렇게 사는 것 또한 인생인가 봅니다.


하나의 문이 닫히면 다른 문이 열린다는 사실이 만고불변의 진리라면 좋으련만

언제 어디서 어떤 문이 어떻게 될지 모르니 고민만 잔뜩 안겨줍니다.

사는 내내 이 고민에서 벗어나지 못합니다.


그럼에도 오늘도 언제일지 몰라도, 어디일지 알 수 없지만

하나의 문이 닫히면 언젠가는 또 다른 문이 열릴 거라 믿으며

내 갈길을 묵묵히 갈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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