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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Oct 02. 2020

소소한 행복을 찾아서

자고 일어나면 몇 억씩 올랐다는 부동산 기사가 마음을 허탈하게 합니다.

영끌이 투자, 영혼까지 탈탈 끌어모아 투자를 한다는 소식에 지금이라도 뛰어들어야 할지 망설입니다.

코로나가 좀 잠잠해진다 싶으면 다시 활개를 칩니다. 백신과 치료제는 다 개발된 것처럼 떠들썩했다가 이내 잠잠해집니다. 코로나가 우리의 일상을 아직까지도 꼼짝 못 하게 합니다.

기분 좋은 소식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든, 무겁고 버거운 뉴스뿐입니다.


부동산은 몇 달 사이 몇 억씩 올랐다는데 한 달 새빠지게 일을 해도 몇 년째 제자리걸음인 월급을 보면 자괴감을 느낍니다. 이제는 자칫 쥐꼬리만 한 월급을 주는 이 직장마저 위태로울지 모른다는 현실이 앞날을 막막하게 합니다.

코로나가 처음 이 세상에 나타났을 때, '몇 달 저러다 말겠지'라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는데 이젠 코로나와 더불어 살아야 하는 세상일지 모른다네요.


어느 날 갑자기 많은 돈이 생겨서 원 없이 펑펑 쓰고 살았으면 좋겠습니다. 로또 1등 한번 당첨되어 돈 걱정 안 하고 살면 소원이 없을 것 같고요.

돈을 모으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과 강의는 쏟아져 나오고, 요구한 적도 없는데 좋은 투자 수단이라며 알려주는 소식만 하루에도 수십수백 개씩 문자로 날아옵니다. 따라 하기만 하면 부자 되는 건 시간문제일 것 같습니다. 네, 너무나 잘 아는데, 계획도 다 짜 놨는데 문제는 돈이 안 생깁니다.  


돈으로 행복을 살 수 없다고 합니다. 돈이 전부는 아니라고 하지만 돈은 살면서 많은 불편함을 해결해주는 건 사실입니다. 그렇다고 없는 돈 모으는 게 어디 쉽나요? 안 쓰고 아끼고 저축하며 모읍니다. 근데 모인다 싶으면 귀신같이 빠져나가니 어이가 없을 뿐이죠.   

돈 때문에 심란할 때도 많지만, 돈으로 살 수 없는 소소한 행복은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돈 안된다고 무관심할 뿐이지, 실은 세상을 살아갈 힘은 소소한 행복에서 얻을 때가 많습니다.  




코로나로 요즘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습니다. 집에만 있는 것도 답답하고 운동도 할 겸 동네 산책을 나갑니다. 한가로이 길을 걷다 보면 여기저기서 악기 소리가 심심찮게 들립니다.

누구는 리코더를 불고, 누구는 기타를 칩니다. 어디쯤에선 하모니카 소리도 들려요. 집안 구석을 샅샅이 뒤지면 충분히 나올법한 작은 악기를 꺼내서 다들 심심함을 달래고 있는 듯합니다.

그거 아세요? <살아 있는 동안 꼭 해야 할 49가지> 책에서 37번째 할 일이 '악기 하나 배워보기'예요.  


할머니와 중년의 딸이 마스크를 쓰고 산책을 하고 있었습니다. 둘이 다정하게 걸으며 오손도손 이야기를 나누어요. 가끔 할머니가 딸의 손을 꼭 잡아줍니다. 마치 어린아이 다독거려주듯 등도 어루만져 주고요. 사람이 드문 한산한 곳에서 할머니는 마스크를 잠시 벗고는 이렇게 중얼거렸어요. "참 좋다"

그 말을 들은 딸의 얼굴엔 미소가 지어집니다.

아주 짧은 순간이었지만 옆을 지나가는 저도 할머니의 말 한마디에 금세 환해지더라고요.  


재미 삼아 드로잉을 합니다. 일 때문에 잊고 살았던 그림을 재택근무하면서 다시금 도전합니다.

오늘은 가족을 위해 쿠키를 구워봅니다. 할 줄 아는 요리라고는 라면뿐인데 오늘은 큰 맘먹고 시도해 봅니다. 설령 맛이 엉망이 된다 한들 나무랄 사람 없으니 부담도 없습니다. 이게 추억 만들기 아닐까요?

베란다에다가 미니 텃밭을 가꿉니다. 노년에 전원생활이 가능한 지 미리 테스트를 하는 거죠. 물론 전원생활에 비하면 턱도 없겠지만 내손으로 가꾼 신선한 채소를 내 가족과 나누는 것만으로 충분합니다.


한 달 새 날뛰는 부동산, 주식을 보면 속이 쓰리다가도 저러다 크게 한방 맞을 텐데 싶으면 걱정이 듭니다.

어느 날 많은 돈이 생기면 아마 뭘 해야 할지 몰라 방황만 하다 쓸데없는 데다가 쓰지 않을까 싶어요. 나에게 많은 돈이 생겼다고 손 내밀다 의리가 상하고 다툼만 생길 수도 있습니다. 돈으로 행복해지려면 지금 내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게 뭔지를 알아야 잘 쓰겠죠. 돈 공부부터 제대로 해야겠네요.

이 상황이 언제 끝날지 모르니까 마음은 여전히 조급하고 불안해도 의연하게 대처하는 자세를 가져봅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무거운 뉴스나 버거운 뉴스는 잠깐 내려놓습니다.

오늘 하루만이라도 돈, 돈, 돈 거리지 말고 딴 세상에 사는 것처럼 소소한 행복들을 한번 찾아봅니다.

자동차 안에 시동을 걸고 창문을 활짝 열어요. 마스크 벗고 숨을 마음껏 내쉬며 '참 좋다' 느끼고요.

몇십 년 만에 연주하는 서툰 악기 소리는 답답했던 일상에 가족의 웃음을 이끌어냅니다.

쿠키인지 빵인지 분간이 안 되는 비주얼이지만 그래도 함께 나눠 먹어 행복합니다.


강제로 격리 아닌 격리 생활을 하고 있지만 순간순간 요런 소소한 행복은 얼마든지 찾을 수 있어요.

잠깐의 행복, 그리고 순간순간의 행복. 돈은 안될지 몰라도 돈 없이도 만드는데 어려움은 없습니다.

오늘, 주위에 널려있는 소소한 행복을 찾아보지 않으실래요?

불현듯 유치원 앞을 오가며 듣던 어린아이들의 천진난만한 노랫소리가 무척 그리워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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