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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Oct 01. 2020

2% 부족할 때, 어디 부족한 게 2% 뿐이겠습니까마는

 벌써 이십 년 전의 일입니다. 모 음료회사에서 '2% 부족할 때'라는 제품을 출시했습니다. 당대 최고 배우들이 나와 광고를 했고 제품 이름도 색달라 이목을 끌었습니다. 제품은 나오자마자 불티나게 팔렸습니다.

 '2% 부족할 때' 제목의 의미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우리 몸에 수분이 평상시보다 1% 부족하면 목마름을 느끼고 2%가 부족하면 갈증이 심해지고 업무 효율성이 떨어진다고 합니다. 이 사실에 착안하여 남다른 이름이 탄생했다고 합니다.



 

 이후 일상에 뭔가 아쉬울 때면 '2%가 부족하다'는 말을 널리 사용하였습니다.

 나름 열심히 공부한 것 같아 이번 시험은 기대를 했습니다. 막상 성적표를 받아보면 아이의 성적이 조금 아쉽게 느껴집니다. 조금만 더하면 훨씬 나아질 것 같은데, 아이는 왜 늘 2%가 부족한지 모르겠습니다. '학원을 더 보낼까? 인강을 듣게 할까?'를 고민합니다.

 실은 나 자신은 2%보다 더 많이 부족했으면서 내 아이만큼은 2%가 남아돌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설레는 만남을 몇 시간 남겨두고 두근두근 가슴이 뜁니다. 중요한 면접을 앞두고 긴장을 합니다.

 한껏 멋을 내거나 좋은 인상을 보이기 위해 옷차림에 세세히 신경 씁니다. 집을 나서기 전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보면 아직도 허전한 기분이 듭니다. '2%만 채우면 딱 좋을 것 같은데.' 가방을 바꿔 들어 보고, 옷을 바꿔 입었다 벗었다, 액세서리를 이것 했다 저것 했다 고민을 거듭합니다.

 정작 집을 나설 때는 원래 했던 차림 그대로입니다.  


 요리를 성의껏 만들었는데 맛이 심심합니다.

'원래 이런 맛인가?' 고개를 갸우뚱거립니다. 기대했던 맛이 나오지 않아 이대로 먹기엔 미련이 남습니다. 뭔가 빠진 듯한 느낌, 2%가 부족합니다. 두리번두리번 무언가를 찾습니다. 2%라는 수치는 양념 맛 나는 조미료를 넣어 채웁니다. 정성껏 젓어준 다음 맛을 봅니다. 드디어 만족스러운 웃음을 띄며 이 한마디를 합니다.

 '그래, 이 맛이야'.


 모처럼 마음 맞는 사람들과 어울려 술 한잔을 마셨습니다.

만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것 같은데 시간은 밤 10시를 훌쩍 넘겼습니다. 자리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니 뭔가 아쉽습니다. 여기서 끝내면 집에 가도 잠이 오지 않을 것만 같고, 다들 헤어지기 아쉬워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알코올이 2%가 부족합니다. '간단하게 딱 1잔만 더하자' 어깨동무를 하며 근처 포차로 향합니다.

 2%만 채우려다 오버합니다.


 온종일 정신없이 바쁘게 돌아다닙니다. 바쁘게 사는 게 좋은 거고, 남들보다 앞서려면 눈도 뜰 새 없이 바빠야 합니다.

 어떤 날은 야근을 서슴지 않고 어떤 때는 주말을 반납합니다. 열심히 뛰어다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퇴근길, 인생에 비워있는 2%가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꼭 집어 말하기 힘든 불안이라고 할까? 뛰어도 뛰어도 채워지지 않는 허전함이라고 할까?

 늘 부족하고 아쉬움이 남는 일상이기에 가끔 기분전환이 필요합니다.


 비대면으로 소통하는 시대, SNS 홍수의 시대입니다. 글자로 소통을 자유자재로 할 수 있어 편리합니다. 대화를 할 때는 말 자체의 내용만큼이나 목소리 톤이나 얼굴 표정 같은 비언어적 요소가 공감을 이끌어냅니다. '아' 다르고 '어' 다른 내용도 중요하지만 웃어준다든지, 적절하게 맞장구쳐줄 때 편안함을 느낍니다.

 최근 여러 SNS의 발달과 비대면, 재택근무가 많아진 현실입니다. 글자만 적힌 내용만 보다 보면 의도치 않게 뜻이 왜곡되어 때때로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도 합니다. 직접 얼굴을 마주 하고 눈을 보며 말을 나누지 않다 보니까 서로 공감능력도 점점 떨어집니다. 넘쳐나는 디지털 소통에도 2%가 부족합니다.




 1%, 2% 크지 않은 숫자라고 무시하기 십상입니다.

 아까 말씀드렸듯이 우리 몸에 수분이 2%만 부족해도 심한 갈증과 업무 효율이 떨어집니다. 더 부족해지면 탈수가 생기고 무기력에 정서불안까지 유발합니다.

 코로나 바이러스의 전염을 차단하려고 온 국민이 애를 쓰고 있습니다. 코로나에 우리나라 인구의 1%가 감염된다면 52만 명이고 2%면 자그마치 100만 명이 넘습니다.

 한 해 경제성장률을 2% 해내기도 벅찬 상황입니다. 올해는 코로나 때문에 마이너스라고 하니 어려움은 두말할 필요 없습니다.


학업, 직장, 가족, 대인관계에 이르기까지 2%가 부족할 때,

어디 부족한 게 2% 뿐이겠습니까 마는 2%만 채워도 팍팍한 삶은 나아집니다.

수분 2%만 채워도 우리 몸은 별 탈 없이 건강하게 지낼 수 있듯이

부족한 2%를 만회하면 성적은 오르고 실적도 나아지고 가족과도 화목해집니다.

따뜻한 말 한마디에 환한 미소와 상냥한 말투는 2% 모자란 공감 능력을 올려줍니다.


지금 서있는 이 자리에서 나에게 부족한 2%는 무엇이 있을까 생각해봅니다.

그다지 거창할 것도 없고, 너무 어렵게 고민할 필요도 없습니다.

부족한 2%를 채워나가는 노력만으로 삶은 그 이상 좋아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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