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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Oct 27. 2020

오늘도 안전거리 확보하셨나요?


 우리나라가 전 세계에서 1위를 달리는 게 많다고 합니다. 썩 달갑지 않은 것들인데요.

 노인들이 얼마나 빈곤에 시달리는지를 나타내는 노인 빈곤율,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자살률이 그렇고요, 청년은 아프고 노인은 빈곤하니 출산율은 뒤에서 압도적인 1위를 달립니다. 그리고 오래전부터 1위를 지키는 교통사고 사망률도 있습니다.


 교통사고 사망을 줄이는 방법, 어렵지 않습니다.

 안전벨트 꽉 매고, 신호 잘 지키고, 안전속도만 준수하면 그만이죠. 그리고 또 하나 앞차와의 안전거리를 유지하는 겁니다. 앞차의 뒷바퀴가 살짝 보이는 정도까지만 다가가라고 하죠. 시속 60km 이상에서는 주행속도와 같은 거리만큼 안전거리를 확보하라고 합니다. 일반적으로 제동거리는 주행속도와 비슷하다고 하니까요.




 여기저기 안전거리를 두는 곳이 눈에 띕니다.

 아파트를 짓는 공사 현장이나 건물을 수리하는 주변에는 방호벽을 치고 안전그물을 설치합니다. 위험 표지판도 크게 붙여놓고요. 그래도 멀찌감치 거리를 두고 다닙니다. 아닌 밤중에 날벼락이 떨어질지 모르니까요.


 길을 가다 맨홀이 있으면 돌아갑니다. 행여 낭떠러지로 떨어질까 봐 겁나니까요.

 저 멀리 보이는 산 정상에 송전탑이 있어요. 송전탑은 왜 높은 산에 있을까 궁금했는데 송전탑 근처에서 전자파가 흘러나올 수 있다고 하네요. 매뉴얼에도 안전거리를 꼭 확보하라고 나와 있답니다.


 올해만큼 우리 모두가 거리를 두고 지낸 적이 없었습니다. 식당에도 칸막이를 설치하고 밥 먹을 때는 말도 하지 마래요. 거리를 걸어도 2m 이상 떨어져서 다녀라 하고요. 사람이 많이 모이면 그마저도 안되니까 인원을 제한합니다. 코로나가 가져다준 사회적 거리두기, 오늘도 지겹도록 지키고 있습니다.

 생활하기 다소 불편하지만 우리의 안전을 위한 수칙들입니다.




 안전거리 확보는 비단 사회에만 적용되는 게 아닌 것 같아요. 사람 관계에서도 거리가 필요하죠.

 '인간관계는 난로처럼 다뤄야 한다고. 가까우면 데고 너무 멀면 춥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아무리 좋고 가까운 관계라고 해도 새겨 들어야 할 조언입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아이지만 하루 종일 뒹굴다 보면 지치잖아요. 놀아달라고 달라붙고, 한시라도 떨어지지 않으려고 칭얼대면 아무리 내 새끼지만 벗어나고 싶어 집니다.

 몸을 비비고 사는 부부도 마찬가지일 거예요. 붙어 있는 시간이 너무 강해지면 귀찮아질 때가 있습니다. 그 시간이 오래오래 지속되면 지치고 때론 구속받는 느낌도 들어요.

 친구나 연인 사이도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표현할 때도 있어야 하지만 그러다 일방적인 관계가 되어버리면 상대방은 질러버릴 거예요. 만나서 반갑다고, 너무 좋다고 하루 종일 껴안고 있을 수 없는 것처럼요.  


 가끔은 살짝 혼자 있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상대방도 혼자 있고 싶어 하면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좋을 거예요. 조금 뜸해졌다 싶으면 미안함이 들어 잘해줘야겠다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 자주 챙겨주지 못했던 사람이 생각나면 가끔이라도 연락해서 안부를 묻는 여유도 생깁니다.




 물리적인 거리 두기가 있듯이 이처럼 마음에도 안전거리가 있어요.

 좋아하는 사이라도 가끔은 가깝고도 멀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서로 좋아하니 멀리 떨어져 있어도 마음만은 가까운 거겠죠. 결국 좋아하는 관계란 가깝고도 멀고 멀고도 가까운 사이가 아닐까 싶어요.

 같이 있어도 좋지만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이 들 때가 있고 혼자 있어서 외롭지만 마음은 같이 하듯이 말입니다.

 그러니 내가 좋다고 너무 엉겨 붙어 있지만 말며 엄청 그리웠다고 해서 옆에 착 달라붙어 추근대지 말자고요. 친하니까 격의 없이 대한다는 게 자칫 성가시게 할 수도 있으니까요.


 사람과 사람 간에도 안전거리가 확보되어야 관계, 인연이 오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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