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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Nov 15. 2020

쉿, 행복해지는 비법을 알려 드릴게요

 공부를 잘해야겠다는 목표가 생겼습니다. 공부만 잘하면 수업을 땡땡이쳐도 우등상에 품행이 방정하다고 공식 인증을 해주고요, 친구와 싸우거나 말썽을 피워도 성적의 힘으로 은근슬쩍 야단을 피해 갑니다. 억울하기 그지없어 공부를 좀 해야겠다는 야망을 품었습니다.

 반에서 아니, 전교에서 1등 하는 녀석이 바로 내 짝지가 되어 옆에 있습니다. 하늘이 드디어 나를 도우시려나 봅니다. 친구에게 공부 잘하는 비법이 있는지 꼭 알아내고 싶습니다. 그전에 공부할 준비부터 합니다. 우선 각종 참고서는 기본이고, 1등 하는 녀석이 보는 문제집은 필수고요, 중단 없는 실천을 위해 문제집도 가지가지 종류별로 사다 놓습니다. 그래야 직성이 풀리니까요. 책상 위 책꽂이에 책을 가지런히 채워 정리를 합니다. 보는 것만으로 마음이 든든하고 공부를 다한 것처럼 뿌듯합니다.

 '공부 그까짓 것 하면 되지. 뭐' 하며 자신만만해합니다. 근데요, 기세 등등하게 시작과 동시에 끝나는 경우가 있습니다. 책을 펼치기도 전에 과욕만 부리다 금방 지쳐 나가떨어집니다.


 다들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하시니까 행복해지는 비법에 대해 고민을 합니다. 대체 행복이 뭔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책을 찾아보고 명사들의 강의도 듣습니다.

 여러 방면에 나와 있는 행복해지는 비법은 대개 이렇습니다.

 매사에 긍정적으로 생각하라. 남들과 비교하지 마라. 상대방을 이해해라. 과감하게 행동하고 후회하지 마라.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풀어라. 운동해라. 가족을 소중히 여겨라. 감사하라.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

 책을 찾고 읽을 때는 아하~ 하지만 돌아서면 왠지 허전합니다. 행복해지는 강의를 들을 때는 마음이 뜨거워졌다가 제자리에 앉으면 찬바람이 싸늘하게 불어옵니다. 알아듣지 못한 내용은 하나도 없는데, 말 하나하나가 주옥같은데 남는 게 하나도 없는 듯한 이 느낌, 나만 그런가요?

 행복해지는 비법을 따라 해 봅니다. 부정적인 일은 툭하면 일어나고, 남들과 비교를 당합니다. 이해를 하니 호구가 되고 스트레스는 그때그때 쌓입니다. 사람도 가족도 내 뜻대로 되지 않습니다. 즐기기 전에 얼른 피하고 싶습니다. 나만 행복해지는 비법에 매달리는 것 같습니다. 세상은 변하지 않는데 말입니다.  




 1등 하는 녀석에게 조심스레 공부 잘하는 비결을 묻습니다. 녀석은 진지하게 친절하게 자세히 가르쳐 줍니다.

 "예습은 하는 게 좋고, 수업 시간에 졸지 말고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그리고 그날 배운 건 그날 복습하고. 아, 또 한 가지. 모르면 그때그때 질문하고."

 구구절절 옳은 말을 들으면 들을수록 표정은 점점 떨떠름해집니다. 심호흡을 하고 다시 한번 용기 내어 묻습니다.

 "그래, 그건 다 아는 거고, 너만의 비법 같은 거 말이야. 친구 좋다는 게 뭐야, 응?"

 친구는 잠시 생각하더니 간단명료하게 상황을 종료시킵니다.

 "비법? 그냥 쭉 하면 돼."  


 책을 봐도 감흥이 없고 강의를 들으면 그때뿐이고, 행복해지는 비법으로는 행복을 얻을 수 없을 것 같아 행복한 사람을 찾아가 직접 비결을 알아봅니다. 행복한 사람에게 행복한 자신만의 노하우가 있는지 가르쳐달라고 통사정을 합니다.

 행복한 사람은 질문을 받자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으며 한참을 고민합니다. 노하우가 뭔지도 모르는 얼굴입니다.

 알고 보니 행복한 사람들은 행복에 대해서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별생각이 없습니다.

 행복하려면, 행복에 대해서도 자기 자신에 대해서도 그다지 생각을 많이 하지 말라고 합니다. 행복해지려는 비법에 매달리지 말라고 합니다. 대신 세상 돌아가는 대로 바라보고 있는 그대로 느끼고 더 많이 받아들이라고 합니다. 무엇보다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즐기라고 합니다.   




 공부 못하는 학생은 포부는 당당했지만 실천이 딸리고 진짜 한 문제도 풀지 않고 버린 수많은 문제집만 남았습니다. 공부 잘하는 비결은 그저 꾸준하게 예습 복습 철저히 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아주 뻔한 답인 줄을 알면서도 비법을 찾느라 정작 중요한 실천은 제대로 해보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면서 오히려 나는 왜 공부를 못할까? 머리 나쁜 자신을 탓하고 나쁜 머리를 물려준 애꿎은 조상님을 원망합니다.


 행복해지는 비법, 행복의 기준은 도처에 널려 있습니다. 이를 만든 이도, 이를 가르치는 이도 사람입니다. 모두를 위한 삶이 아닌 누군가 정한 틀 안에 모두를 천편일률적으로 끼워 맞추려고 하니 행복을 알기도 전에 아프고 소외됩니다. 행복한 삶이란 가장 사람다운 삶이자 가장 나다운 삶이라는 말을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립니다.  


 불행한 사람의 특징은 부정적인 생각을 되씹는 데 있는 것 같습니다. 지금 여기서는 어쩔 수 없는 과거의 일이나 아직 오지도 않은 미래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고 고민하느라 현재를 만족할 틈이 없습니다.

 '그때 그랬으면', '그때 이렇게 했으면'. 돌이킬 수 없는 후회로 한숨을 쉬고, 오늘이 행복하면 내일은 불행 하지나 않을지 미리부터 걱정을 합니다.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자기 자신뿐만 아니라 남에 대해서도 너무 많은 생각을 하느라 지금 행복을 느낄 여유가 없습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지금 이 순간을 즐기기는커녕 집중하지도 못합니다.  




 꿈의 레시피라 불리는 요리도 어디서나 구할 수 있는 재료, 누구나 사용하는 양념이 들어갑니다. 다만 레시피가 탄생하기까지 수많은 시행착오를 거쳐 끊임없는 노력이 차이를 가릅니다.

 공부 잘하는 비법, 시시하기 그지없습니다. 이미 수십 년 전에 터득한 비법이지만 제대로 해본 적이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도 뒤처지지 않기 위해 공부해야지 하면서도 마냥 손 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합니다.

 행복한 사람들이 말하는 행복은 거창하지도 어렵지도 않습니다. 세월을 지나 돌아보면 행복한 순간들은 대단한 것이 아니라고 합니다. 그저 기분 좋고 절로 미소 지어지는 추억만으로도 힘들었던 시절마저 소중했다고, 좋았다고 회상합니다.


 비법은 특별하지 않았습니다. 다들 알만큼 알고 있습니다.

 후회 없이 즐기면서 실천하느냐, 그저 따라가는 시늉만 하느냐가 성적도, 행복도 달라지게 됩니다.

 실천 없는 비법은 앙꼬 없는 찐빵이요, 오아시스 없는 사막입니다.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에게는 못 당합니다. 하물며 즐기지도, 노력도 하지 않는 이상 얻을 건 아무것도 없습니다.


 남은 시간이라도 알차게 보내서 그동안 헛되이 보낸 시간을 만회하고 싶은 11월의 중간 날, 행복해지는 비법이었습니다. 덤으로 공부 잘하는 비법까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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