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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Nov 25. 2020

2021년 달력을 넘기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0년 경자년이 밝은 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다 되어갑니다. 한 달 남짓 남은 2020년입니다.

 올해 1월, 새해 소망을 빈 지 며칠도 되지 않아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처음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그때만 해도 사스, 메르스 같은 다른 바이러스들이 그랬듯이 '몇 달 저러다 말겠지'하는 생각을 했었죠.

 2월 들어 점점 심해진다 싶더니 3월에는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마비시켜 버렸습니다. 그럴 리라고는 꿈에도 생각 못 했고요. 그 여파로 계절의 여왕인 4월과 5월에는 그 흔한 꽃구경도 마음 놓고 다니질 못했습니다. 친구들과 만나 술 한잔하는 것도 눈치를 보던지 아예 접어야만 했었죠.

 여름이 되면 바이러스가 잠잠해질 거라는 근거 없는 기대를 가지기도 했습니다. 해마다 6월 말이면 장마철이죠. 마치 바이러스를 전부 씻어내려는 듯 여름 내내 장마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7월과 8월에도 장마는 그칠 줄 모르더니 사상 최장기간 장마를 기록했습니다. 여름휴가를 가려고 해도 바이러스 때문에 망설였는데 날씨마저 도와주지 않아 휴가다운 휴가는 물 건너갔습니다.

 장마 때문에 몇 달 동안 흐린 하늘만 바라본 아쉬움은 9월 들어 찾아온 가을 하늘이 말끔히 날려버렸습니다. 정말이지 올가을은 무엇보다 날씨가 좋아 맑고 푸른 하늘을 마음껏 감상할 수 있었고요. 추석이 있는 10월의 황금연휴와 한글날이 낀 작은 연휴를 연달아 즐기며 절정의 가을을 만끽했습니다.

 공휴일 하나 없는 11월을 보내고 있는 지금, 코로나 백신이 거의 개발이 다 되었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립니다. 한편으로는 다시 대유행을 할지 모른다는 경고가 마음을 무겁게 합니다.

 2020년 봄여름을 지나 가을 끝자락에 있습니다. 코로나로 시작해서 코로나와 더불어 살고 아직도 끝나지 않은 코로나와 2020년을 마감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근을 해서 일과를 보내고 있는데 지인이 내년 달력을 갖다 주고 갔습니다. 하루에 한두 번은 2020년 몇 월 며칠이라 적고 보며 지냈는데, 1달 하고 며칠 지나면 2021년인데도 실은 실감하지 못하고 있었죠.

 막상 2021년 달력을 받아보니 기분이 묘해지는 듯합니다. 궁금한 것도 생기고요.

 손에 쥔 달력을 쳐다보며 한 장 한 장 넘겨봅니다. 달력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같은 물음이 생겨 달력의 기원을 잠시 검색합니다. 율리시스력이니 이를 보완한 게 그레고리우스력이니 하는데 솔직히 지금 당장 알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달력 속에 빨갛게 칠해진 날이 며칠인지, 언제 몰려있는지가 더 궁금합니다.


 2021년은 신축년(辛丑年), 띠는 소의 해이고요, 공휴일은 총 64일입니다. 그래도 최소한의 기본은 알고 가는 센스는 있어야겠죠.

 1월 1일은 빨간 날, 금요일이네요. 하긴 크리스마스 1주일 뒤가 신정이니 그리 놀랄 일은 아닙니다.

 내년 설날은 2월 중순입니다. 11일 목요일부터 14일 일요일까지 4일 연휴입니다. 만약 코로나가 이때 잠잠하다면 올해 가보지 못한 여행을 시도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를 품어 봅니다.

 3월 1일, 만세의 날 3.1절은 야호~ 월요일입니다. 3일 연휴이네요. 만세입니다. 이때쯤이면 추운 겨울을 보내고 따뜻한 봄기운을 맞이할 수 있겠죠. 상상만 해도 마음이 포근해집니다.

 4월은 잔인한 달이라고 한 어느 시인의 노래처럼 2021년 4월은 잔인합니다. 일요일 말고는 빨간 날이 하나도 없습니다.  

 우리의 기대를 절대 외면하지 않는 5월, 5일 어린이날은 수요일이고요, 마침 석가탄신일도 19일 수요일입니다. 2주 간격으로 평일 하루씩 휴식을 즐길 수 있겠네요. 근데 어린이들이 온전한 휴식을 하게금 조용히 넘어갈까? 그럴 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6월은 호국보훈의 달이라고 합니다. 나라를 지킨 순국선열을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집니다. 설상가상으로 6월의 유일한 공휴일인 6일 현충일은 일요일이네요. 마음이 갑절로 아픕니다. 눈물까지 날 것 같습니다.

 7월은 공휴일이 없는 달이죠. 기대할 건 없지만 그럼에도 7월은 모든 이를 흥분시킵니다. 아이들은 방학, 직장인들은 휴가를 떠올리니까요. 산으로 들로, 바다 건너 해외로.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습니까만 행여 올해처럼 홈캉스, 호캉스, 차박 같은 임시방편 같은 휴가는 되지 않았으면 합니다.

 8월, 일 년 중 가장 무더운 달, 그리고 열대야. 휴가철이 이어져 망정이지 짜증이 절로 나는 달입니다. 더군다나 15일 광복절은 일요일이네요. 인상이 찡그려지지만 휴가철이라 눈감아주고 넘어갑니다.

 9월, 추석이 있습니다. 18일 토요일부터 22일 수요일까지 5일 연휴이네요. 올해처럼 '불효자는 옵니다' 같은 플래카드는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10월, 가을의 절정의 한글날은, 어라? 토요일입니다. 그래도 10월이니까 봐줄 만합니다. 10월 한 달 동안은 활동하기도 즐기기도 좋은 달이니까요.

 11월은 공휴일 없다고 구박하지 않기로 해요. 공휴일 없는지가 한두 해도 아닌데요 뭘.

 12월, 아직 올해 12월도 오지 않았는데 내년 12월을 이야기하려니 거시기합니다. 슬픈 소식 하나는 내년 크리스마스는 토요일이네요.




 2021년 달력에는 어떤 날들로 채워질까, 하루하루를 어떻게 살아가게 될까 이런저런 상상을 합니다. 한 치 앞도 모르는 판국에 어찌 내년 일을 알겠습니까마는 몇 가지 소원을 가져봅니다.

 2021년 달력은 마스크 구입하는 날은 언제 언제라며 동그라미 치는 일이 없으면 좋겠고요. 여행 계획을 취소하는 X 표도, 결혼식 잡았다가 연기하고 그마저 취소하는 동그라미 위에 X 표도 없었으면 합니다.

 텅 빈 올해 달력과 달리 내년 달력은 누구누구와의 약속, 어디 어디로의 여행 같은 일상적인 이벤트가 빼곡히 들어차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1년 365일이 늘 기분 좋고 행복한 날들만 있을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슬픔보다는 기쁨이, 후회보다는 보람이 많은 날들이 가득하기를 소망합니다.

 한 달 남짓 남은 2020년에 2021년을 상상하니 벌써 김칫국부터 마시는 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올해 다 이루지 못한 새해 소망은 내년으로 이월되겠지만 남은 한 달 동안만이라도 올해 계획을 챙겨보고 이루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아마도 이 글을 읽는 분들이 제일 먼저 새해 인사를 받으실 것 같습니다.

다가오는 2021년, 뜻한 바 모두 이루어지시길 바라며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올해 못 받은 것까지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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