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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공감의 기술 Dec 06. 2020

세 가지 싸움과 화해를 꿈꾸며

What A Wonderful World


어릴 때 동네 꼬마 녀석들과 싸우고, 학교에서 친구와 싸우고, 집에서는 형제들끼리 싸웠습니다.

물리적인 싸움은 그렇게 끝났지만 어른이 되어도 보이지 않는 싸움은 계속됩니다. 입시, 시험, 승진. 경쟁은 그치지 않고 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네 편 내 편으로 갈라져 싸우고요, 나라들끼리도 싸웁니다.

오늘도 집안에서, 학교에서, 직장에서, 지구촌 곳곳에서 싸움은 끝이 없습니다. 그래서 인류 역사는 투쟁의 역사라고 하나 봅니다.  




세상에는 세 가지 싸움이 있다고 합니다.

우선 사람과 자연의 싸움이 있고요, 또 하나는 사람과 사람의 싸움, 마지막은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이 중에서 가장 힘든 싸움은 자신과의 싸움이라고 하죠. 빅토르 위고가 했던 말입니다.


인류가 탄생하고 문명을 일으키고 우주로 항해하는 지금까지 역사는 자연과의 싸움이었습니다. 추위를 피해 동굴에만 지내다가 불을 발견하고 돌을 깨고 갈아 무기를 만들기 시작했습니다. 드넓은 바다를 향해 배를, 보다 빨리 더 편하게 가려고 자동차를, 하늘을 날고 싶은 욕망이 비행기, 나아가 우주선을 만들었습니다. 자연과의 싸움에서 인류는 발전을 하며 풍요로움을 이루었습니다. 가끔 자연이 주는 분노 앞에 맥없이 쓰러지기도 하지만 지금 이 순간도 자연을 이기려는 인간의 욕망은 끝이 없습니다.  


사람과 사람의 싸움은 두말하면 잔소리입니다. 태어나면서 경쟁에 내몰립니다. 친구보다 한 문제라도 더 맞혀야 하고, 또래보다 1점이라도 더 받아야 하고, 동료보다 하나라도 더 팔아야만 살아남는 세상이니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인 듯합니다. 더불어 다 함께 잘 살자고 외치지만 인간의 욕심이 사라지지 않는 이상 공허한 외침일 뿐입니다. 경쟁에서 이길수록 우러러보는 사람들은 늘어나지만 마음을 터놓을 사람은 없습니다. 약한 모습을 보이는 순간 경쟁에서 낙오될지 모릅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본 적 있으세요?

해야지, 해야지 하면서 미룬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뭐라도 하면 나아지는 걸 알면서도 게으름이 발목을 잡아요. 마음을 비워야지 머리로 되새기면서 손에 쥔 건 절대 놓지를 못하고요. 남들이 모두 '예'라고 할 때 나는 분명 아닌 줄 확신하면서도 더 크게 '예'라고 외칩니다. 나른한 오후 저절로 내려오는 눈꺼풀을 이겨본 적도 없습니다. 자신과의 싸움이 가장 힘들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위대한 철학자 플라톤도 "인간 최대의 승리는 내가 나를 이기는 것이다"라고 했을 정도니까요.


여기서 가장 중요한 싸움을 고르라고 하면? 당연히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겨야 한다고 늘 강조를 합니다. 다른 이들과의 싸움보다 자신을 꼭 이겨야 할 경쟁상대로 여기면서 오늘도 인생을 힘차게 살아가라고 합니다.   




근데요, 왜 싸우라고만 하는지 생각해 본 적 있습니까?

자연을 아끼고 보호하라고 배웠습니다. 매사에 싸우지 말고 대화로 해결하는 것이 최상의 방법이라 배웠고요. 교육은 그렇게 받았으면서 역사상 단 한 번도 먼저 시비 걸어온 적 없는 자연과 싸워야만 하고 더불어 살아갈 다른 사람들과는 언제까지 싸워야 하나요? 게다가 나 자신과도 늘 싸워 이기라고 하니 마치 싸우기 위해 이 땅에 태어난 존재 같습니다. 싸우려고 태어난 건 아닐 텐데 말입니다.  


아낌없이 주는 나무를 비롯해서 단 1분도 없으면 죽을 수밖에 없는 인간에게 무한정 베푸는 해과 달, 모험을 심어주는 산과 바다까지. 자연은 보호하고 함께 살아가야 할 보금자리입니다. 인간이 자연과 싸워 이겨 얻은 건 그 잘난 욕심이지 싶습니다. 인간들이 저지른 무분별한 훼손으로 환경은 파괴되고 지구는 몸살을 앓다 못해 폐렴에 걸리기 직전인데도 인간의 욕심은 멈출 줄 모릅니다.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어떡하면 내가 이길까? 경쟁사회가 낳은 각박한 현실입니다. 누구와 경쟁에서 꼭 이겨야만 잘 산 인생도 아닌데, 이기나 지나 기껏해야 100년도 채우지 못할 인생인데 끝없는 경쟁만 부추깁니다. 피 터지게 싸워 이겨본들 남는 건 마음 터놓을 곳 없는 외로움과 공허함 뿐이지 않나요? 세월이 지나 나이 들면 다들 인생이 허무하고 외롭다고 하니 말입니다.


나 자신이 싫은가요? 잘하는 것도 없고 잘나지도 않아 불만인가요? 그 또한 나의 모습입니다. 잘해야지, 이겨야지, 끝까지 해야지, 포기하면 안 돼. 자신을 늘 채찍질하며 다그칠 줄만 알았지, 자신을 온전히 이해하며 사랑해보려고 한 적은 없었을 거예요. 내가 나를 사랑하지 않는데 누가 나를 사랑해 줄까요? 안 그래도 이리저리 치이는 나 자신인데, 그 자신까지 스스로 싸워서 이겨야만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다름 아닌 나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지 않았나 싶어요.  




세상은 공평하지 않습니다. 물론 인간들끼리 하는 생각이죠. 인간이 이성과 감정이 있는 이상 모두가 평등하게 모두가 행복하게 모두가 만족하며 살 수는 없을 거예요. 비록 세상살이가 공평하지는 않다 하더라도 인생은 마음먹기에 따라서 살아볼 가치가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자연과 사람 그리고 자신과의 싸움. 그보다는 자연을 있는 그대로, 이웃을 내 몸처럼, 나 자신을 그 누구보다 사랑하려고 합니다. 세 가지 싸움 없는 세상을 꿈꾸어 봅니다. 혼자서나마 싸움 없는 현실을 만들고 싶고요.

드높은 하늘을 바라보며 따뜻한 햇살을 쐬며 자연이 주는 무한한 사랑에 고마움을 느껴봅니다. 부담 없는 친구에게 연락을 하고, 부담 없이 만나 수다를 떱니다. 애들처럼 장난도 치고요.

오늘은 나를 쉬게 해주려고 합니다. 그동안 나 때문에 가장 고생한 자신을 사랑해보려고요. 걱정 근심도 오늘만은 버리고요,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아도 더 격렬하게 아무것도 시키지 않을 거고요, 자신이 하고 싶은 거 마음껏 하게 응원합니다. 상상만 해도 즐겁지 않습니까?  




12월의 첫째 일요일 오후입니다. 겨울의 문턱이라 날씨는 쌀쌀하지만 낮에는 그런대로 햇살은 따뜻합니다. 창문으로 맑은 하늘을 바라봅니다. 자연이 주는 아늑함을 누립니다.

12월 하면 떠오르는 음악, 이 음악이 없으면 오히려 허전한 12월, 'December'를 듣습니다.  

잔잔한 선율을 배경음악 삼아 오늘은 브런치에 어떤 작가분들이 무슨 글을 올리셨나 찾아봅니다. 각자의 분야와 관심사를 가지고 다양한 생각들, 재미있는 글, 감동적인 내용을 읽으며 고개를 끄덕입니다. 좋아요 누르며 댓글도 달아보고요.

소파에 비딱하게 기대었다가 최대한 편안한 자세로 눕기도 합니다. 향이 모락 나는 커피 한 모금에 라이킷 하나를 누릅니다. 이 시 간의 즐거움을 방해받지 않고 마음껏 즐깁니다. 포근한 자연과 가슴을 울리는 음악, 미소 짓는 글과 따뜻한 커피 한잔이면 충분합니다.  


지금 이 순간이 What A Wonderful World.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아름다운 세상입니다.






사진 출처: 네이버 블로그 is On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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